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예영(원명학당 원장)
[SOH] 의무반고(義無反顧)는 뜻을 세우면 뒤돌아보지 않는다, 또는 정의를 위하여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입니다.
서한(西漢)시대 유명한 사마상여(司馬相如)의 글에서 연유합니다.
사마천이 지은 사기(史記) 사마상여열전(司馬相如列傳)중 '적의 칼날과 화살에 맞는 것도 개의치 않고, 의를 지켜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된다(觸白刃, 冒流矢, 義無反顧)'란 문장에서 따왔습니다.
사마상여는 촉군(蜀郡) 성도(成都) 사람으로 자는 장경(長卿)입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책 잃기를 좋아하고 격검(擊劍, 오늘날의 검도)을 배웠으므로 그 부모는 그를 견자(犬子)라고 불렀습니다.
사마상여는 공부를 마치자 인상여(藺相如, 전국시대 조나라의 명재상)의 사람됨을 흠모하여 이름을 상여(相如)로 바꾸었습니다.
사마상여는 특히 시부(詩賦)에 능하였는데 한무제(漢武帝)를 위하여 유렵부(遊獵賦) 지었고 이에 한무제는 그를 중랑장(中郞將)으로 임명하였습니다.
사마상여가 낭(郎)이 된지 두어 해쯤 되었을 때 마침 당몽(唐蒙)이라는 사람이 사자가 되어 서남지역인 파촉(巴蜀)으로 통하는 도로의 공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야량(夜郞)과 서북을 점령한 뒤 이곳과 통하고자 파,촉의 이졸(吏卒) 1000명을 징발하였는데, 두 군에서 육로와 바닷길로 그들의 식량을 운송하기 위하여 내보낸 사람도 만여 명이나 되었습니다.
당몽이 군사 징발법을 발동하여 그 수령을 베어 죽이자 파와 촉의 백성은 몹시 놀라고 두려워하였습니다.
황제는 이 소식을 듣고 사마상여에게 당몽을 꾸짖게 하고 파와 촉의 백성에게 그것이 황제의 뜻이 아니었음을 밝히도록 했는데 그 격문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파와 촉의 태수에게 알린다. 만이(蠻夷)들이 제멋대로 행동하였으나 오래도록 토벌하지 않아 변방 지역을 침범하기도 하고 사대부를 수고롭게 하기도 하였다. - 중략 - 백성들을 모아 도로를 만드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제 들으니 당몽은 군사 징발법을 발동시켜 자제들을 놀라게 하고 두려움에 떨게 하며 장로들을 근심시켰다. 아울러 두 군에서도 제 마음대로 식량을 운송하게 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일은 모두 폐하의 뜻이 아니다. 징발된 자 중에는 도망친 자도 있고 자살한 자도 있다고 하니 이 또한 다른 사람의 신하 된 자의 도리가 아니다.
저 변방의 무사들은 봉수(烽燧)가 올랐다는 말을 들으면 모두 활을 들고 달려가고 무기를 들고 뛰어 가서 땀을 흘리며 서로 잇달아 모여 다른 사람보다 뒤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들은 적의 칼날과 화살에 맞는 것도 개의치 않고, 날아오는 화살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의로 여겨 뒤돌아보지 않고(觸白刃,冒流矢,義無反顧) 발꿈치를 돌리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노여움은 마치 사사로운 원수를 갚는 것 같다.
이 사람들이라고 해서 어찌 죽는 것을 기뻐하고 사는 것을 싫어하겠는가? 그들인들 어찌 호적이 없는 백성으로 파와 촉의 사람들과 군주를 달리하고 있겠는가? 다만 그들은 계책이 깊고 멀리 내다보고 국가의 어려움을 가장 급한 일로 여기며 신하로서 도리를 다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마상여가 사태를 잘 수습하자, 도로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의무반고는 의로운 일이라면 자신의 사사로움은 뒤돌아보지 않고 의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이르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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