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로 1시간 거리의 중국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고 아담한 이 마을 거리를 홀로 정처없이
걷다가 길가의 작은 가정집에서 컴퓨타를 가르치는 간판을 보고 들어가서 구경을 하였다.
컴퓨타 5대 정도를 놓고 조선족 마을 사람에게 월 100원씩 받고 가르치는 젊은 조선족 주인과
전에 만난 사람처럼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린아이가 있는 참하게 보이는 부인과 작은 마을에서 컴퓨타를 가르치는 이 젊은 조선족은 전에
한국 원양어선을 탔다는데 먼 라스팔마스까지 간 이야기도 나에게 들려 주었다.
이야기가 길어져서 다음에 오겠다고 약속하고 같이 왔던 아주머니 집에 가서 집에 간다고 하니 자고
가라는데 폐를 끼치는것 같아서 돌아 간다고 하고 급히 기차역으로 갔으나 시내로 가는 마지막
기차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이 곳에선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서 싸게 가는 방법은 중간 지점까지 택시를 타고 가서 그 곳에서
버스를 갈아 타는 방법이 좋을 것 같아서 역 앞에 손님을 기다리는 한족이 운전하는 택시를 잡았다.
택시 안에서 한참을 기다려서 다른 일행을 더 태우고 택시는 출발했다.
날은 어두어지기 시작했는데 택시가 큰 길을 가다가 다른 일행을 내려 주려고 작은 길로 1킬로 정도
더 들어가서 일행을 내려주고 다시 큰 길로 나온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 보아도 큰 실수를 한 것 같았다.
1킬로 안으로 들어 가는 동안은 시골이라 허름한 집들이 아주 드문 드문 있었고 날은 어두운데다
만약 운전수와 일행이 짜고 강도로 변하면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경우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아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큰 길가에서 작은 길가로 차가 들어가면 어두워도 큰 길에서 내려서 일행을 내려주고 다시 나오는 차를
기다려야 되고 오늘 같은 경우는 시간에 맞게 마지막 기차를 타고 나왔으면 이런 일도 없을 일이었다.
연변에 있는 동안 심심치 않게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걸 볼 수 있었다.
사건이 나도 테레비에선 거의 나오지 않았는데 아는 사람들을 통해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간혹 큰 사건으로 테레비에 범인이 나오면 어김없이 그 분들은 얼굴을 숙여 손으로 가리지 않고
보란듯이 얼굴을 들고 나오는걸 보니 역시 13억의 대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나는 몇 가지 사건이 있다.
15세 정도의 아이들이 외지지도 않은 오락실에서 주인 노인을 의자로 내리치고 50원을
강탈한 사건이 있었는데 한국돈 8000원도 안되는 돈으로 사람을 죽였는데 성년이 안된 관계로
사형은 면한 것 같았다.
그리고 시장에서 손님들 짐을 리어커로 운반해 주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끔찍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몇 명 리어커꾼들이 10원 이하로는 운반해 주지 말자고 한 모양인데 한 리어커꾼은 늙은 노모가 있어서
5원 받고도 손님의 짐을 운반해 주었다.
다른 리어커꾼들이 이를 못 마땅하게 보고 장사를 못 하게 잠시 없는 사이에 타이어 빵구를 냈는데
이것을 보고 빵구를 낸 다른 리어커꾼 2명을 죽인 사건이었다.
빵구를 낸 2명은 살해 당하고 죽인 사람은 얼마 안 지나 사형 당한 10원때문에 어처구니 없게
3명이 죽은 사건이었다.
연변에선 보통 환전할 때 은행에서 안하고 조금 더 주는 길가 달러상 아주머니에게서 하게 된다.
나는 주로 아는 아주머니에게서 했는데 환전할 때 이 아주머니와 함께 근처 은행에서 돈을 받았다.
가짜돈 문제로 환율은 아주머니 시세로 하고 은행에 가서 안전하게 은행원이 주는 돈을 받았다.
달러상과 은행이 서로 공생관계였는데 길가 달러상과 은행의 환율이 점점 차이가 없어져 달러상이
없어지는 추세였다.
연변에는 외국에 나가 있는 조선족들의 송금이 많아서 달러상 아주머니들이 많은데 연례행사처럼
1년에 1명씩은 살해되는걸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중년의 공안이 아는 달러상을 호텔로 유인해 살해를 시도한 사건도 있었다.
중년의 한 공안이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여자 달러상에게 환전할게 있다고 호텔로 오라고 했는데 안심하고
간 이 여자 환전상은 계단에서 공안이 휘두른 흉기에 찔린 사건인데 다행이 소리를 질러 호텔 종업원이
달려들어 공안은 잡히고 다행히 목숨만은 건진 사건이었다.
하루는 호텔 근처에서 신문을 파는 아는 아바이가 있는데 표정이 안 좋아 물어보니 1주일 전에
자신의 생일에 남자 친척이 와서 저녁과 술을 한 뒤에 집으로 돌아 갔다는데 1주일 지난 지금도
그 집에선 돌아 오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었다.
아이도 아니고 60정도인 사람이라 신고하기도 그렇고 마냥 기다린다는데 살인 사건이 일어난 걸로
짐작하고 있었다. 어둑한 연변 변두리에서는 살인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그런 분위기였다.
연변에선 살인 사건에 한국에선 보통 칼을 사용하는데 이 곳에선 주로 석탄과 나무를
쪼갤때 사용하는 손도끼를 무식하게 사용하는게 특징이었다.
연변에 있는 동안에 한족 아들이 아버지를 손도끼로 죽인 뉴스도 들을 수 있었다.
가장 하일라이트는 빨알간색 옷만 입은 10여명이 연속적으로 살해된 연쇄 살인 사건이 있었는데
평소 구질구질하고 안 빨아도 되는 어두운 옷을 입고 어리버리하게 다니는 이 나그네는 다행이
범행표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수 많은 색상중에 빨알간색 옷만 택해 살인한 이 연쇄 살인범에게서 살아 돌아 올 수 있음에 늦게나마
감사를 드리고 연변에서는 외출할 때 복장 색상의 선택이 삶과 죽음을 가를 수도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시고 떠나신 이름 모를 연쇄 살인범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훗날 하늘나라에서 이 분을 만나게 되면 늦게 나마 고백 할 것이있다.
따뜻한 빨알간색 내복을 입고 다녔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