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상상할 수 없었던 아름다움과 예술의 나라
이길주·한종만·한남수 지음/
320면/ 12,900원
타산지석 <5>
러시아는 높은 지명도에 비하여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나라이다. 어느 나라든지 장단점은 있지만 러시아는 유독 인터걸, 마피아, 빈곤 등 부정적인 면이 깊게 인식되어 있다.
이 책은 러시아의 역사와 문화, 사회 전반에 대한 폭넓은 접근으로 러시아 사람들의 낙천성과 종교적인 삶, 생활 곳곳에 배어 있는 예술성과 낭만 등 러시아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3인의 러시아 전문가들에 의해 저술된 이 책은 생생한 경험과 전문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하여 쉬우면서도 흥미롭게, 그리고 러시아를 제대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경의선이 개통되면, 유럽은 물론 드넓은 대륙의 나라 러시아의 위상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유럽이면서도 그리 멀지 않은 나라 러시아, 서구적인 외모를 지녔으면서도 동양적인 천성을 지닌 러시아 사람들, 우리에게 러시아는 과연 어떤 나라인가?
책소개
저자소개
차례
책속으로
언론서평
주말 책방 (인터넷교보)
책 소개
1부(러시아, 러시아 사람들)에서 러시아의 자연 환경과 기후,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하여 그들의 기질과 문화를 말한다. 2부(러시아의 역사와 유물)에서는 대국의 면모와는 달리 1,000년에 불과한 그들의 역사를 살펴보고, 역사 속 권력자들의 위용을 짐작케 하는 화려한 유물을 찾아가 러시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3부(러시아로의 산책)에서는 러시아 가정으로의 초대와 익숙한 문학 작품으로의 산책을 소개하여 그들의 정서와 문화의 작은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는 세심함이 돋보인다. 마지막으로 어학 연수와 유학을 계획하는 이들을 위한 부록을 실어 구체적인 계획과 이해를 돕고 있다.
삶의 기쁨을 아는 사람들
평생 이빨 한 번 닦지 않는 게으름뱅이도 문학을 논할 정도로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 초대를 받으면 산딸기 잼이나 저린 오이 등 소박한 선물을 들고 세상에서 가장 명랑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 건배를 하며 누구나 시적인 축사 하나쯤은 읊을 수 있는 사람들, 사우나를 마치면 정령들을 위해 곳곳에 물을 남겨두는 사람들…. 이처럼 러시아 사람들은 정과 낭만이 넘치고 자신의 삶을 아기자기하게 즐기며 사는 사람들이다.
엄격한 사회 규율 속에서 억압되고 빈곤하게 살 것이라는 상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오히려 그들은 과거 공안 정치에 시달린 우리보다 더 자유로운 사고 방식을 갖고 있으며, 개인의 사생활도 철저히 보장되는 사회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여름 휴가와 겨울 휴가는 물론이고 단 1분의 휴식까지 꼬박꼬박 지켜가며 삶의 여유를 즐기며, 대부분의 러시아 사람들은 ‘다차 ’라는 텃밭을 가지고 야채를 즐겨 기를 정도로 자연 친화적인 모습을 보인다.
경제적으로는 국민들의 고충이 여전하고, 자본주의가 가져온 부작용이 존재하지만, 극심한 인플레로 빵 한 조각 구하기 어려웠던 전환기 때조차도 꽁꽁 얼어붙은 네바 강가의 새들을 위하여 빵을 나눠주는 따뜻함만은 간직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러시아 정교가 지배하는 나라
러시아 하면 떠올리는 선입견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종교에 대한 부분이다. ‘종교는 아편 ’이라는 사상이 소련 70년을 지배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러시아 전체를 지배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그때도 종교 활동을 했고 세례를 받았다. 지금도 기독교 정교는 그들의 정신 문화의 근간이 되고 있다. 러시아인들에게 정교는 우리의 유교와 마찬가지로 생활 깊숙이 배어 있는 습관과도 같다.
성(性)에 대하여 개방적인 러시아인들이 뜻밖으로 금욕적인 생활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것도 그들의 사고와 풍습이 정교화되어 있는 것에 기인한다. 공창이나 사창 제도가 없는 것도 ‘신이 원치 않는 일을 인간이 굳이 자신의 편의대로 제도화할 수 없다 ’는 정교적 사고 방식 때문이다.
러시아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 중에 ‘니체보(괜찮아)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러시아인의 낙천성을 알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말 역시 러시아 정교의 영향으로 파생되었음을 알 수 있다. 러시아 사람들은 재난과 고통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이며, 인내하는 것이 곧 하나님께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첩경이라 생각한다. 그들의 신에 대한 믿음은 심지어 ‘불행은 신의 축복 ’이라고 여기는 데까지 이른다.
예술의 열정이 숨쉬는 곳
차이코프스키, 샤갈, 볼쇼이 발레단,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푸쉬킨 등 수많은 예술가와 명작들이 탄생한 나라 러시아. 러시아를 예술과 연관시켜 보는 것은 그리 생소한 일이 아니다. 다만, 전국민적인 정서 자체가 예술의 열정이 넘쳐나고, 예술을 즐긴다는 것이 특이하다.예술 공연을 즐겨 관람하는 러시아 사람들, 이들은 비록 예술적 상식이나 이론이 탄탄하지는 않지만 작품을 나름대로 소화하고 느낄 줄 아는 사람들이다. 심지어는 전쟁이 한창이었던 시절에도 레닌그라드 ‘필하르모니아 ’의 연주회장은 수많은 인파로 초만원을 이뤘다고 한다. 완벽하게 설계된 박물관을 연상시키는 모스크바 지하철의 조각품들과 아름다운 벽화만 보더라도 러시아 사람들의 예술적 정열은 생활 곳곳에 존재한다.
특히 대영제국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예술 보물 창고로 꼽히는 에르미타쥬 박물관, 불균형에서 오는 완벽한 조화를 자랑하는 양파 모양 지붕의 바실리 사원 등 화려함의 극치를 뽐내는 유적들이 존재하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도시 전체를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도시에서 살아가는 러시아인들이 풍부한 감성과 예술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것은 어쩌면 특이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거리의 악사들조차 전문가 수준의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고, 보통의 러시아 사람들에게 그런 음악은 너무도 익숙하기만 하다.
소련 이후의 변화들
소련 이후의 러시아에 대한 이미지는 살벌해진 치안과 인터걸 마피아 등 부정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지난 10년 간 러시아에서 가장 영향력을 발휘하는 세력이 마피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마피아는 정치가와 공무원, 군부 심지어는 구걸하는 걸인에게까지도 세력이 뻗쳐 있다. 러시아 내무성 보고에 따르면 마피아가 모든 재화와 서비스 영역의 40% 이상을 통제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모스크바의 밤거리가 위험한 것은 아니다. 마피아는 일반인을 상대로 하지는 않는다.
몇 년 전부터 우리 국내에도 러시아 여성의 매춘이 문제시되고 있다. ‘인터걸 ’이라는 영화 이후로 마치 러시아 하면 성 매매에 대한 인식이 크게 자리잡고 있지만, 실제의 ‘인터걸 ’ 영화는 사회주의의 매춘 실태를 감각적으로 묘사한 영화가 아니다. 전환기에 러시아를 떠난 젊은이들에게 정체성과 애국심을 일깨우는 영화였지만, ‘러시아가 옷을 벗는다 ’는 식의 자극적인 홍보가 오늘날 러시아 하면 인터걸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남겼다.
이처럼 마피아와 인터걸 등이 외적으로 크게 부각된 소련 이후의 변화들이라면 내부적으로는 민족 문제가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모든 민족을 형제 자매로 묶었던 스탈린의 정책으로 소수 민족의 위상이 향상되었다. 그러나 소비에트 붕괴 이후 신흥 국가들의 주권이 회복되면서 그 동안의 설움을 앙갚음하려는 민족 간의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러시아 내의 소수 민족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실제로 아버지는 그루지야 인이고 어머니는 우크라이나 인인데, 정작 본인은 러시아에 태어난 한 젊은이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맞고 있다.
낙천적인 대국의 주인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러시아의 역사 중 상부에서 하부로 감행된 최초의 개혁인 ‘루시의 세례(988년) ’ 이후 러시아의 민중은 변화에 적응하는 법을 터득하며, 권력자에게 순응하는 삶을 살아왔다. 이 속에서 러시아 사람들의 낙천성은 스스로를 위안하며 고난을 이겨내는 힘이 되어왔다.??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인들이 피동적인 위치에만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240년 동안의 몽고의 압제에서 독립을 쟁취한 주체는 다름아닌 민중이었으며, ‘아버지 황제’를 향한 굳건한 믿음이 깨졌던 ‘피의 일요일’ 이후 전제 정치를 단절시킨 주체도 민중이었다.
러시아인들의 낙천성과 대국의 주인이라는 자부심은 이러한 그들의 역사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모습임에 틀림없다.
러시아의 국민 시인 푸쉬킨의 시들은 러시아의 넋을 완벽하게 담아낸 것으로 유명하다. 러시아 사람들의 기질과 특성을 이해하고서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푸쉬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읽어보면, 푸쉬킨이 왜 삶을 이렇게 표현하였는지, 왜 이 시가 러시아의 넋을 잘 표현한 것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은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버린 것 그리움이 되리니. ─ 푸쉬킨
지은이 이길주·한종만·한남수
이길주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어과와 통역대학원을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도스토예프스키를 연구하여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시베리아의 문화와 문학을 연구하다 그 곳의 대자연과 인간에 반해 시베리아 - 극동 연구의 바탕을 위한 한국시베리아학회를 발기하여 제1대 회장을 역임하였다. 최근엔 한국과 시베리아의 연계성과 그들의 토속 문화에도 관심이 있다. 현재 배재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가의 일기’에 나타난 장르의 실험과 유토피아의 모순>, <도스토예프스키의 민족주의와 반 유토피아 사상>, <도스토예프스키의 세계관 속에 나타난 유토피아의 부정과 긍정>, <도스토예프스키의 유럽 인상기> 등 다수의 연구물이 있다.
한종만은 경희대학교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독일로 건너가 뮌헨대학 경제학부에서 학사, 석사, 박사의 과정을 밟고 현재 배재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이다. 러시아 경제 흐름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전망하는 국내 몇 안 되는 중진 학자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소련과 러시아 - 정체성의 위기>, <러시아 정치의 이해>, <러시아·러시아인>, <21세기 러시아의 시베리아·극동 개발 전략>, <러시아의 지리> 등 다수가 있다.
한남수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건너가 그 곳에서 19세기 러시아 소설 문학을 공부했다. 한국 시베리아 센터 연구원. 논문은 <레스꼬프의 소설 『지나쳐간 사람들』과 쥬꼽스키의 운문 소설 『물의 요정』 비교 연구>, <시베리아 선교의 비화를 통해 살펴본 구원관 : 레스꼬프의 『세상 끝에서』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 역서로 솔제니친의 『이 잔혹한 시대의 내 마지막 대화』가 있다.
차례
머리말 삶의 기쁨을 아는 사람들
1부 _ 러시아, 러시아 사람들
가도 가도 끝이 없고 지금 가도 또 지금인 나라
사계절과 백야
죽음을 각오하고 맞이하는 러시아의 겨울
겨울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려고 잠시 나타나는 봄
러시아의 여름과 가을
백야
러시아 사람들의 기질
에로스 없는 사랑은 거짓말
그에 못지않은 금욕주의
작은 선물에 감동하는 사람들
가난하지만 삶의 기쁨을 아는 사람들
불행은 신의 축복
열정과 신앙
사라지지 않는 예술에 대한 열정
지상을 바라보는 러시아의 성화 ‘이콘’
신의 은총을 기도한 사기꾼
러시아 사람들의 삶
칭찬과 대화의 가정
러시아 부모의 아주 특별한 아이 사랑 방식
책 읽기를 권장할 필요가 없는 나라
러시아인과 술
사우나
러시아인들의 월급 수준은 얼마나 되는가
러시아인들의 개 사랑
부부 싸움
러시아의 교통
친구처럼 포근한 뜨람바이와 뜨롤레이부스
대중 교통의 제왕 지하철
뜻밖의 경험의 장소, 기차
새롭게 도약하는 러시아 항공 ‘아에로플로트’
불법 자가용 영업의 천국, 러시아 택시
보행자보다 자동차가 우선인 거리
아름다운 러시아 학교
내가 경험한 러시아의 초등학교 공개 수업
전인 교육의 산실 러시아의 일반 학교
적성과 능력에 따라 양성하는 공교육
영재 교육을 꿈꾸는 특수 학교
소련 이후의 변화들
파산과 함께 살벌해진 러시아의 치안
벼랑 끝에 서 있는 여인들
영화 ‘인터걸’
나는 누구인가요
루스키와 루시스키
구소련은 없다
러시아는 마피아의 천국인가
민주화의 열망과 빅토르 최
2부. 러시아의 역사와 유물
비교적 짧은 러시아의 역사
고대 러시아
키예프 루시
몽골 타타르의 압제
러시아의 심장, 모스크바
모스크바의 전제 정치
참칭자 사건
피터 대제의 대개혁
상트페테르부르크 건설
러시아의 자유주의 운동사
12월 당원들의 반란
잡계급 지식인들의 출현
20세기 혁명
러시아의 역사와 함께한 모스크바
크렘린, 모스크바 관광의 하이라이트
붉은 광장
그밖의 명소들
찬란한 문화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세계 문화 유산의 보물 창고, 국립 에르미타쥬 박물관
네바 강을 따라 이삭 사원으로
피터 요새
넵스키 대로 산책
네바 강 산책
도시 근교에 있는 유명한 관광지들
그밖의 명소들
3부. 러시아로의 초대
내가 추천하는 페테르부르크의 문학 산책 코스
무에서 유를 창조한 피터 대제 - 푸쉬킨의 <청동 기마상>
화려한 모피에 추악한 몸통 - 고골의 <넵스키 거리>
신과 인간의 비극 무대 - 그리바예도프 수로와 센나야 광장
폭풍우 속에서 행복 - 레르몬토프의 페체르고프 해변가
러시아 가정으로의 초대
가식은 금물
마음의 선물이 최고
옷차림은 단정히
말은 부드럽게, 행동은 경쾌하게
데미얀의 수프
아쉬움을 뒤로 하고
부록 1 성공적인 러시아 어학 연수를 위해
부록 2 러시아 유학을 꿈꾸는 젊은이들이게
찾아보기
참고문헌
책속으로
러시아인들은 ‘괜찮아’라는 말을 자주 한다. 러시아어로 ‘괜찮아’는 ‘니체보’라고 발음되며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나빠도 충분히 참을 수 있으며 참다보면 언젠가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내포된 말이다. ‘너 어떻게 지내?’라고 물으면 상대방은 ‘니체보’라고 대답하거나 혹은 ‘니체보, 프쇼 프 빠랴드케(괜찮아, 모든 것이 잘 될거야)’라고 대답한다. 상황이 나쁜 경우에도 그들의 ‘괜찮아’는 계속 된다. 대개 ‘니체보 하로쉐보’(좋을 게 전혀 없네)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현재 상황을 부정적으로 표현한 말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좋은 일이 없고 나쁜 일이 많으나 상황의 반전을 관망하며 기다린다는 말의 의미가 강하다.
러시아의 역사를 추적해보면 ‘괜찮아’는 러시아의 국교인 정교를 통해 물려받은 것임을 알 수 있다. 러시아인들은 인내와 희생의 정신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가난을 죄’라고 생각하지 않고 재난에 초연하면 능히 재난을 극복할 수 있으며 고통을 인내하는 것이 바로 하나님께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첩경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P49
우리는 대개 러시아에 대해 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러시아인들을 강하고 무서운 사람들로만 알았었다. 그런데 그들은 참 복잡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금욕주의자들처럼 경건하고, 카사노바처럼 천하의 바람둥이며, 햄릿처럼 진지하고, 돈키호테처럼 중구난방이다.
하지만 그들을 묶어주는 사상이 하나가 있는데 다름 아닌 러시아의 정교이다. 물론 종교와 거리가 먼 사람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들도 자기 행동의 옳고 그름을 정교 사상을 통해 묻곤 한다. 물론 모든 러시아인들이 정통 정교 율법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성경이 말하는 바를 제 멋대로 왜곡해 잘못된 자기 행위의 정당성을 불어넣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나는 왠지 그런 모습이 그다지 나쁘게만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선과 악이 공존하는 현실이라면 신 앞에 온갖 핑계를 대며 떳떳해하면서도 속으로는 은연중에 자성하고 성찰하는 그들의 모습이 좋게 느껴졌다. -P70
그들은 단순히 ‘생일을 축하합니다’ 식의 간단한 건배의 표현이 아니라 적어도 1분 이상 축하의 말을 하며 자신의 개인기를 발휘한다. “사랑하는 나타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친구들과 함께 진심으로 네 생일을 축하한다. 모든 만물이 촉촉한 봄비를 맞아가며 겨울의 깊은 잠을 깨어 대지의 축복을 받는 계절에 태어난 네가 어느새 이처럼 아름답고 지적인 여자로 자라 오늘을 맞이했구나. 앞으로 네 앞길이 지금처럼 늘 행복하기만 바라겠다. 네 인생이 언제나 활기차고 아름답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항상 수호 천사가 너와 함께 하기를 바라면서 다시 한번 너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축사는 대략 이런 식이다. -P95
러시아에서 가장 골머리를 앓는 문제가 바로 민족 문제이다. 약 70년 전에 소련 전역에 살고 있는 주류와 비주류 민족들을 마구잡이로 뒤섞어 모든 민족들을 형제, 자매로 만들겠다는 스탈린의 ‘소수 민족 이주 정책’이 지금도 해결되지 않는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언젠가 러시아의 텔레비전 방송에 각 민족을 대표하는 대학생들을 초대해 소련 해체 후의 민족 분규 사태를 비롯해 젊은이들의 정체성 문제를 토론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루지야 계의 젊은 대학생이 이런 하소연을 했다.
“아버지는 그루지야, 엄마는 우크라이나인이에요. 저는 러시아에서 태어났지요. 그럼 저는 누구인가요?” -P154
1905년 1월 9일 아침, 엄청난 군중들이 넵스키 대로와 원로원 광장 등을 비롯해 페테르부르크 곳곳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14만 명을 웃돌았다. 군중들은 어린아이들에게 예쁜 때때옷을 입히고 손에는 황제의 초상화와 ‘이콘(성화)’을 들고 모두 다함께 ‘신이여, 황제를 보호하소서’라는 찬양을 불러대며 황궁을 향해 행진하였다. 민중들은 분명히 아버지 황제께서 자신들의 불만을 들으시고 모든 고통을 일시에 해결해주실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황제는 도심 도처에 가장 용맹하고 잔인하기로 소문난 카자크 기병대를 배치해놓고 있다가 그들에게 일제히 발포의 명령을 내렸다. 그로 인해 1,000여 명이 죽고 4,000여 명이 중상을 당하게 되었다. 그제서야 러시아의 민중들은 황제가 자신들의 아버지가 아니며 자신들을 지켜주는 데에는 관심도 없는 존재임을 분명하게 깨닫게 되었다. ‘피의 일요일’ 사건으로 인해 러시아에는 황제에 대한 불평과 불만의 목소리가 극에 달하게 되었다. -P219
러시아의 우화 작가 크릴로프의 《데미얀의 수프》를 보면 데미얀의 초대를 받은 친구가 너무나 많은 음식을 먹은 나머지 다음부터 그의 집에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차려놓은 음식을 강권하는 데미얀과, 이를 거절하다 죽기 살기로 먹어대야 했던 친구의 이야기가 압권인 이 우화는 러시아인들의 넉넉한 인심을 잘 묘사하고 있다. 크릴로프의 우화처럼 러시아 가정에 초대받는 날에는 죽기 살기로 먹어대어야만 한다. 러시아인들은 흔히 우리가 말하는 대로 상당히 ‘손’이 크다. 그들은 준비할 수 있는 모든 음식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준비하여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놓아야 직성이 풀린다. 손님들은 그런 음식들을 모두 맛있게 먹는 것이 예의이자 의무이다. -P303
언론서평
한겨레신문 2003-07-12
책속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여름휴가 날짜를 잡아놓고 해외여행을 벼르고 있는 이들을 겨냥한 책들이 나란히 나왔다. 『이희수 교수의 지중해 문화기행』, 『러시아, 상상할 수 없었던 아름다움과 예술의 나라』, 『기차 타고 지구 한바퀴』가 그것이다.
『…지중해 문화기행』에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이슬람 전문가인 이희수(한양대 문화인류학 교수)씨가 안내하는 대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지중해 문화의 고갱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미 전작 『세계 문화기행』에서 지중해와 오리엔트·중동에서 출발해 인도,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남미의 마야, 잉카문화까지를 아울러 소개했던 지은이는 이 책에서 지중해에 연한 나라의 문화와 사람들 얘기를 좀더 소상하고 촘촘하게 풀어놓았다.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리비아, 이집트 등 10여나라를 20여년에 걸쳐 현장 답사했던 지은이의 발길을 따라가다 보면 “문화는 섞일수록 아름다우며 섞일수록 발전한다”는 지은이의 지론에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러시아, 상상할 수 없는 아름다움의 나라』는 요즘은 흔히 ‘마피아’니 ‘인터걸’이니 하는 식으로 부정적인 소문들로 다가오는 러시아라는 거대한 나라의 ‘속살’을 경쾌발랄하면서도 깊이 있게 소개한다. 러시아 문학과 정치·사회 등을 탐색해온 연구자 3명이 러시아에서 살았던 체험담을 녹여 함께 쓴 책이다.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강>의 남자 주인공이 이웃집 유부녀와 나누었던 관능적 사랑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들려주는 그 후예들의 관능적 면모가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개방된 성생활을 즐기지만 성을 사고파는 매춘은 실제로는 아주 드문 나라, 휴가와 휴식시간이라면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사람들의 나라, 전쟁중에도 레닌그라드 ‘필하르모니아’의 연주회장이 초만원을 이뤘던 나라의 이런저런 면면이 모습을 드러낸다.
『기차 타고 지구 한바퀴』는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의 열차를 타본 10년여의 경험을 녹여놓은 체험기다. 세계여행의 알뜰한 동반자가 될 철도의 알짜 코스에 대한 정보들이 또박또박 담겼다.
조선일보 2003-07-12
장대한 기골, 무신론자, 일하는 기계, 규율에 갇힌 조직인, 냉정한 감시자…. 문학·경제를 전공한 러시아 전문가들은 개인적 경험을 동원해 러시아인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는다.
그토록 소중한 '빵'을 네바 강변 새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에서 삶의 기쁨을 아는 낙관적인 모습을 들춰내고, 자본주의 체제의 필연적 산물인 '마피아'는 조직의 이권에 장애가 되는 인물을 과녁으로 삼기에 "모스크바 밤거리가 뉴욕의 그것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말한다. 부제 '상상할 수 없었던 아름다움과 예술의 나라'.
중앙일보 2003-07-12
러시아 사람들의 낙천적 삶
러시아(이길주·한종만·한남수 지음, 리수, 1만2천9백원)=러시아의 역사·문화·예술을 훑어본다. 또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씨를 소개한다. 평생 양치질 한번 하지 않는 게으름뱅이도 문학을 얘기할 정도로 책을 많이 읽는 곳이 러시아란다. 극도로 궁핍한 가운데서도 `괜찮아`를 잊지 않는 그들의 낙천성을 주목한다. 연수·유학 정보도 함께 실었다.
경향신문 2003-07-12
러시아 상상할 수 없었던 아름다움과 예술의 나라(이길주 외)=3명의 전문가가 러시아 역사와 문화·사회 등 러시아의 진면목을 드러낸다. 리수·1만2천9백원
한국일보 2003-07-12
러시아 이길주 등 지음. 전문가 3인이 쓴 러시아 입문서. 자연과 역사, 러시아인의 기질과 문화를 두루 소개하고 유학 정보도 실었다. 리수 1만2,900원
연합뉴스 2003-07-14
<아름다움과 예술의 나라, 러시아>
(서울=연합뉴스) 함보현 기자 = 세계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없는 보통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러시아와 러시아인에 대한 이해를 돕는 `러시아 입문서'가 나왔다.
한국시베리아학회 초대 회장인 이길주씨를 비롯 한종만, 한남수씨 등 러시아 전 문가 세 명은 <러시아. 상상할 수 없었던 아름다움과 예술의 나라>(리수 刊)를 펴냈다.
`러시아, 러시아 사람들' '러시아의 역사와 유물' '러시아로의 초대' 등 3부로 구성된 이 책자는 특히 방대한 러시아의 역사를 사건과 인물위주로 체계적으로 간략하게 기술하고 저자가 직접 러시아에서 부딪힌 실제 경험을 토대로 러시아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세계관을 풀어놓고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저자는 과거 공산주의 소련정권의 이미지에서 러시아인들이 매우 경직되고 퉁명스러울 것 같은 선입견을 가진 사람이 없지 않지만 정작 러시아인들 만큼 정과 낭만, 예술적 기질이 넘치고 자유분방한 사람들도 흔치 않다고 말한다.
러시아인들의 예술에 대한 열정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레닌그라 드(지금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유명한 일화로 엿볼 수 있다.
나치와의 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무기한 연기됐다 재개된 레닌그라드 필하모니아 정기연주를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들이 오케스트라 연주장을 가득 메웠던 것.생사의 갈림길에서 한가롭게 음악 감상을 하기 위해 콘서트 장을 찾는 일은 웬만한 열정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또한 러시아인들의 성 의식은 개방적일 뿐 아니라 몹시 관대하기까지 하다. 그 들은 성에 대한 욕망을 불결하다거나 비윤리적인 행위로 보지 않고 자연의 이치이자 본능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조숙한 18세의 딸이 이성교제와 이별의 아픔을 겪고 만난 세 번째 남자와 약혼 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러시아의 부모들. 러시아에선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영화에 낯뜨거운 정사 장면이 나와도 전혀 개의치 않고, 딸이 애인을 집에 데려오면 슬며시 자리를 피해주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러시아인들이 성을 즐기지만 정교(正敎)의 원칙에 충실해 성을 매매하는 일에 대해서는 상당히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러시아에 유흥가는 있어도 사창가는 찾아보기 힘들고 있더라도 호객행위는 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러시아인들의 낭만을 언급할 때 그들의 술에 대한 애착과 화끈한 술 습관도 빼 놓을 수 없다. 앉자마자 보드카 서너잔을 마셔야 직성이 풀리고 첫잔은 꼭 비우는 것을 에티켓으로 보는 등 술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사랑은 각별하다.
이처럼 술에 애착과 자존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1985년 당 서기장으로 취임한 고르바초프는 알코올 생산을 제한하고 판매 시간을 단축하는 '반(反) 알코올 캠페인' 을 벌이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고르바초프의 금주령은 오히려 암시장에 저품질의 '사마곤'(밀주)과 유통 이익 을 노린 암흑가의 조직들이 활개치는 결과만 초래했다. 민심을 이반하고 금주령을 강요한 고르바초프는 괘씸죄에 걸려 정치적인 인기가 끝없이 추락했음은 물론이다.
젊은이들의 변화에의 열정은 어떠한가. 러시아의 전설적 록커인 한국인 4세 '빅 토르 최'(1962-1990)가 큰 인기를 끌었던 것도 개혁.개방과 맞물려 평화.자유.민주 화를 갈구하던 당시 젊은이들의 열망에 닿았기 때문. 그는 비록 28세에 요절했지만 아직도 추종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많은 외국 남성들이 러시아 여성과 국제결혼을 원하는 이유도 흥미롭다. 이들은 대개 유럽 선진국의 남자들로 러시아 여성이 '지고지순하고 여성다우며 남자에게 보 호 본능을 일으키는 여인들'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지금 적지않은 러시아여성들은 '벼랑끝'에 서있는 또다른 현실이 엄존하고 있다. 이른바 매춘의 유혹 때문인데 생계와 학비벌이 등을 이유로 대학생들까지 매춘에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책은 이 밖에 자유주의 운동사,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명소를 비롯 러 시아의 역사와 유물을 간략하게 서술하는 한편, 고골의 '넵스키 거리' 등 페테르부 르크의 문학산책코스를 추천한다. 320쪽. 1만2천900원.
hanamrd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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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25.COM 2003-07-14
상상할 수 없었던 아름다움과 예술의 나라 <러시아>
▲ 도서출판 리수(www.risu.co.kr) 2003년 07월 14일 PM 12:08:56
“러시아를 어떻게 올바르게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할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고민 끝에 클래식 음악이 가곡, 혹은 팝과 크로스 오버하여 다른 음악을 전하는 것처럼 학술 논문이 아닌 흥미진진한 러시아에 관한 사적 경험들을 독자들에게 진솔하게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그래야 독자 여러분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러시아를 산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머리말, 삶의 기쁨을 아는 사람들> 중에서
러시아.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나라일까?
▲모스크바 붉은 광장과 성(聖)바실리 성당(오른쪽)
환상적인 얼음궁전이 나오는 장면과 함께 울려 퍼지는 ‘라라의 추억’과 ‘닥터 지바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사회주의. 스탈린과 레닌. 사회주의의 몰락과 분열. 사무실 앞 길거리에서 미소를 머금은 채 라이터를 나눠주는 금발의 러시아 아가씨들…….보통 이 정도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이미지가 아닐까?
지난 6월 출간되어 세간에 화제를 불러 일으킨 [바이칼, 한민족의 시원을 찾아서]의 공저자인 이길주, 한종만과 한국 시베리아센터 연구원 한남수가 이번에 ‘러시아 바로 알기’에 나섰다. 그들은 러시아의 ‘이미지’가 아닌 ‘실체’를 찾아 나서 그 성과를 아름다운 사진들과 함께 이 책에 담아 보냈다. 우리 모두 이 책과 함께 ‘제대로 된’ 러시아 여행을 떠나보자.
“알베르트와 리지야 부부는 천성이 워낙 착해 그들이 내뱉는 욕설이 불쾌할 것까지는 없지만, 말끝마다 거친 욕설을 입에 담는 노동자들이다. 대화를 나누다보면 열 단어 이상을 나열하지 못해 듣는 이로 하여금 답답하게 만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도 책을 읽었다. 리지야 아주머니는 매일 밤을 세워 삼류 애정 소설 시리즈를 탐닉했다. 10년 동안 한 번도 양치질을 하지 않아 이빨은커녕 어금니도 뭉개진 중년 부인이지만 캐딜락을 타고 레스토랑에 가서 샴페인을 곁들인 정찬을 즐기는 외국 젊은 남녀들의 화려한 로맨스에 흠뻑 빠진 나머지 남편이 배고프다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물을 흘려가며 책을 읽어대었다.” <1부 러시아, 러시아 사람들 - 책읽기를 권장할 필요가 없는 나라> 중에서
▲네바 강변의 스몰미 수도원과 기숙 학교
필자들이 러시아에서 만나 사귄 사람들은 대부분 서민층이었으며 주로 이들의 집에서 하숙을 했다고 한다. 그 중 보청기를 껴야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네사라는 할머니는 아직도 보통 2-3일에 한 권의 책을 읽는데, 그녀의 집에는 1만여 권의 책이 여기저기 쌓여 있을 정도라고 한다. 위에 인용문에 나온 리지야의 남편 역시 추리 소설에 몰두해 있었으며 간혹 푸쉬킨의 단편이나 네크라소프의 시 등을 읽곤 했다고 한다.
노동자인 그는 작가에게 “너도 읽어 봐, 얼마나 재미있는데”라며 자기가 읽는 책들을 건네주곤 했단다. 이럴 수가! 음, 러시아……. 한 번 꼭 가봐야겠군. 러시아 문학들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펴봐야겠네. 이렇게 독서를 좋아하는 나라가 다 있었다니.
“많은 외국 남성들이 러시아 여성과 국제결혼을 원하고 있다. (중략) 그들은 자기 침실이 어디이고 냉장고엔 무엇이 들어 있으며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는 무엇이고 직장은 어디, 수입은 얼마인지까지 꼼꼼히 챙겨 자기를 소개하면서 인연이 닿아 결혼만 하면 행복을 보장한다고 말하고 있다. (중략) 그들이 인터뷰를 통해 밝히는 바를 곰곰이 들어보면 ‘지고지순하고 여성다운’ 여인을 자기 나라에서 찾기가 무척 힘들어 러시아 여인을 구한다는 것이다.” <1부 러시아, 러시아 사람들 - 러시아 사람들의 삶> 중에서
미국, 프랑스, 이태리 같은 나라 출신 독신남들이 러시아 여성들을 찾아오는 이유는 간단하단다. 가정보다 직장과 ‘사랑’을 원하는 서구의 ‘커리어 우먼’들이 제대로 남편 대우를 해주지 않아서라니, 러시아 여성들에게는 우리말로 ‘참하다’는 표현이 걸맞을 듯하다. 필자에 따르면 러시아 여성들은 미모도 탁월하고 가정적이며 남편을 명실상부한 ‘가장’으로 대우한다니 이 부분은 우리의 가부장적인 독신 남성들 역시 귀가 솔깃할 만한 대목이기도 하다.
“네바 강을 사이에 두고 시내가 둘로 나뉘어 있는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북쪽의 베니스’라고도 불리는 이곳을 푸쉬킨은 ”유럽을 향해 열린 창“이라 했다. 이곳의 명소 에르미타쥬는 영국의 대영제국박물관과 프랑스 루브르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박물관에 꼽히는 보물창고이자 제정러시아 황실의 영욕이 서린 세계 예술문화 유산의 창고이다.” <2부 러시아의 역사와 유물 - 찬란한 분화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에서
▲황제의 궁정 중 하나인 ‘겨울 궁정’.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된다. 17세기 말에 등장한 피터대제(大帝)가 건설하여 ‘러시아의 심장은 모스크바, 그 머리는 상트페테르스부르크’라는 말을 들어온 도시 상트페테르스부르크는 우리말로 ‘성자(聖者) 피터의 성(城)’이 된다. 그 후 페트로그라드(Petrograd)와 레닌그라드(Leningrad)를 거쳐 다시 상트페테르스부르크로 돌아오는 과장을 겪은 도시, 상트페테르스부르크. 그곳은 그야말로 ‘보물창고’다.
우선 그 주변 풍경으로는 베니스가 뒷자리에 설 정도이고, 문화유적으로는 로마가 친구하잘 정도다. 굳이 푸쉬킨의 칭송을 빌지 않더라도 이 도시의 내외적 아름다움을 기리는 문구들은 수없이 많다.
백문이 불여일견. 일단 떠나보자! 그곳, 상트페테르스부르크로! 참, 아무리 바빠도 이 책은 꼭 손에 들고 가야 한다. 이 책 말미에 ‘러시아 가정 제대로 알고 방문하기’에 대한 안내와 어학연수나 유학에 관한 가이드가 ‘사용자 중심’으로 차분히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 : 이길주 / 한종만 / 한남수
펴낸곳 : 도서출판 리수(www.risu.co.kr TEL 2299-3703)
가 격 : 12,900원
박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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