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당 태종은 불교를 장려하고 수륙대회를 열게 하다-20회
[SOH] 지난 시간 당 태종은 저승에서 이승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시간 당 궁정에서는 문무 대신들이 동궁 태자를 호위한 채 황후와 비빈, 궁녀들 및 시종들과 더불어 백호전에서 애도 의식을 거행하는 한편 천자가 승하했다는 조서를 천하에 내리고, 태자를 보위에 올리는 일을 의논했습니다. 그 때 위징이 나서며 말했습니다.
위징 :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온 나라에 조서를 내렸다가 뜻밖의 변괴라도 생길지 모르니, 하루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우리 폐하의 영혼은 반드시 되돌아오십니다.”
대신 : “어허 위재상은 참으로 괴이한 말씀을 다 하십니다. 예로부터 ‘쏟은 물은 다시 담기 어렵고 가버린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귀공은 어째서 터무니없는 말로 인심을 소란 시키려는 겁니까?”
위징 : “터무니없게 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만 나는 어려서부터 선술을 배워 사람의 신수를 볼 줄 압니다. 우리 폐하께서는 절대 승하하신 게 아닙니다.”
태종 : “게 누구 없느냐? 숨이 막혀 죽을 것 같구나.”
문무 대신들과 황후 비빈들은 겁에 질려 낯빛이 늦가을 누런 뽕잎같이 되고, 왕자들의 풀어진 다리는 상장막대에 의지해 흐느적거렸으며, 혼비백산한 시종장들은 두건을 싸진 채 고개를 처박고 있었고, 비빈들은 제풀에 놀라 넘어지는가 하면, 궁녀들은 광풍에 넘어진 부용꽃같이 엎어질 듯 허우적거렸습니다. 백호전이 난장판이 된 듯 뒤죽박죽 야단법석이 난 사이 사람들은 하나 둘 그 자리를 피해 달아나 버리고 정직하고 강직한 서무공과 위징 등의 몇 사람만이 남아 관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서무공 : “폐하! 마음에 걸리시는 일이 있으시면 저희에게 분부를 내리소서! 유령으로 나타나 권속들을 놀라게 하셔서는 안 됩니다.”
위징 : “유령으로 나타나신 게 아니오. 이건 폐하께서 환생하신 거요. 빨리 연장을 가져 오시오!”
관 뚜껑을 열자 태종은 그 안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습니다.
태종 : “오! 누가 나 좀 구해다오. 짐이 물에 빠져 죽을 것 같구나!”
위징 : “폐하! 안심하소서. 폐하는 무사히 이승으로 돌아오셨습니다. 다만 귀신의 기운이 채 사라지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축하합니다 폐하.”
위징은 급히 태의를 불러들여 ‘안신정백제’란 탕약을 달여 올리게 한 다음 미음상을 준비시켰습니다. 태종이 탕약과 미음을 먹고 점차 본 정신으로 돌아온 것은 승하한 지 꼭 사흘 낮 사흘 밤 만이었습니다.
만고의 강산 몇 차례나 변하고 변했으며
역대의 승패 또한 얼마나 거듭되었던가?
주 · 진 · 한 · 진 나라에 희귀한 일 많다지만
그 누가 당태종마냥 죽었다 되살아났더냐?
태종이 의관을 갖추고 금란전에 나아가니 문무백관들이 일제히 만세를 부르면서 반열에 따라 동서로 갈라섰습니다.
태종 : “용건이 있는 자는 앞으로 나와 상주할 것이며 일이 없는 자는 물러가도록 하라.”
성지가 내려지자 동쪽 반열에서 서무공, 위징, 왕규 등이 나오고 서쪽 반열에서 은개산, 마삼보, 설인귀 등이 나와 일제히 백옥 층계 앞에 엎드렸습니다.
대신들 : “폐하! 전날 밤엔 어찌하여 그처럼 오래도록 꿈을 꾸셨습니까?”
태종은 꿈속에서의 경과를 신하들에게 자세히 들려주었습니다. 태종의 이야기를 들은 신하들은 너나없이 축하의 예를 올리고, 부·주·현의 관원들에게 포고를 내려 기쁨의 축하문을 올리도록 했습니다. 태종은 전국에 대사령을 내려 옥에 갇힌 중죄인들을 다시 심리해서 사면할 사람은 사면하고 사백여명의 사형수에게는 집으로 돌아가 부모형제를 만나보고 가산정리를 한 다음 내년 이맘때에 다시 출두해 받아야할 처벌을 받도록 했습니다. 또 ‘외로운 이들을 구휼한다.’는 방문을 내걸고, 궁중의 궁녀 가운데 나이가 많거나 어린 이들 삼천육백 명을 조사하여 군인들과 짝지어 주었습니다. 그로부터 궁중 안팎은 아주 평화로웠습니다.
당나라 태종의 크나큰 은덕에 만백성 요순의 시대 다시 만났나?
사백의 사형수 옥에서 풀려나고 삼천의 원녀들 궁전을 나섰네.
천하의 관원 만세 부르고 조정의 대신 무강을 비는데
상감의 어진 정치 하늘이 도와 음복은 길이 대대로 전해가누나.
뒤이어 태종은 천하에 방문을 냈는데 그 전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하늘의 땅이 아무리 넓다 해도 해와 달은 구석구석 비쳐주고 우주가 아무리 크다 해도 천지는 간악한 무리를 용납지 않는다. 마음 쓰고 수단 부려도 인과와 보응은 이 세상에만 있는 게 아니며 널리 펴고 적게 구한대도 복은 후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천 가지 못된 계교는 본분이 사람됨만 못하고 만 가지 강한 무리들도 인연 따라 절제함만 못하다. 마음으로 자선을 행할 수 있을 것 같으면 구태여 경문에 힘써 무엇 하며 속으로 사람 해칠 뜻이 있다면 여래의 경문을 읽은들 무슨 소용이랴?"
이때부터 세상에는 선을 행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태종은 방문을 내걸어 저승 관청에 과일을 진상할 착한 이를 찾아 호박을 전달하는 한편 금고에서 금은 한 곳간 분을 꺼내 위지공과 호경덕에게 하남 땅 개봉부에 내려가 상량을 찾아 빚을 갚게 했습니다. 상량은 원래 물장사가 본업이었지만 아내인 장씨와 함께 성문 근처에서 검은 옹기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면서 조금이라도 남는 돈이 있으면 모두 탁발승에게 보시하거나 금은 색으로 만들어진 지전을 사서 불살라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조상했습니다. 이런 선행이 이승에선 가난뱅이였지만 저승에선 금과 옥에 묻힐 만큼 큰 부자로 되어있었습니다. 상량은 위지공이 많은 금과 은을 가지고 찾아와 태종의 저승에서의 일을 자세히 설명하며 그 빚을 갚으러 왔다고 하였으나 “소인은 죽어도 받지 못하겠습니다.”라고하며 한사코 밀어내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사람을 보내 태종에게 사실대로 상주했습니다.
태종: “이야말로 기특한 자선가로구나!”
태종은 못내 감탄하며 호경덕에게 가지고 간 금은으로 생사당을 세우고 승려를 불러다 경을 읽힘으로써 빚을 갚는 거나 다름없게 해주도록 명령했습니다. 교지가 도착되던 날 호경덕은 교지의 취지를 백성에게 널리 알리고 시각을 지체함 없이 사원을 지어 ‘칙건상국사’라 이름 붙이고 왼편에 상량부부의 생사당을 짓고 ‘위지공의 감독으로 건축하다.’라는 비석을 세웠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대상국사입니다. 사원이 준공되자 태종은 매우 기뻐했습니다. 태종은 또한 관료들에게 승려를 초청해 수륙대회를 열어 저승의 외로운 영혼들을 구제한다는 방문을 내걸게 했습니다. 천자의 방문이 전국에 전해지자 각지의 관원들은 덕망 높은 승려들을 추천해 장안의 법회에 참석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한 달 정도 지나자 전국의 고승들은 빠짐없이 다 모이게 되었습니다. 당태종은 위징과 소우, 장도원으로 하여금 승려들 중 큰 덕을 갖춘 고승 한 분을 뽑아 당주로 삼고 도량을 건설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럼 덕이 가장 높은 고승으로 선택된 그 분은 누구일까요?
근본에 정통한 금선 장로
부처님 전도에 마음이 없어
몸소 온갖 수난 겪어보려고
천계에서 전세로 내려왔거니.
태를 빌려 태어나기도 전에
악당의 손에 걸려들었더라.
아버지는 해주장원 진광예요
외조부는 조정의 재상이건만
불우한 운명이 강물에 떠서
물결 따라 정처 없이 흘러가더니
바다 섬의 금산사와 인연이 있어
천안화상 어린 몸 길러주었네.
열여덟 살에 어머니 되찾고
서울 가서 외조부 만나니
은개산은 군사를 일으켜
홍주의 악당을 요절내었네.
죽었던 아버지 광예는 되살아나
부자간은 기쁘게 서로 만나고
다시금 천자님의 은혜를 입어
그 이름 세상에 널리 떨칠 때
관록 대신 중이 되길 원해
홍복사 불문에서 도를 닦으니
아명은 강류, 불문의 아들
법명은 다름 아닌 진현장이라네.
세 대신은 현장을 인도해 어전에 나아가 큰절을 올렸습니다.
대신 : “신들은 어명을 받들어 고승 진현장을 선발했습니다.”
태종 : “그대는 어디서 본 듯한데 혹시 학사 진악의 아들 현장이 아니가?”
현장 : “예. 바로 그렇사옵니다.”
태종 : “과연 제대로 추천했도다. 참으로 덕행이 높고 선심이 있는 승려로다. 짐은 그대에게 좌승강과 우승강 그리고 천하대천 도승강의 직함을 주겠노라.”
현장은 머리를 조아려 성은에 사례하고 대천의 관직을 수여받았습니다. 태종은 오색 금가사 한 벌과 비로모를 현장에게 하사했으며 고승의 본보기가 되어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현장은 그 길로 화생사로 가서 고승을 모아들려 선탑을 마련하고 법연의 준비를 갖추었습니다. 이때 모여든 고승은 무려 천이백 명이나 되었습니다. 이 해의 구월 초사흗날이 황도길일이라 49일 동안의 수륙대회는 이날부터 거행하기로 하고, 태종에게 글월을 올려 천자님을 비롯해 문무백관이며 국척 황친들께서 법회에 납시어 향을 피우고 법문을 들어주십사고 상주했습니다.
그러면 태종황제의 의향은 어떠한 것일까요?
-2023년 8월 14일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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