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2006-06-01 16:38]
지난달 30일 오후 중국의 경제수도로 불리는 상하이시 난징루 주변. 상하이 최대 번화가 중 한 곳인 이곳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지나가던 승용차가 자전거를 들이받는 교통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통행량이 많은 곳이라 차량 속도가 느려 추가 사고는 없었지만 자전거 행인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차량 운전자와 공안(중국경찰)은 물론 행인들과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누구도 다친 사람을 병원으로 옮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누구의 잘못이며 어떻게 사태를 처리해야 하는지 공안과 차량 운전자가 30분 넘게 옥신각신했지만 아무도 부상자에게는 신경쓰지 않았다.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자전거 행인조차도 병원으로 옮겨달라는 얘기를 하지 않을 정도였다.
시시비비야 어찌됐든 환자 치료가 우선인 교통 상식상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동행했던 한 한국인 주재원은 "중국에서는 이런 일이 다반사"라며 "책임소재를 가리는 것이 중요하지 공안이건 가해자건 피해자에게 신경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무단횡단 등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이 매년 1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5분마다 한 명씩 사망하고 1분에 1명 꼴로 장애인이 발생해 경제손실만도 한국 돈으로 수조원에 달한다. 중국 국가안전감사국 국장이 이례적으로 "중국 사회안전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털어 놓으며 "중국 교통사고 사망률은 미국의 6배, 일본의 10배로 2005년 발생한 안전사고로 중국 100만 가정에 재난을 가져왔다"고 말할 정도다. 물론 중국당국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베이징시는 올림픽을 앞두고 교통 무질서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교통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중국정부가 끔찍한 교통사고 장면을 공개하면서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당국의 한숨소리만 커지고 있다.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이나 행인 모두 교통신호를 너무 안 지켜 사고가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국인 주재원은 "13억명이 넘는 중국인구 대부분은 교통사고 발생시 보험료 지출 부담을 회피하려는 보험사의 관행 때문에 보험에 제대로 가입돼 있지 않다"며 "교통문화 부재는 중국이 개발도상국의 지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범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상하이 = 방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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