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 도가(道家)의 경전 중 하나인 《열자(列子)》 탕문편(湯問篇)에 수록된 관슬지기(貫蝨之技). 아주 작은 것까지 놓치지 않고 꿰뚫어 보는 '지극히 정밀하고 탁월한 기술'이나 '고도의 집중력'을 비유하는 용어로, 위대한 성취를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자질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관슬지기 천하의 명궁이 된 기창(紀昌)의 고사(故事)를 소개한다.
옛 중국에 감승(甘蠅)이라는 명궁(名弓)이 있었는데, 달리는 짐승이나 나는 새를 쏘아 빗맞히는 일이 없었다. 감승의 제자인 비위(飛衛)는 스승보다 더 뛰어난 활솜씨를 지녔다고 전해진다.
비위 또한 스승과 마찬가지로 달리는 짐승이나 나는 새를 쏘아도 거의 빗나가는 일이 없었다. 이 소문을 들은 기창이라는 사람은 비위를 찾아가 활 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청했다. 비위는 활을 잡기 전에 먼저 눈을 깜박이지 않는 법을 익히고 오라고 했다.
기창은 집으로 돌아가 아내가 베를 짜는 베틀 밑에 누워서 왔다 갔다 하는 북을 바라보며 눈을 깜박이지 않는 훈련을 시작했다. 2년이 지나자 송곳 끝이 눈앞에 와도 눈을 깜박이지 않게 되었다. 기창은 다시 비위를 찾아갔다. 비위는 아직 부족하다며 “작은 것이 크게 보일 때 다시 오라”고 했다.
이에 기창은 가는 털에 이(蝨)를 묶어 창문에 매달아 놓고 매일같이 바라보았다. 열흘이 지나자 이가 조금씩 크게 보이기 시작하더니 3년이 지난 뒤에는 마치 수레바퀴만큼 크게 보였다. 기창은 작은 활과 화살을 만들어 이를 쏘아 명중시켰고, 스승을 찾아가 그 사실을 알렸다.
비위는 초인적인 집념으로 관슬지기를 이룬 제자의 신기(神技)에 감탄하며 기창을 천하 최고의 명궁으로 인정했다. 기창의 우직한 성실함과 인내가 최고의 결실을 맺은 것이다.
수많은 정보와 자극 속에서 집중과 깊이가 부족하고 가시적 성과에만 매달리는 이 시대에, 기창의 우직한 항심(恒心)은 긴 여운을 선사한다.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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