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국책금융기관 한국산업은행(산은)이 문재인 정부 초기, 중국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시행됐던 공항 사업에 1억 3천만 달러(약 1888억원)를 투자했지만 공항 대주주인 하이난(HNA)그룹의 부도로 투자금을 그대로 떼인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산은은 하이난그룹의 투자 리스크를 미리 파악했으나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
‘메일경제’ 등에 따르면 산은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중 하나인 하이난성 하이커우 국제공항 확장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위해 사모펀드 ‘KDB-IAP 일대일로 사모투자합작회사’를 조성한 후 하이난그룹에 투자금을 2017년 7월 13~14일 송금했다. 감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산은은 하이난그룹의 부채 규모를 알고 있었으나 투자를 강행했다.
산은은 2017년 1월 하이난국제공항공사가 약 67억9000만위안(약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그룹 부채에 얽혀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2017년 6월에는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가 공격적으로 해외 인수합병(M&A)을 벌인 하이난 그룹 등 5개 그룹에 대한 조사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는 외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산은은 투자를 강행했다. 산은은 “하이난그룹의 신용 등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를 만들고, 2017년 7월 3일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하이난 국제공항 프로젝트에 계획대로 투자하기로 했다. 하이난그룹은 2021년 1월에 파산했고, 산은은 2021년 3월 투자금을 손실로 처리했다.
산은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금융기관이다. 하지만 산은은 중국 기업에 사실상 사기를 당했음에도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고 사고를 불문에 부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하이난 국제공항 확장 프로젝트의 투자 경위와 사후 대응실태 전반을 재조사해 리스크 관리체계 등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투자 결정 프로세스를 개선하라”고 통보하고 조처를 내렸다.
다만, 감사원은 사고 발생 시점으로부터 오랜 시일이 지나고 관련자 대다수가 퇴직해, 산은이 사기를 당한 것인지 아니면 일부 임직원이 중국 측과 짜고 돈을 빼돌린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산은은 2021년 대우건설 매각 때 중흥건설의 요구로 인수가 2000억원을 깎아줘 산은이 1조3000억원의 손실을 보았는데도 자회사 임직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인 사실도 드러나 비판이 예상된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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