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사실 조선족도 같은 한국인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동안 악감정 같은건
없었습니다. 한열사에서 하두 조선족에 이야길 많이 읽고 들어서,
그냥 조선족중에 그런 사람도 있구나. 라고 생각했을 뿐이죠.
한열사든 어디든, 넷상에서 접한 조선족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직접 겪은것이 아니라 어쩌면 그냥 흘려들었던걸지도 모르겠구요.
엊그제 본의아니게 (?) 조선족 여성을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가까이 말이죠. -_-; 삼촌의 꽤 친한 친구가 한분 계시는데요.
그 분이 정말 저희 삼촌의 오랜지기 친구라서 저도 어릴때 꽤 자주 봤던
분이고 같이 놀러도 댕기고, 삼촌이 젊었을시절 우리집에 같이 살았을때도
삼촌 친구가 자주 놀러왔기에.. 삼촌친구에게도 '삼촌'이란 호칭으로
부르고 그랬습니다.
실로 몇년만인지 모르겠지만, 여튼.. 엊그제 월급날 파티를 한답시고
삼촌댁에 회를 사들고 갔었는데, 그..삼촌의 친구분 (전 그분도 삼촌이라
부르기 땜에 H 삼촌이라 하겠습니다)이 부인과 아이와 함께 놀러오셨더라구요.
그러니까, H삼촌의 부인은.. 첨 뵙는거였습니다.
결혼했다는 소식을 못들었던거 같은데, 저만 모르고 다 알고 있었나봐요.
몇년만에 만난 H삼촌의 부인 되시는 분은, 조선족 아가씨(?) 였습니다.
(K양이라고 칭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한국말을 어찌나 잘하던지요.
거의 표준말을 사용하더라구요. TV에서 본 조선족의 한국말은..
그 특유의 억양이 있었던것 같은데, K양은 거의 서울말을 쓰고 있는것처럼
들렸습니다. 결혼한지는 약 4년쯤 됐다고 하더라구요. (참고로 우리 삼촌이
늦둥이라서 저와 12살 차이납니다. 그러니 H삼촌 또한 저와 띠동갑이죠)
첨엔 조선족인지 몰랐는데, 이런 저런 이야길 나누다가..
갑자기 이야기중에 '중국' 이야기가 자주 나와서 혹시나 하고 여쭤봤더니..
조선족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헐헐헐....
삼촌들은 거실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고, 아이들이 하두 집안 구석구석에서
시끄럽게 놀고 그래서, 아이들 방에서 잠깐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K양과
이런 저런 이야길 나누게 되었습니다.
K양은 결혼하고 나서 아이 낳기 전까지 직장에 다녔고,
이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만한 나이가 됐으니 다시금 직장에 다닐꺼라고
하더라구요. H삼촌의 연봉이 좀 쎄다가 알고 있어서.. 아이가 좀더 크고
난후에 직장에 다녀도 괜찮지 않냐? 라고 했더니.. 아니랍니다. 남편이
돈을 잘 벌어온다고 해도, 빨리 돈을 벌어서 '중국' 으로 돌아가야하기
땜에 자기도 돈을 벌어야한대요. (참고로, 아이는 현재 2살입니다)
중국으로 돌아가???
순간 헷갈려서.. '중국으로 돌아가다뇨? 중국에서 살 계획이신거예요?'
그랬더니, '당연하죠' 그러는겁니다. 'H삼촌이 동의했어요?' 그랬더니..
'남편은 내가 하자는대로 다 해주니까, 중국에 돌아가 사는건 어려움 없어요'
그러는거죠.
다시 거실로 나왔습니다.
'H삼촌, 중국 가서 사실꺼람서요?'
그랬더니,. 살짝 인상씁니다. 그러면서 걱정이라고 그러더군요.
본인은 한국이 아닌 다른나라에 가서 살꺼라는 상상도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데, 마누라가 원하니 어쩌겠냐고 하더이다.
제가 자꾸 꼬치꼬치 캐묻는듯한 모습을 보이니..
우리 삼촌, 이내 제 질문들을 짜르더군요. 그리고 눈치를 줍니다. -_-;
뭐, 궁금하긴 했찌만..삼촌의 눈치땜에 무언가 사정이 있구나..
싶어서 그냥 더이상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시금 K양과 이런 저런
이야길 나눴지요.
K양의 결론은 이겁니다.
'한국은 돈 벌기에 아주 좋은 나라다. 우리 아버지 엄마도 내가 한국사람과
결혼한 후 한국에 들어올때 같이 들어와 이제껏 돈 벌고 계시다..
솔찬히 벌어놓으셨다. 이제 좀더 벌고 난 후에 중국으로 돌아가면..
떵떵거리고 살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나는 중국에서 태어나 자랐기에 당연히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한국인 핏줄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해도, 중국인으로 자랐는데..
내가 어떻게 한국에 뿌리박고 살수 있겠느냐? 또한, 세계화 시대라고 하는데..
내 아이를 조그마한 한국에서만 자라게 하고 싶지 않다. 지금 우리 아이는
한국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접한다. 나는 아이와 둘이 있을땐 무조건 중국어를
쓴다. 가족들이 모여있을땐 한국어를 쓰지만... 중국에서 살아야하고,
또한 중국이 이렇게 세계속에서 성장하고 있는데, 중국어는 필수로 배워야한다.'
'나도 지금 국적이 한국으로 되어있고, 내 신랑도 한국사람이지만..
한국은 돈 벌기에 최고로 좋지만, 그밖의 다른건 중국이 더 좋다.
지금 한국에 조선족들이 얼마나 많이 나와있는지 아냐? 그 사람들 거의 모두..
한국에서 돈 벌고 나면 중국으로 돌아갈꺼다. 중국에서 떵떵거리고 사는게
더 좋다는건 누구나 알수 있는 일이니까.'
그러니까 K양의 이야기를 토대로 이야기하자면..
한국은 돈 버는 수단이 되는 나라이고, 그 돈을 벌고 난후에는
조국 중국으로 돌아간다. 라는 이야기겠죠. 여타 다른 외국인 노동자처럼 말이죠.
K양이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 중국사람도 몇명 있었답니다.
그런데, 그중 한명의 중국 청년의 행실이 그리 바르지 않았나봐요.
가령, 과장급 관리자가 있을땐 열심히 일하는 척 하고.. 과장급 과장이
사라지고 나면, 일도 정말 성의없이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같은건
전혀 줄 생각하지 않고, 일하는척 하면서 띵가띵가 놀기만 하고..
하두 그런모습을 보니까 슬쩍 걱정되더랍니다.
저 한 사람 때문에 중국인 전체가 욕먹는거 아닌가 하고 말이죠.
자고로, 해줄일은 빠릿빠릿하게 해주고, 사람들과 좋은 관계로
지내야 나중에 오는 중국사람도 대접받고 그럴텐데.. 저 사람 땜에
그 회사에서는 나중에 중국사람이 와도 '모든 중국애들은 다 일도 못하고
못됐고, 지 생각만 하는 이기주의자이고' 라고 생각할께 뻔한데..
그 중국 사람땜에 정말 화가 났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니까, K양의 결론은 그 중국 사람 한명 땜에 나중에 올 중국인
노동자들이 괄시 받을꺼 뻔하고 중국사람들 욕먹고 대접 못받을까봐..
걱정스러웠던건가봐요.
H삼촌과 K양과 아이가 돌아가고 난후,
삼촌이 이야기 해주시더라구요.
H삼촌이 누군가의 소개로 K양을 만났는데,
중국에 방문해서 딱 한번 보고 결혼하셨대요. 그리고 결혼하고 나서도
약 3개월 가량 중국과 한국에 떨어져 살았대요. K양 한국 올 준비때문에요.
그리고 3개월 후 K양은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를 대동하고 (아니 어쩌면..
아버지, 어머니가 K양을 이끌고) 한국으로 들어왔고.. 지금까지 약 4년간
한국서 살고 있답니다.
물론 아버지 어머니 오신 비용도 H삼촌이 다 부담했고,
집도 얻어드렸고.. 이래저래 결혼 하고 나서 꾸준히 돈이 그렇게 많이
들어간다네요. 더 황당한건, 이 사람들이 아주 나중에 중국에 돌아가
사는걸로 아주 확정짓고 있다는겁니다.
H삼촌은 한국인이기에 더구나 가족들도 자신의 뿌리도 한국이기에..
자신의 아이 역시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키우고 싶지만, 벌써부터 아이가
내뱉는 말엔 H삼촌이 알아듣지 못하는 중국어가 포함되어있으니
환장하겠답니다. 그렇다고 K양이 싫은게 아니니 어쩔 방도가 없답니다.
중국가서 살자고 그렇게 땡깡을 부리는데 H삼촌이 더이상 어쩔 방도가
없다나요.
아직 정확히 언제 중국에간다. 라고 결정하진 않았지만,
여튼 H삼촌이 K양과 사는한 중국에 가서 살아야함은 당연한 수순같답니다.
더구나 K양이 어찌나 드센지...-_-;
사실 결혼할때도 어떻게 한번 보고 결혼하냐며 친구들이 죄다 말렸는데..
그것도 재밌는게 K양의 의견 역시 '어떻게 한번 보고 결혼하냐' 였답니다.
그런데, K양의 아버지가 일을 진행시킨거라네요. K양의 아버지가..
H삼촌을 너무나 맘에 들어했다면서...
여튼, 제 가까이 사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렇게 조선족과 연관있을지 몰랐는데, 여튼 좀 기분이 그렇습니다.
한국국적을 갖고 있지만, 한국은 돈벌기에만 좋은나라라고 말하는 한국남편을
가진 조선족 아줌마. 어쩌면 좋아요?
에고. H삼촌이 불쌍하다는 생각만 들었고..
실지로 친구들도 H삼촌을 모두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군요.
저희 삼촌도 마찬가지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