[SOH] 몇 걸음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요즘, 냉방과 찬 음료에 의지해 무더위를 극복하려는 이들이 많다. 당분간 계속될 무더위 속에서 어떻게 건강을 지켜야 할까?
동양 철학에서 여름은 불의 기운인 ‘화(火)’가 지배하는 계절이다. 사방이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고 몸 안팎의 균형이 깨지기 쉬운 이때, 선조들은 우주의 운행 원리인 음양오행(陰陽五行)을 일상에 투영하여 무더위를 다스렸다.
그들은 불을 불로 제압하는 ‘동질(同質)의 조화’와, 상극의 기운으로 열을 다스리는 ‘이질(異質)의 상생’으로 무더위를 극복했다.
■ 화(火)로써 화(火)를 제압... 이열치열(以熱治熱)
오행학설에서 여름의 치솟는 화기(火氣)는 인간의 장기 중 ‘심장’을 자극한다. 주목할 부분은 겉이 뜨거워질수록 인체 내부의 소화기관과 오장육부는 상대적으로 차가워지고 허해진다는 사실이다. 선조들은 이 현상을 음양의 불균형으로 진단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삼계탕과 개장국 같은 복날 음식이다. 오행 중 뜨겁고 강인한 화(火)의 성질을 지닌 닭고기와 인삼, 황기 등의 약재는 차갑게 내려앉은 내장을 따뜻하게 데우는 역할을 한다.
외부의 열기와 내부의 열기를 상응(相應)시켜 발한(發汗, 땀을 흘림)을 유도함으로써, 몸속에 갇힌 체내의 열기를 밖으로 밀어내는 원리다. 이는 자연의 섭리와 인체의 생리적 특성을 일치시켜 자생적(自生的)인 균형을 도모하는 고도의 ‘화(火) 대 화(火)’ 조화법이다.
■ 수(水)와 토(土)로 화(火)를 억제... 상극과 상생
반면, 치솟는 화기를 다른 기운으로 억제하고 조화를 꾀하는 방식도 사용됐다. 대표적인 것이 음력 6월 보름인 유두절에 먹던 팥죽과 제철 과일인 수박, 참외다.
오행학설의 상극(相克) 원리에 따르면, 물이 불을 끄는 ‘수극화(水克火)’ 법칙이 있다. 유두절에 먹는 팥은 외형적으로 붉은색을 띠어 화(火)에 속하는 듯하지만, 인체 내에서는 신장(水)을 자극해 수분 대사를 원활하게 만든다. 즉, 몸 안에 쌓인 열독과 불필요한 수분을 소변으로 배출시켜 체온을 내리는 ‘수극화’의 기전이 작용하는 방식이다.
또한, 여름철 대표 과일인 수박은 그 자체로 거대한 수(水)의 결정체로서 심장의 과열된 불길을 직접 식혀준다. 노란색 참외는 오행 중 흙의 기운인 토(土)에 해당한다. 불이 흙을 살리는 ‘화생토(火生土)’의 원리에 따라, 여름의 열기(火)를 소화기(土)의 기운으로 흡수·전환하여 지친 위장을 편안하게 다스리는 지혜가 숨어 있다.
여름철 보양은 단순히 기(氣)와 혈(血)을 보하는 행위가 아니었다. 뜨거운 음식으로 속을 데워 안팎의 음양을 맞추고, 시원하고 서늘한 기운의 음식을 적절히 배치해 넘치는 화기를 조율하는 지혜로운 방법이었다.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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