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방사회에서는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한의학 발상지인 중국에서는 한 과학자의 “한의학은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으로 한의사 자격제도를 취소하고 한의학 폐지론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전통의학의 미래를 걱정한 한의학 지지자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한의학 진흥을 호소하고 있다. 한의학의 존속과 폐지를 놓고 중국에서 나날이 논쟁이 격렬해지고 있다. ▶한국 세계 문화유산 신청에 자존심 상한 중국 2006년 2월, 중국은 전통의학 세계 문화유산 신청위원회 전문가 모임에서 한의학 이론, 요양, 진찰법, 치료법, 처방, 한약, 침구와 민족의학 등 모두 8개 내용을 중국 무형문화유산 중 전통의학 분야 첫 항목으로 신청했다. 당시 이런 한의학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은 중국 한의학계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중국의 많은 한의사(中醫師)는 한의학이 아직까지는 ‘유산’이 될 정도는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금년 10월, 한국이 ‘동의보감(東醫寶鑑)’을 세계 문화유산에 신청했다는 소식이 중국에 전해지자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단오절도 한국에게 이미 강탈당했는데 한의학도 강탈당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국의 한 한의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의학은 중국에서 전해져 온 것으로 중국에 뿌리가 있지만 지금의 중국인들은 한의학을 중요시하지 않고 서양 의학을 중시하고 있다. 이것은 스스로 한의학 종주국의 지위를 버리는 것과 같다. 한국은 전통 의학을 중시하며 국민들도 매우 한의학을 신뢰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공산당의 통치를 받지 않고 문화대혁명을 거치지 않았다면, 한의학은 중국에서 더 잘 보존되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역’에서 시작된 한방 폐지론 2004년 중국 칭화대(淸華大) 명예교수 양전닝(楊振寧)은 한 문화포럼에서 “‘주역(周易)’은 중화문화의 사고방식에 악영향을 주었고, 이 영향은 중국의 근대 과학이 발전하지 않는 하나의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중국의 전통 경전인 ‘주역’을 비판했다. 그는 50년 전 미국에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지만, 만년에 중국공산당의 초청으로 칭화대학의 명예교수로 임명됐다. 그는 자주 중공 정권을 찬미하는 발언을 했으며 당국에서는 그를 애국 과학자로 치켜 세우고 있다. 작년 11월, 82세의 양전닝 교수는 아내를 잃은 후, 54세 연하의 여성과 결혼해 중국 국내에서 격렬하게 비판을 받았지만 중공 당국은 오히려 이것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선전한 바 있다. 중국 내의 주역 학계는 양 교수의 발언에 곧바로 강하게 반발했지만 양 교수의 주역 비난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1개월 후, 양 교수는 칭화대학 고등교육 연구센터와 ‘과학기술의 중국’잡지사가 공동 주최한 ‘중국 전통문화가 중국 과학기술 발전에 미친 영향’포럼에 참가해 “주역에 연역법이 없는 것과 ‘천인합일(天人合一)’사상은 근대 과학이 중국에서 싹트는 것을 방해한 하나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포럼에 참석한 홍콩 중원(中文)대학 중국문화 연구소 천팡정(陳方正)교수는 즉시 “중국의 주류 문화는 향상심이 강하고 실용적이다. 중국 자신에게 과학적인 발전을 재촉한 것은 다름 아닌 한의학”이라는 관점을 표명했다. 그러나 양 교수는 “한의학은 자신의 전통 이론체계를 계속 주장하면 발전할 수 없으며 미래가 없다”라고 반론했다. 이와 같이 ‘주역’으로 시작된 논쟁이 한의학계로 확산됐다. ▶논쟁 확대, 네티즌 반격 양 교수의 주장은 결코 그 자신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둥베이재정경제대학(東北財政經濟大學)의 리리눙(李笠農)교수, 중난(中南)대학 과학기술사회발전연구소의 장궁야오(張功耀) 씨도 한의학의 ‘과학성’을 의문시하는 글을 발표했다. 특히 장궁야오 씨는 ‘한의학과 이별을 고하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한의학을 중국 국가의료시스템에서 퇴출시키자는 서명을 모으기까지 했다. 중국 과학원의 허쭤슈(何祚庥)는 10월 31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의학의 음양오행 이론은 비과학적”이라면서 “중국의 전통 문화는 90% 가치가 없다. 그것은 한의학을 보면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기공, 초자연 능력 등을 공격하는 말을 수차례 한바 있다. 한의학에 대한 부정이나 비판은 인터넷에서 즉시 네티즌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사실 몇년 전 부터 인터넷에서는 한의학의 가치를 묻는 글이 나올 때마다, 지지와 반대하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며 논쟁이 격렬했다. 이 논쟁에 참가한 것은 일반 인터넷 이용자만이 아니다. 한의학 고전서적 출판사의 전 편집장이며 중국 한방과학원의 연구원인 푸징화(傅景華) 씨는 이 논쟁에 “마음이 아프다”면서 “한의학이 과학적인지 아닌지 논쟁하는 것 자체가 인위적인 함정에 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의학은 생명을 연구하는 길로서 주로 생명 과정과 그 메커니즘을 인식한다. 한의학을 과학의 각도에서 인식하는 것은 잘못이다. 한의학의 인식 영역, 사고방식, 탐구 방법, 개념과 범주, 이론 강기, 실천 목표 등은 모두 인류 문명의 정수이며, 한의학은 하나의 이론체계로서 낮은 단계에서 근대 과학에 부합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한의학은 과학적일 뿐 아니라 오히려 과학 차원을 넘어 인체 과학을 포괄하고 있다. 한의학을 근대적인 과학으로 간주해 실험으로 정량화, 표준화, 객관화 즉 ‘서양화’ 하려는 생각은 근본적으로 착오이다. 이 ‘서양화’한 한의학이야말로 정말로 비과학적인 것이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얼빈 한약 제2공장은 ’한의학은 우리의 자랑‘이라는 슬로건을 만들어 전국에 한의학 진흥을 호소했다. ‘중국 한방의학신문’에 이 내용을 게재하고 일부 웹 사이트에도 이 내용이 실리자 이 내용을 보기 위해 방문한 네티즌이 1일 5만 명에 달했다. 조사 결과 한의학의 발전을 지지하는 사람은 90%였고, 한의학은 부작용이 적고 전반적인 치료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81%였다. ▶한방의료병원 원장 수백 명, 한의학 폐지론에 반격 얼마 전 충칭(重慶)에서 개최된 ‘전국 한방병원 발전대책 심포지엄’에서는 인터넷상으로 화제가 된 ‘한의학과 이별을 고하는 서명 운동’ 등 한의학 폐지 운동이 주 쟁점이 됐다. 베이징, 상하이, 광둥성 등에서 온 200여 명의 한방병원 원장들이 한의학 폐지론을 격렬하게 비판했다. 충칭시 한방병원 청딩룬(曾定倫) 원장은 “일부 음험한 속셈이 있는 사람들이 매스컴과 인터넷을 이용해 한의학을 폐지하는 어리석은 일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행위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한의학연구원의 쉔원(宣文) 원장은 “한방의료가 ‘과학적인가’라는 논쟁은 전혀 의의가 없다”며 미국에서는 한의학에 대한 수요가 해마다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권위있는 통계를 보면 최근 8년간 미국 국민들 중 대체의학(미국에서 ‘한의’를 포함한 기존 양방의학 이외의 의학을 지칭)의 치료를 요구하는 인원이 서양의학을 요구하는 인원을 훨씬 웃돌고 있다. 미국 현지의 많은 정형외과 의사, 이비인후과 의사, 내과 의사들이 점차 한의사로 전업하고 있다. 쉔원 원장은 “미국에서는 한방 치료에 서양 약품을 사용하면 의사 자격을 잃기 때문에 현지 한의사들의 의료 능력은 수준이 높다”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중국이 한의학을 보호하는 정책을 실시하지 않으면 20년도 채 안되어 중국 한의계는 해외 한의계에서 한의학의 근간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독자적인 한방병원을 미국에 개설할 예정임을 밝혔다. ▶한의학 지위를 위협하는 것은 한의계 자신 한의학에 반대하는 학자들은 흔히 “한의학의 근본 이론을 뒷받침하는 근대 과학이론이 없다”고 거론한다. 그러나 이론상의 의혹 뿐 이라면, 한의학계는 아직 큰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한의학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한의계 자신이다. 어느 통계에 의하면, 민국 초기 중국에는 80만 명의 한의사가 있었고 1949년에 50만 명, 2005년에 27만 명으로 감소했다. 일부 지역과 현(縣) 한방병원에 대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 병원들 중 탕약 처방전을 할 수 있는 한의사는 10% 밖에 안 되었다. 즉 중국에서 한의학 이론으로 진료할 수 있는 한의사가 불과 3만 명에 불과한 것이다. 중국 한방의과학원 부속병원 천뤄자(陳珞珈) 원장이 2006년 2월 ‘인민넷’과 인터뷰한 내용에 의하면, 전국 2937곳의 공립 한방병원 중에서 경영이 ‘나쁘지 않다’고 답한 곳은 30%로, 대부분 한방병원은 ‘경영이 매우 어렵다’고 응답했다. ‘나쁘지 않다’고 답한 병원조차 대부분이 서양 치료법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한의원 원장은 솔직하게 “현재 한방병원은 극히 소수의 의사가 한의학 치료 방법을 고수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이미 양방병원 혹은 중서의(中西醫) 병용 병원으로 바뀌어, 병동 내에서는 한약 처방 비율이 낮으며 양방 치료 혹은 서양 의학과 한의학을 절충해 진료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한의과 대학에서는 한의학의 ‘서양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학생들 수업 내용의 상당수는 서양의학이고 한의학 서적은 선택 과목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한의학 박사도 한의학 경전인 ‘황제내경’조차 읽지 않고 있다. 충칭시 한방의원의 청딩룬 원장은 “한의과 학생들에게는 영어 검정시험이 있기 때문에 매일 영어 단어를 암기하는데 바빠 한의학을 공부할 여유가 없다. 이런 학생들은 결국 한의학에도 서양 의학에도 정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한의사 면허시험 내용은 주로 서양 의학의 내용이며 4년간의 양방 의학원 학력이 없으면 응시자격도 없다. 한의학은 전통적으로 스승이 제자에게 직접 전하는 도제식 교육을 취했으며 이러한 교육을 받고 임상 경험이 풍부한 한의사 상당수가 학사 학력이 없어 개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수많은 한의학 의술과 비방이 노년 한의사들의 사망에 따라 점차 맥이 끊어지고 유실되고 있으며 대학에서는 학위 취득을 위한 가짜 한의학 논문이 횡행하고 있다. 對중국 단파방송 - SOH 희망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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