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홍콩 당국이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당시 만들어진 노래 '글로리 투 홍콩(Glory to Hong Kong)'을 금지곡으로 추진 중인 가운데, 금지곡이 되기 전에 내려 받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글로리 투 홍콩'은 작자 미상의 노래로 홍콩의 독립을 지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반중파 시민 사이에서 일종의 ‘국가(國歌)’로 여겨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홍콩 법무부는 6일 ‘선동적인 의도를 갖거나 다른 이들에게 독립을 부추기려 하는 자가 '글로리 투 홍콩'을 연주, 재생산하는 것을 금지해달라’는 신청을 고등법원에 제기했다.
법무부가 신청한 금지 명령에는 △'글로리 투 홍콩'이 홍콩 국가로 오인되게 만드는 상황이나 △홍콩이 독립국가이며 고유의 국가(國歌)를 갖고 있다고 암시하는 방식으로 연주되는 것 △이 노래의 가사와 멜로디를 원곡과 실질적으로 유사하게 각색하는 것 등이 담겼다.
이런 가운데, '글로리 투 홍콩'은 최근 홍콩 아이튠즈 차트에서 이틀간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지곡이 되기 전에 다운로드 하려는 사람들이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홍콩 당국은 이번 추진에 대해 독립을 부추기려 하거나 타인을 선동하는 사람이 이 노래를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홍콩에서는 2020년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공공장소에서 이 노래를 부른 사람들이 연행되는 등 이미 금지곡 취급을 받고 있다.
홍콩 법무부의 금지 명령 신청이 승인되면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첫 금지곡이 된다.
이번 조치는 '글로리 투 홍콩'이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잇달아 '홍콩 국가'로 오인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 국가' 논란은 지난해 11월 한국 인천에서 열린 '2022 아시아 럭비 세븐스시리즈' 한국-홍콩 결승전에서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 대신 '글로리 투 홍콩'이 연주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해프닝은 아시아럭비연맹으로부터 홍콩 국가 연주 테이프를 전달받지 못한 대한럭비연맹 스태프가 인터넷에서 '홍콩 국가'를 검색해 뜬 '글로리 투 홍콩' 파일을 내려받아 틀면서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후 △두바이 '아시아 클래식 파워리프팅 챔피언십' 시상식(작년 12월)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사라예보에서 열린 아이스하키 월드 챔피언십(올해 2월)에서도 '글로리 투 홍콩'이 홍콩의 국가로 연주됐다.
이 같은 해프닝은 구글, 유튜브 등 검색 엔진에서 '홍콩의 국가'를 검색할 경우 '글로리 투 홍콩'이 상단에 뜨는 것과도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홍콩 반정부 시위대가 이 노래를 '홍콩의 국가'로 부르는 가운데, '홍콩 국가'와 관련해 이 곡이 그간 가장 많이 검색됐고 관련 게시물 역시 많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이에 홍콩 정부는 앞서 구글에 '홍콩 국가'를 검색하면 반정부 시위 노래가 상단에 뜨는 결과를 수정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홍콩 당국의 이번 조치로 홍콩 내 표현의 자유가 한층 더 악화되면서 중국공산당에 대한 홍콩인들의 반감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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