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디 중국, 생산속도 상상초월
[레이버투데이 2005-12-02 19:00]
자동차를 보지 않고 '자본의 운동'을 자동차노조를 보지 않고 '노동의 운동'을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둘은 외줄타기의 아슬아슬함처럼 이쪽으로, 혹은 저쪽으로 넘어지지 않기 위한 안간힘의 극단에 서 있다. 강한 것은 단기적 방어논리뿐, 그 강한 것의 귀결은 담합적 노사관계, 가중되는 고용불안이다. 현대차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매일노동뉴스>가 총 9차례에 걸쳐 집중 보도한다.<편집자주>
연재순서
① 모든 길은 '고용불안'으로 통한다
③ 해외진출, '무대응'에서 '방어전략'으로
⑤ <현장르뽀> 만만디 중국, 생산속도 상상초월
⑦ 있을 때 많이 벌자…'시간'의 노예 되다
⑨ 방어적인 너무나 소극적인 ② 세계는 넓고, 공장 지을 곳은 많다
④ <현장르뽀> 쌍트로, 인도 소와 한 도로 달리다
⑥ 모듈, 현대모비스의 야망
⑧ 숙련, 고용가능성 내가 지킨다?
역시 더웠다. 중국을 찾은 것은 지난 7월. 우리와 비슷한 기후인 북경은 광활한 대륙의 열기 때문인지 여름의 끈적임은 서울보다 더했다. 하지만 그 후덥지근함보다 기자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은 중국에서 보고 들은, 체류기간 내내 혼돈스러움만 더했던 ‘어제’와는 다른 중국의 ‘오늘’이었다.
기온이 40℃가 넘어가면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관습 때문에 실제 기온보다 정부가 공식 발표하는 기온이 더 낮은 나라, 촌지나 뇌물 등 정당치 않은 돈과 출세지향주의가 죽어도 살아있는 마오쩌둥과 공존하는 나라, 1년 단위 짧은 근로계약이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노동시장 신규 진입자를 이롭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별 문제시하지 않는 노동조합(공회)이 있는 나라…. 공산당 일당 독재국가이고 여전히 정부가 시장을 장악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뺀다면 ‘사회주의 국가’의 흔적을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웠다.
ⓒ 매일노동뉴스
오히려 세계 각국의 유수 자본을 거대한 땅덩이로 빨아들이는 ‘첨단 캐피탈 블랙홀’이라는 느낌만 가득했다. 어느 한 식당 주차장에서 도요타, 포드, 혼다, 지엠, 아우디, 폭스바겐, 클라이슬러, 그리고 현대, 기아차까지 너무도 다양한 국적의 차들이 빼곡한 것을 보고서는 입을 다물 수 없을 지경이었다.
더불어 광활한 대지와 그 위에 발 딛고 살고 있는 13억이나 되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인구, 그 ‘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도 무서웠지만 그 ‘양’의 집적이 ‘질’로 상승되는 ‘양질전환의 법칙’이 실현될 그 언젠가의 시점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지 두려웠다.
현대차 중국공장(북경현대차) 개요
■ 설립 : 2002. 10.
■ 양산 및 판매 개시 : 2002. 12.
■ 인원 : 현 인원 3,861명(주재원 60명 포함)
■ 생산능력 : 총 30만대.(2005. 5.)
2003.3 쏘나타 현지화 40% 인증 획득
2003.12 진출원년 5만대 생산, 판매 달성
2004.12 에란트라(아반떼XD) 10만대 돌파
2005.3 1/4분기 중국 전 승용메이커 중 판매 1위
2005.6 판매누계 29만대 돌파
현대차의 또 다른 해외전진기지 인도에서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올 금속 노사 중앙교섭에서 막판까지 최대 쟁점이었던 바이백(buy-back)을 생각하더라도 지리적으로 훨씬 가깝고, 이미 아산공장 수준의 UPH(Unit Per Hour·시간당 생산대수)를 달성했다는 생산 3년차 중국공장의 ‘실력’도 놀랍고, 파업이나 태업이 발생해도 ‘정상적인 생산질서를 빨리 회복해야’ 하는 임무를 띤 공회조직과 함께 하고 있어 ‘노사협조’가 일상화돼 있다는 점에서도 우리와 차이가 컸다.
도대체, 중국에서는, 북경현대기차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중국 자동차산업 체질 개선 ‘진땀’
중국에서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56년이다. 최초의 자동차공장인 제일자동차가 설립 1년만인 1957년 상용차 8천대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자동차산업이 본격화됐지만 약 5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우리나라의 60~80년대 발전단계에 머물러 있다. 1994년 이후에서야 자국 산업보호 정책을 경쟁촉진정책으로 전환하고 WTO 가입(2001년 11월)과 함께 관세를 점차 인하하면서 시장진입을 용이하게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중국 자동차산업은 KD조립, 고유모델 개발, 양산/수출진입 등의 단계를 동시에 밟고 있다.
그동안 중국에서 ‘차’는 소비재가 아니라 생산재에 가까웠다. 최근 들어 승용차 보유율이 상용차보다 높아지긴 했지만 승용차 보유대수(2004년 현재 1,073만대)보다 상용차(1,356만대)가 여전히 더 많고 ‘개인’보다는 ‘법인’이 소유권을 갖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추세는 국민소득 증가와 함께 서서히 바뀌고 있다. 2000년 490만대였던 승용차 보유대수가 2004년 1,073만대로 거의 2배가 늘어날 만큼 개인구매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200달러(2004년)이지만 몇몇 대도시는 이미 4,000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중국의 수도인 북경과 중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상해, 등소평이 처음으로 개방개혁 정책을 실시한 광둥성의 셩전시 등은 국민소득이 5,000달러 선이다. 그만큼 개인적으로 승용차를 살 수 있는 도시의 중산층이 두터워졌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금 중국의 대도시 자동차학원은 면허증을 따려는 사람들로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고, 북경에서만 매달 발급되는 운전면허증이 3~4만장에 이른다고 한다.
중국은 2001년부터 자동차공업 10차 5개년 계획을 추진 중인데, 이는 WTO 가입으로 인한 관세인하 및 수입할당제 철폐로 승용차 및 부품 수입 증가가 예상됨에 따른 대책으로, 이 기간 중 자동차산업의 공정한 경쟁을 추진하고 개방 폭을 확대해 중국 자동차공업의 국제화를 실현하는 것을 뼈대로 한 것이다. 주요 내용은 2005년까지 생산 목표 320만대, 대형자동차그룹 2~3개(시장점유율 70% 이상) 육성, 세계 수준의 자동차 및 부품기술 획득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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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중국에선 2002년 6월 중국 최대 최고의 자동차 전문메이커인 장춘일기집단과 소형차의 강자인 천진기차집단(도요타)이 합병을 발표하는 등 인수합병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이유는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 메이커로 키우는 것이 중국 자동차업계의 유일한 활로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자동차산업은 기술수준 낙후, 자체 모델개발능력 취약, 규모의 경제 미실현, 관련 부품산업 낙후로 인한 생산비용 과다 등의 근본 문제를 안고 있다. 이를 해결하고 자동차 산업을 경제발전의 지주산업으로 만들기 위해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중소업체를 인수합병시켜 우선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키고 능력있는 부품업체를 육성한 뒤 이를 바탕으로 외국기업과 합자를 통해 선진 외국기술을 도입, 자동차산업의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
최근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 있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쌍용차노조는 지난 9월 상하이자동차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S100프로젝트와 관련, “쌍용차의 축적된 자동차 기술력을 중국으로 유출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며 “상하이차는 투자계획을 밝히고 중장기적 발전방향을 즉각 제시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S100 프로젝트(카이런 중국현지화)는 상하이차와 쌍용차가 50%씩 투자해 중국에 합작공장을 설립, 2007년 말부터 RV(레저용차량)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경시내 택시, 엘란트라가 장악하다
이런 틈바구니에 북경현대기차도 있다. 현대차가 북경기차투자공사와 50대 50 합작으로 설립된 북경현대기차에는 부지 20만평에 올 5월 현재 3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쏘나타, 엘란트라(한국이름 아반테 XD), 투싼 등 4종의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2007년에는 25~3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제2공장까지 설립할 계획이다.
중국 현지에서 만든 차가 본격 출시된 2003년에는 5만2천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2.4%로 업계 13위를 차지했다. 그러다 이듬해에는 14만4천대(6%)를 팔아 5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올 들어서는 1~5월 판매량으로만 따질 때 8만5천대(7.9%)로 상해GM(10만대, 9.2%)에 이어 업계 순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가 중국으로 진출한 이유는 인도와 비슷하게 고관세, 무역장벽 등으로 완성차를 수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간 판매대수는 4천~5천대, 최대치가 8천~9천대에 불과했다. 또한 직수입차의 가격 또한 만만치 않다. 실제 한국에서 직수입돼 현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아반테 XD(중국이름 엘란트라)의 가격은 26만 위안(3,640만원)으로 한국에서 판매되는 그랜저XG(3,231만원, 풀옵션)보다 비싸다. 그런데 중국공장에서 생산된 아반테XD는 16만 위안(2,260만원)으로 직수입차량과는 10만 위안(1,400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직수입 차에 대해서는 관세, 부가세, 소비세, 내륙운송, 항만비용 등 제반부대비용과 수입허가증(I/L) 비용, 딜러마진 등이 엄청 붙기 때문이다.
일단 현재까지 현대차의 만만디 중국 진출 전략은 성공한 것으로 보여진다. 엘란트라 판매 10만대를 돌파했던 2004년12월, 엘란트라는 중국 가정의 가장 이상적인 승용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지금 북경은 2008년 올림픽을 대비해 기존 택시 전량을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올해 교체해야 하는 택시 3만5천대 가운데 북경현대기차는 총 2만2,500대(시장점유율 65%) 판매를 목표로 내걸었고, 이미 6월말 현재까지 1만7,500대를 계약하기도 했다.
중국인도 혀 내두른 ‘현대속도’
재미있는 것은 무서울 정도로 빠른 속도다. 현대차가 중국과 합작계약서를 체결한 것은 2002년 5월이고, 회사를 설립한 것은 그해 10월이다. 법인 출범과 함께 북경시 근교(순의구)의 한 폐공장을 인수, 생산라인 건설에 들어간 지 불과 65일 만에 EF 소나타 1호차를 생산해 중국인들을 놀라게 했다. 2004년 5월에는 본격적인 생산·판매에 들어간 지 1년5개월 만에 생산누계 10만대를 돌파해 상하이GM의 최단기간 10만대 생산기록(2년6개월)을 대폭 앞당겼다. 중국 관리들과 현지 관계자들은 현대차의 이 같은 성과를 ‘현대의식(現代意識), 현대속도(現代速度)’라고 일컫는다.
한국에서처럼 노동자를 잘 통제하고 막무가내로 쥐어짜내는 것을 두고 그리 일컫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현대속도’는 도요타의 신중주의와 곧잘 비교된다.
도요타의 중국 승용차 공장인 천진도요타자동차가 중국 기업인 천진제일기차와 합작 설립한 것은 2000년 6월이고, 본격 생산은 공장 설립 2년 뒤인 2002년10월부터다. 하지만 도요타가 중국공장 설립에 앞서 1995년 중국 국산화기술지원센터를 먼저 설립, 운영했다는 점에서 보면 중국에서 양산하기까지 7년에 걸친 주도면밀한 사전 작업이 전제됐다. 현대차와 비교할 때 설립에서 생산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2개월과 7년의 차이인 셈이다.
이를 두고 “한마디로 돌다리를 두드려보고 건넌 게 아니라 돌다리를 날아 건넌 셈”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현대차 중국공장 관계자는 “화끈하게 홀딱 벗고 뛰어들었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현대차를 이것저것 재지 않고 믿는다. 당연히 모든 점에서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 북경현대기차 공장 내부. 품질을 높여 행복한 생활을 추구하자는 글귀가 흥미롭다. ⓒ 매일노동뉴스
3년 만에 아산공장 수준 UPH 달성
공장을 짓고 생산, 판매를 개시하기까지의 속도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한국공장 중 시간당 생산량(UPH)이 가장 높다는 아산공장 수준의 UPH를 중국공장에서 실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산공장은 28년을 걸려 달성한 63 UPH를 중국에선 3년 만에 달성했다. 방문 당시 북경현대기차 노재만 총경리는 “9월에는 NF소나타를 생산하는데 라인스피드를 68 UPH까지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편성효율 역시 도요타는 92~93%인데 북경현대기차는 90% 수준으로 아주 높다.
편성효율은 인간이 최적으로 할 수 있는 수준이 100이라고 했을 때 생산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척도다. 쉽게 말해 한 공정에서 1분을 일해야 시간당 60대가 나온다고 계획을 잡았을 때 1분을 꼬박 일하지 않고 40초만 했다고 하면 편성효율은 66%밖에 되지 않는다. 60 UPH가 달성되지 않는다. 회사는 편성효율을 높여야 이득이 되지만 노조는 노동강도가 강화되니까 반대한다. 물론 이 편성효율은 100%가 가장 최적이지만 공학적으로 그렇다는 것이고, 일반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는 건 최대치가 90~95%다. 그런데 중국공장은 현재 이 정도를 달성하고 있다는 것인데, 아산공장은 71%, 울산은 65% 수준이다.
노재만 총경리는 “솔직히 친정집 걱정 된다”며 “중국에서는 전환배치나 변형근로 등이 노사간 이슈가 되지도 않고, 판매량에 따라 생산속도를 올리고 내리기 때문에 생산속도가 올라가는 것에 대한 저항도 별로 없다”고 말한다. 이 말은 곧 생산속도, 전환배치 등에 대한 노동자들, 즉 공회(노동조합)의 적극적인 협조가 전제돼 있다는 뜻이다. <상자기사 참조>
매년 계약 갱신하는 공인들…직무급 체제
주재원 60명을 포함 3,861명의 노동자(견습생 800여명 포함)가 근무하고 있다. 중국에선 생산직 노동자를 ‘공인’이라 부르는데, 주로 공고 3년생을 데려와 실습사원(견습생)으로 1년 동안 일을 시킨 뒤 태도와 기술 등을 보고 본 계약 체결여부를 결정한다. 물론 본 계약도 1년 단위로 갱신되는데, 계약만료에 따른 해고는 물론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해고도 자유롭다.
임금체계는 단순하다. 기본급과 평가급, 그리고 잔업수당이 전부다. 각종 명목의 수당이 200가지나 되는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다만 근속수당은 지급한다. 근속 1년에 100위안의 수당을 지급한다. 중국공장 관계자는 “중국인들의 특성상 경력을 쌓은 뒤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것이 경력개발에 도움 되기 때문에 이직률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직무에 따른 임금차이가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생산직의 경우 힘든 공정에 대해서는 보전수당을 지급하기도 하고 급여 가운데 35%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조장, 반장, 과장이 개인별 평가를 통해 평가급여를 책정한다.
임금수준은 기본급에 잔업·연장 및 휴일 근로수당 등을 포함, 평균 월 3,000위안(52만원)이다. 견습생은 정규직의 절반 가량을 받는다.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평일에는 50%가 추가되지만 토·일요일에는 100%, 그리고 국가공휴일(연간 10일)에는 200%가 추가된다.
북경현대기차는 올 초 급여를 인상했는데, 생산직 노동자는 2.5%를 인상한 반면 과장급은 8%나 올렸다. 현지 관계자는 “사회주의 국가라는데 왜 하후상박이 적용 안 되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 한국에서는 같은 급여수준인 부장과 반장 간 격차가 중국에서는 7배나 된다.
빠른 속도의 시장장악률을 반영하듯 노동시간은 다소 길다. 평일에 거의 무조건 3시간 잔업을 하고, 특근 역시 1년에 50여회나 된다. 주야맞교대로 11시간씩 일을 하니 공장이 멈춰있는 경우는 없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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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수출 효과가 더 크다?
인도공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공장에서 꼭 풀고 싶었던 의문은 “현지 생산으로 인한 국내 생산 위축이 있는지, 있다면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일까”하는 점이었다. 현지에서 확인한 것은 ‘아직까지는’ 현대차 중국공장 설립 및 생산에 따른 국내 생산 위축은 없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10만대의 간접수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중국공장은 물론 동반 진출한 한국 부품업체들도 기본 설비는 물론 40%의 부품을 한국에서 갖다 쓴다. 한국의 부품업체가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해 버리면 ‘공동화’를 초래하겠지만 한국 내 공장은 그대로 두고, 그 공장에서 또 부품을 공급받아 제품을 생산하니까 오히려 한국 공장으로서는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셈이다. 가격이 싸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투자’개념이다. 실례로 쏘나타 부품조달 현황을 보자.
소나타 부품조달 현황 (북경현대, 2003)
구분 업체수 인원(명) 투자비(달러) 구매금액(달러) 비율(%) 비고
현지화 한국진출업체
(합작/단독) 45 9,280 2.2억 3.80억 59 이중 40%
한국직수입
중국업체 12 4,640 0.25억 0.57억 9
소계 57 13,820 2.45억 4.37억 68
한국수입(KD) - - - 2.06억 32
합계 57 13,820 2.45억 6.43억 100 전체 56%
한국수입
* 자료 : 북경현대기차
쏘나타 한 대를 만드는 데 56%의 부품이 한국산 제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지 공장 관계자들은 현지 생산이 수출 대체효과보다는 수출 유발효과가 더 크다고 한다.
중국공장 노재만 총경리는 “북경현대기차뿐 아니라 현지 부품업체들 역시 핵심 부품은 다 한국에서 수입해서 쓰고 있고, 특히 중국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신흥시장이기 때문에 국내 생산품과 판매처가 겹칠 우려도 없어 한국 부품 수입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려가 든 지점은 ‘당분간’이라는 세 음절이었다. 중국이든 인도든 부품생산의 현지화 비율을 점차 높여내고 있고 엔진이나 트랜스미션 같은 고기술 부품의 현지 생산이 안착되는 시점이면 더 이상 한국에서 부품을 사들일 필요는 차츰 없어질 것이 뻔하다.
이는 부품업체 현실도 비슷하다. 북경현대기차에 에어컨을 납품하는 불세통기차공조유한공사(한라공조 비스티온)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사 역시 현지화 비율은 50%인데, 대련에 진출해 있는 자회사에서 콤퓨레샤까지 만들면 현지화 비율은 70% 이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해외공장 증설이 수출 유발효과로 나타나는 현상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될 때, 즉 ‘당분간’의 시점이 만료될 때 남는 것은 수출 ‘대체’효과가 또한 어느 정도로 나타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하지만 북경현대기차는 중국은 워낙 내수시장의 잠재력이 크기도 하고, 합작투자라는 점 때문에 이윤 역시 50대 50으로 나눌 수밖에 없어 중국공장에서의 해외 수출(국내 공장의 수출지역과 동일한 곳으로의)은 고려치 않고 있다고 한다. 노재만 총경리는 “합작투자이기 때문에 차를 팔아도 50만큼만의 수입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 수출을 한다면 한국에서 직접 수출하는 것이 현대차로서도 이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수시장의 임계치가 언제가 될지 모를 일이다.
공회, 노동조합 아니다?
당초 중국공장 방문계획서에는 현대차 공회 관계자와 만나는 일정이 있었다. 그런데 미리 중국공장을 다녀온 몇몇 분들로부터 “공회 사람들이 한국에서 온 노동관련 학자나 기자들을 잘 만나려 하지 않더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혹시나’했는데 ‘역시나’였다. 오전 중에 급하게 무슨 회의 일정이 잡혔다며 공식 면담일정을 취소했다. 그래서 공회 얘기는 회사 관계자들로부터 간접적으로 들을 수밖에 없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중국 공회는 공산당 예하조직이다. 일반적인 ‘노동자 자주적 결사체’로만 보긴 어렵다. 물론 중화인민공화국 공회법 제2조에서는 “공회는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노동자계급의 대중조직”이라고 명시돼 있긴 하다.
중국 내에서 위상도 상당하다. 북경현대기차 관계자는 “2년 전에 총공회 주석이 공장을 찾는다고 하길래 ‘단병호 위원장’ 정도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당 서열 23위더라”고 전해준다.
현대차 공회에는 총 7명의 상근자(우리로 따지면 노조 전임자)가 있다. 노동자가 3,900여명이니까 550명 당 1명의 상근자가 있는 셈이다. 주석(노조 위원장)은 외형적으로는 직접선거이지만 내정된 상태에서 추인 받는 방식이다. 조합비는 월 20~100위안(2,800~14,000원)이고 회사가 급여의 2%를 공회에 지급한다. 상근자 임금은 물론 회사에서 지급한다.
회사와 공회와의 관계를 ‘노사관계’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 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북경현대기차에서 노사관계는 상당히 협조적이었다. 실제 공회법에서는 “기업에 파업·태업이 발생하면 공회는 기업의 행정부서와 회동해 종업원이 제출한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 요구를 해결하며, 정상적인 생산질서를 빨리 회복해야 한다”(제25조)고 돼 있다.
북경현대기차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동사회(우리의 이사회) 밑에 경영관리위원회가 있는데, 현대차공회 주석이 경영관리위 공식 멤버는 아니지만 경영문제에 대한 의견은 수시로 전달하고 있다.
북경현대기차 김현수 차장은 “2003년 사스가 와서 공장 가동도 쉽지 않을 때 공회가 나서 ‘청년돌격대’처럼 현장 노동자들을 독려했고 현장관리자들이 해야 할 일까지 공회가 맡아주더라”고 한다. 또한 현장 노동자들의 자동차 관련 지식과 기술이 높지 않은 사정을 감안, 공회가 직접 나서 퇴근길의 노동자들에게 자동차 관련 자료를 주면서 공부를 독려하고 그 이후에 시험을 쳐서 고득점자를 포상하기도 했다.
임금체계도 단순하고 해고하기도 쉬운데다 공회와의 관계도 ‘협조적’이다보니 중국공장에서 노사관계는 ‘고민꺼리’도 되지 않는 셈이다.
이정희 goforit@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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