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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공의 올바름에 모든 중들이 굴복하고 음양의 도리를 깨쳐주다-65화

편집부  |  2017-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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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  오공은 태상노군에게 보물들을 돌려준 상황을 삼장에게 들려주었고 삼장은 고마운 일이라며 거듭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계속 서쪽으로 나아가리라 마음먹었습니다. 풍찬노숙의 고달픈 여행은 계속되고, 얼마를 갔을까, 또다시 높은 산 하나가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았습니다. 


 

삼장 : “오공아! 서천으로 가는 길이 어찌 이토록 어렵기만 하더냐? 장안성을 떠난 이래, 길에서 봄을 맞고 가을을 보내며 적어도 4.5년이 지난 거 같건만 어찌 아직도 도착하지 못하는 거냐?”
오공 : “(웃으며)아직 멀었습니다. 멀었어요. 집으로 말하면 아직 바깥대문도 나서지 못한 셈이니까요.”
팔계 : “형. 그런 허풍은 그만 떨라궁. 세상에 그리 넓은 정원이 어디 있당가?”
오공 : “얘. 우린 아직 방안에서 맴돌고 있는 셈이야.”
오정 : “형, 그런 말로 우릴 놀래킬 필요는 없잖아? 설령 그리 큰 방이 있다 해도 그런 방에 얹을 서까래가 어디 있겠어?”
오공 : “내 보기엔 저 푸른 하늘은 지붕위의 기와이고 해와 달은 창문이며 4산과 5악은 기둥과 서까래여서, 하늘땅이 마치 하나의 큰 방으로 보인단 말이다.”
팔계 : “그럼 일은 다 된 셈이야. 우린 얼마동안 더 돌아다니다가 가냥 돌아가고 말자구.”
오공 : “허튼소리 그만하고 어서 날 따라오기나 해라.”

우뚝 솟은 산봉우리들 들쭉날쭉 솟아 있고 소소리 높은 나무들 구름 속에 묻혀있네. 푸른 연기 감도는 골 안엔 원숭이들 소리치고 녹음 짙은 솔밭 속엔 두루미 떼 울어대는데 산도깨비 냇가에서 휘파람 불어 나무꾼을 놀려대고 구미호 벼랑 턱에 앉아 사냥꾼을 놀래킨다.

산길을 헤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일행 속에 삼장은 산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가슴이 떨려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삼장 : “오공아!
 뜻을 세워 영산에 가기로 하고 천자님 성 밖으로 바래주신 뒤로
 길에서 세 제자와 서로 만났고 도중에 말을 얻어 길을 다그쳤네.
 산 넘고 물 건너 경문을 구하고 고개 넘어 부처님 만나리라
 죽력 같이 이 한 몸 지켜왔거니 어느 날에 돌아가 천자님 뵈오랴!”
오공 : “하하하 스승님. 염려하실 거 없습니다. 안심하시고 걸음이나 재촉하십시오. 공을 들이면 저연히 성공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사제들은 산 경치를 구경하면서 발길이 닿는 대로 계속 나아가는데 어느덧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삼장이 무심결에 멀리 내다보니 움푹한 골짜기에 누대와 전각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삼장 : “오공아, 날도 이미 저물었는데 저 앞쪽에 누각이 보이는구나. 오늘은 저기로 찾아가 하룻밤 묵고 내일 다시 떠나는 게 어떠냐?”
오공 :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제가 가서 자세히 살펴보고 오지요.”
오공이 몸을 솟구쳐 공중에 뛰어올라 바라보니,
팔자형의 벽돌담은 붉은빛을 머금었고 양쪽대문에는 금못들이 박혔는데 겹겹의 누대는 산허리를 가리우고 층을 이룬 전각들은 산속에 묻혔구나. 만불각은 여래전에 마주섰고 조양루는 대웅문과 짝을 이뤘는데 칠층탑은 허리에 안개구름 잡아 둘렀고 삼존 불신들은 빛을 뿌려 눈부시구나!

오공 : “스승님. 사원이 맞습니다. 가서 하룻밤 신세지도록 하시지요.”
삼장은 말을 다그쳐 몰아 곧바로 산문 앞에 이르렀습니다.
오공 : “헌데 스승님 여기가 무슨 사원인지 아십니까?”
삼장 : “야, 이 녀석아. 말이 방금 걸음을 멈추고 내 아직 안장에서 내려서지도 않았는데 그걸 어찌 알겠느냐?”
오공 : “스승님은 어려서 출가하신 몸으로 글을 배우셨기에 경서도 읽으실 수 있었던 게 아닙니까? 근데 어찌 문 위 현판에 저리 크게 써 있는 글자를 알아보지 못하신단 말씀입니까?”
삼장 : “(화내며)원숭이 녀석이 무지해도 분수가 있지! 난 방금 서쪽을 향해 달려온 탓에 햇빛에 눈이 부시기도 한데다 현판에 먼지가 잔뜩 끼어서 어디 알아볼 수나 있겠느냐?”
오공은 그 말을 듣고 몸을 들썩이는가 싶더니 제 키를 스무 자도 더 되게 늘여서는 손으로 현판의 먼지를 털어버렸습니다.
오공 :“자 스승님 이제 보십시오.”
삼장이 고개 들어 바라보니 거기에는 ‘칙건보림사’라는 다섯 글자가 큼직하게 쓰여 있었습니다.
오공 :“스승님. 누가 안에 들어가 숙소를 빌릴까요?”
삼장 :“내가 들어가 보마. 너희들은 생김새가 추하고 말투가 거칠고 성미까지 괴팍해놔서 자치 이곳 중들의 비위를 거슬러 놓기가 쉬우니.”
삼장은 석장을 내려놓고 망토를 벗은 다음 옷깃을 여미고 합장을 한 후 산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안쪽 붉은 난간의 양편에 한 쌍의 금강이 무서우리만큼 위엄을 떨치며 버티고 서 있었습니다. 
삼장 :“음, 우리 동녘 땅에서도 누가 만일 흙으로 이처럼 웅대한 보살을 만들어 놓고 향불을 피우고 공양을 한다면 내 이처럼 제자들을 거느리고 어려운 서천 길을 걷지 않아도 되련만...”
삼장의 이목구비가 수려하고 풍채 또한 범속치 않은 것을 본 한 도인이 안에서부터 나와 인사를 했습니다.
도인 :“어디서 오신 스님이신지요?”
삼장 :“소승은 동녘 땅 당나라 천자님의 어명을 받들고 서천으로 경을 가지러 떠난 사람으로 날이 저물어 오늘 하루 신세지려 찾아왔습니다.”
도인 :“스님. 전 이 절간에서 청소나 하고 종이나 치고 잡일이나 하는 도인으로 안에 계시는 주지스님께 여쭈어 보겠습니다.”
삼장 :“수고를 끼쳐 미안합니다.”
도인 :“주지스님 밖에 손님이 와계십니다.”
주지는 몸을 일으켜 옷을 갈아입고서 미로모를 쓰고 가사를 걸친 다음 문을 열고 삼장을 영접하려 했습니다. 도인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대머리에 25조 달마의를 입고 발에는 진흙이 잔뜩 묻은 달공혜를 신은 채 뒷문에 비스듬히 기대 서 있는 중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주지 :“이놈아! 너 매를 맞고 싶어 몸살이 난 것이더냐?  난 성안에서 신분이 높은 분이 분향을 하러 찾아오는 경우에만 영접하기로 되었지 않느냐? 어찌 저따위 중을 나에게 영접하게 하는 것이냐? 꼴을 보니 정처 없이 떠도는 행각승임에 틀림없다. 처마 밑에나 웅크리고 앉아 밤을 지내게 하면 될 것을 어찌 나에게 알린단 말이더냐?”
삼장 :‘아아 서럽구나. 사람이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격이로구나. 내 출가를 한 이래 선심을 더럽혀 본 적 없고, 계율을 어긴 적도 없거늘 어느 세상에서 천지의 이치를 배반했었기에 금생에 이리도 불량한 사람을 만난 걸까? 숙소를 빌려주지 않겠으면 그만이지 이리도 불손한 말로 우리를 처마 밑으로 쫓아 버리는 건가? 내가 들었기에 망정이지 오공이 들었다면 당신은 오공의 몽둥이에 뼈도 못 추렸을 것이야. 아니다. 사람은 예가 으뜸이라 하지 않았더냐? 내 직접 다시 청해보리라.’
삼장 :“주지스님, 소승 문안드립니다.”
주지 :“(귀찮아하며) 당신은 어디서 왔소?”
삼장의 사연을 들은 주지는 그제야 마지못해 몸을 일으켰습니다.
주지 :“당신이 당삼장이란 사람이오?”
삼장 :“네.”
주지 :“그래 서천으로 경을 가지러 간다는 사람이 왜 길도 모르고 다니는 거요?”
삼장 :“소승은 이곳이 처음이라 사실 길에 익숙지 않습니다.”
주지 :“예서 서쪽으로 4,5리가량 가게 되면 삼십 리 점이란 주막집이 있을게요. 그곳은 음식도 팔아서 하룻밤 묵기도 편할 게요. 여기는 불편해서 당신들처럼 먼 곳에서 온 스님을 재울 수가 없소이다.”
삼장 :“스님, 옛사람들도 암자나 사원은 모두 우리 출가한 사람들의 객사요, 산문을 만나면 쌀 서너 되의 인연은 있으리라 했는데 저를 어찌 내쫓으려고만 하시니 무슨 까닭인가요?”
주지 :“(버럭 화내며) 너같이 떠돌아다니는 행각중 녀석들은 언제나 입에 발린 소리만 뇌까리고 있구나!”
삼장 :“입에 발린 소리라니요?”
주지 :“옛사람들은 이리도 말했지. 범이 마을에 뛰어들면 집집이 문을 닫아걸게 마련이다. 설사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전엔 평판이 나빴다고 말이야.”
삼장 :“일전에 평판이 나빴다는 건 무슨 말씀?”
주지 : “몇 해 전 행각승 대여섯 명이 웅크리고 있기에 불쌍한 생각이 들어 공양밥을 차려주고 옷도 한 벌씩 빌려주고 며칠간 묵게 해준 적이 있었지. 그랬더니 영 떠날 생각은 않고 7,8년을 주저앉더니만 갖은 행패를 다 부렸단 말이지.”
삼장 :“무슨 행패를 부리던가요?”
주지 : “한가할 땐 담장에서 기왓장을 벗겨내고 심심할 땐 벽에 박힌 못들을 휘어버리고, 겨울이면 창문 살 뜯어내 불 때고 여름이면 문짝을 끌어내 길을 막았네. 아향을 훔쳐다 순무와 바꾸어먹고 유리병 기울여 기름을 쏟고 사발과 솥을 들어내다 도박노름 벌이더구먼.”
삼장 :‘아, 슬픈 일이로구나! 불가의 제자들이 어찌 그리 돼먹지 못한 것이었을까!’
삼장은 울음이 북받쳐 올랐지만 주지의 웃음을 살까봐 몰래 소매 끝으로 눈물을 씻고는 노여움을 꾹 참고 밖으로 나와 제자들을 만났습니다.

스승의 눈물을 본 제자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다음 시간을 기대해 주세요.


66화 오공의 올바름에 모든 중들이 굴복하고 음양의 도리를 깨쳐주다(2)

지난시간 삼장이 숙소를 구하기 위해 직접 들어갔다 서러움을 당하고 나온 모습을 본 제자들은 어떤 반응들을 보일까요?

오공은 스승의 얼굴에 노기가 서린 것을 보고는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오공 :“스승님, 이 절의 중놈들이 스승님을 때리거나 욕보였습니까?”
삼장 :“아니다 그러지 않았다.”
팔계 :“틀림없이 때린 게야. 안 그럼 어찌 스승님의 목소리에 울음기가 섞여 있겠어?”
삼장 :“얘들아, 이곳은 묵을 데가 못되는 것 같다.”
오공 :“부처님 밑에서는 모두 다 인연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잠시 기다려보십쇼, 제가 한번 들어가 볼 텝니다.”
마침 저녁 향을 피우던 도인이 불전의 향로에 향을 꽂다 오공이 이놈아라고 호통을 치자 화들짝 놀라 나자빠졌습니다. 넋이 빠지게 놀란 도인은 허둥지둥 달려가 아뢨습니다.
도인 :“주지스님, 밖에 웬 스님이 와 있습니다.”
주지 :“너희가 진정 매가 맞고 싶어 몸살이 난 게로구나. 처마 밑에서라도 웅크리고 있게 하랬더니 왜 이리 시끄럽게 성화냐?”
도인 :“아까 온 중과는 달리 아주 흉악하게 생겼습니다. 눈은 동그랗고 귀는 뾰족하고 얼굴은 온통 털북숭이인데다 입은 뇌공같이 생겨먹었습니다. 손에 철봉을 들고 이를 악물고 있는데 사람을 찾아 마구 두드려 팰 기세였습니다.”
주지가 막 문을 열고 나서려는데 오공이 저벅저벅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오공의 몰골이 여간 험상궂지 않은지라 주지는 급한 나머지 와락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오공은 달려들어 방장문을 짓부수면서 벼락치듯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오공 :“깨끗한 방 천 칸을 지체 말고 빨리 치워놔라. 이 오공이 거기서 쉬어야겠다.”
주지 :“아니 저놈은 어찌도 저리 무섭게 생겼느냐? 입으로 나오는 말은 더 끔찍스럽구나. 합쳐봐야 3백 칸이나 될 이곳에서 천 칸을 내놓으라니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도인 :“스님 저도 간 떨어지게 놀랐습니다요. 주지스님이 어찌 좀 해보십시오.”
주지 :“(벌벌 떨며)아이고 장로님! 이런 작은 절간에서 묵게 해드리기가 불편하오니 제발 다른 곳으로 찾아가 숙소를 빌리시기 바랍니다.”
오공 :“뭐라? 우리가 묵는 게 불편하다면 니들이 여기서 나가도록 해라.”
도인 :“맞설 것 없이 잠시 피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안 그랬다간 저놈의 몽둥이에 잘못되기 십상이겠습니다.”
주지 :“그게 지금 말이라고 하느냐? 식솔이 4,5백명이나 되는데 어디로 간단 말이더냐?”
오공 :“이봐 주지! 나갈 데가 없다면 한 사람 내보내 나와 곤봉을 겨루어 보게 해라”
주지 : “네가 나가 저 녀석과 한번 겨뤄보도록 해라.”
도인 :“저 엄청나게 굵은 철봉을 보시고도 저더러 나가 맞서 보라는 겁니까? 저 철봉에 얻어맞는 건 둘째 치고 저것이 넘어져 밑에 깔리기만 해도 저는 육회가 되고 말 것입니다요.”
주지 :“하긴 저리 세워만 놓아도 큰일이지, 생각도 못하고 이마라도 부딪치는 날엔 구명이 펑 뚫리고 말 거니까.”

그들이 이렇게 옥신각신하는 사이, 오공은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오공 :“저것들이 어찌 이 몽둥이를 당해 낼 수 있단 말이더냐? 하나씩 때려눕혔다간 내가 또 살생을 저질렀다고 스승님께서 꾸짖을 것 아니겠어? 어디 다른 물건을 하나 찾아서 본때를 보여줘야겠다.”
오공은 고개를 주위를 휙 둘러보니 방장문 앞에 큼직한 돌사자 한 마리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오공은 철봉을 집어 들어 그것을 힘껏 내리쳤습니다. 그러자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돌사자가 산산조각 나버렸습니다.
도인 :“나리님 맙소사! 제발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오공 :“이봐 주지, 널 때리진 않겠다. 지금 이 절에 중이 모두 얼마나 있느냐?”
주지 :“앞뒤에 전부 285개의 승방이 있고 도첩을 가진 중이 5백여 명이 있습니다.”
오공 :“그럼 그 중들에게 옷을 차려 입히고 밖에 나가 당나라 스님을 맞아들이게 해라 그렇다면 내 널 용서해주마.”
주지 :“간 떨어져 놀란 것은 고사하고 염통이 터졌더라도 빨리 좀 가서 전하거라. 다들 밖으로 나가 당나라 스님을 영접해 모시라 전해라.”
도인은 감히 정문으로 나갈 생각도 못한 채 뒤편의 개구멍으로 빠져 정전으로 나가 종과 북을 요란스레 두드려댔습니다.
 
중들 :“아니, 때 아닌 종과 북소리는 무슨 일이지?”
도인 :“빨리 옷들을 갈아입고 주지스님을 따라 산문 밖으로 나아가 당나라 장로님을 맞아들입시다. 어서 어서 서두르세요.”
중들은 시키는 대로 차례로 열을 지어 산문 밖으로 나갔습니다. 어떤 이는 가사를 걸치고 어떤 이는 편삼을 걸치고 또 어떤 이는 직철을 입고 있었으며 아주 가난해 긴 옷차림을 못한 자는 치마 두 폭을 이어서 몸에 걸치고 있었습니다.
오공 :“이봐, 임자들 입고 있는 건 뭔가?”
중들 : “나리님! 말씀드릴 테니 제발 때리지만 말아 주세요. 이건 저희들이 성안에 들어갔다가 시주받은 무명입니다. 그런데 여기는 재봉집이 없어서 저희들 손으로 아무렇게나 지어 입은 겁니다.”
오공은 속으로 웃으면서 중들을 산문 밖으로 데리고 나가 무릎을 꿇게 했습니다. 그러자 주지는 머리를 땅바닥에 조아리며 큰 소리로 말을 했습니다.
주지 : “당나라 장로님! 부디 방장으로 들어가십시다.”

팔계 :“역시 스승님은 안되겠어용. 스승님은 들어가셨다가 눈물이 그렁해 가지고 나오셨지만 사형은 되려 저것들이 절을 해가며 영접하게 하지 않았습니까?”
삼장 : “이런 바보 같으니라구. 어찌 그리 예의라곤 통 모르느냐? 귀신도 악인은 무서워한다고 했단다.”
중들 :“나리님. 나리님께서 제자 분에게 저희들을 때리지 말라고 해주십시오. 그러신다면 저희들은 여기에 한 달이라도 꿇어 앉아있겠습니다.”
삼장 :“오공아. 저분들을 때리지 말도록 해라.”
오공 :“스승님, 저는 절대로 때린 적이 없습니다. 만일 제가 때렸다면 저렇게 무사할 리 없잖습니까!”
우여곡절 끝에 주지의 방장에 들어와 자리를 잡은 삼장은 중들이 또다시 절을 하려하자 거듭 사양을 했습니다.
삼장 :“스님 더는 이러지 마십시오. 소승 송구해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입니다. 우리 모두 다 같은 불제자가 아닙니까?”
주지 :“장로님은 상국의 사신이신데 소승 미처 마중 나가지 못했습니다. 모처럼 누지에 오셨는데 장로님께선 지금까지 소식을 하셨나요, 육식을 하셨나요. 말씀해주시면 저희들이 정성껏 공양을 준비하겠습니다.”
삼장 :“소식을 해왔습니다.”
주지 :“제자들은 육식을 했겠지요?”
오공 :“아니오, 우리도 소식을 하겠소. 종래로 소식만 해왔으니까”
주지 :“아니 그처럼 위엄스러우신 분이 소식을 다 하시다니요!”
중 :“소식을 하신다니 그리 준비는 하겠습니다만 공양밥은 얼마나 지어 드리면 될까요?”
팔계 :“이런 이런.. 좀스러운 녀석 같으니ㅏ구. 힝! 무얼 자꾸 묻는 거야. 한때에 한 섬쯤 하면 될게 아니냐?”
삼장은 공양을 마친 후 주지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삼장 :“이리 폐를 끼쳐서 미안합니다. 저희가 어디서 쉬어야 할까요?”
주지 :“원 별 말씀을, 오히려 대접이 시원치 못해 죄송합니다. 잠자리는 저희가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이 보거라! 한 두 사람 보내 풀을 베어다 당승님의 말을 잘 먹이도록 하고 몇 사람 뽑아 앞채 선당을 깨끗이 쓸고 침대와 휘장을 준비해 장로님들을 모셔다 주무시도록 해라.”
삼장이 선당 복판에 자리 잡고 앉자 등불 아래에는 5백 명의 중들이 시중을 들기 위해 두 줄로 늘어서서 삼장의 분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삼장은 허리를 굽혀 그들에게 말하였습니다.
삼장 :“이제 모두 돌아들 가십시오. 소승이 마음놓고 잘 수 있게 말입니다.”

삼장이 그렇게 권하길 몇 차례, 모두가 물러난 밤. 문간을 나와보니 휘영청 밝은 달이 하늘 높이 걸려 있었습니다.
삼장 :“제자들아!”
삼라만상이 고요한 밤. 교교한 달빛 아래 깊이 잠든 산천을 바라보는 삼장은 감회가 북받쳐 올라 시 한 수를 읊었습니다.

거울같이 둥근 달 하늘 높이 걸려있고
흘러가는 산천 그림자 땅위에 온전하구나.
달나라 궁전에는 맑은 빛 가득 차 넘치고
빙고와 은쟁반엔 시린 기운 가득 서렸을라.
밝고 맑음이 만리에 가득 차
일 년에 이 밤의 밝음이 첫째로구나.
얼음같은 둥근 달 푸른 하늘에 걸렸는데
객사의 찬 방엔 외로운 길손 수심에 젖고
산촌의 주막엔 늙은이 잠들어 있네.
오공 :“스승님, 스승님은 달빛이 밝은 것만 보식 고향생각을 하고 계시지만 저 달 속에 담긴 이치에 대해선 모르고 계십니다. 하여 시에 이르기를 ‘상현의 뒤쪽은 하현의 앞쪽이요 약의 맛은 덤덤하나 기상은 온전하네. 그것을 따다가 화로에 달이면은 심신의 공과가 서천이 되리라.’라고 한 것입니다.”
오정 :“사형의 말이 옳기는 하지만 그저 현의 앞은 양에 속하고 뒤는 음에 속하며 음속에 양이 반쯤 들어차면 물을 얻은 금과 같다고 한데 불과한 겁니다. ‘물과 불이 서로 도와 인연 있으니 모두가 土母 때문에 이룩되었네. 셋이 모여 다투지만 않는다면 장강에 물 있고 하늘에 달 있으리.’라고 하는 데까지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삼장 :‘물은 팔계를 불은 오공을 그리고 토모는 오정을 가리키는구나. 이것은 한가지 이치에 통하면 백 가지 이치를 알 수 있고 불생불멸의 이치를 설파하면 곧 신선이 된다는 것이로구나.’
팔계 :“스승님 저런 소리는 곧이들으실 게 못 됩니다. 부질없이 잠이나 밑질 뿐이지요. 제 보기에 이 달은 말입니다. ‘조각달 되었다가도 둥근 달 되는 품이 이 몸의 인생마냥 순탄치 않네. 남들은 영리해 많은 복 누리지만 나만은 어리석어 지청구만 받네. 내 오로지 경을 구해 죄업을 씻고서 기꺼이 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라.’”

삼장 :“얘들아, 길에서 몹시 지쳤을 테니 너희들은 먼저 잠자리에 들도록 해라. 난 경문을 한 권 읽고 나서 잠들 생각이다.”
오공 :“스승님은 어릴 적부터 배워 둔 경문이라면 어느 하나 익숙치 않은 게 없지 않습니까? 아직 공과가 끝나지 않으셨고 부처님도 만나 뵙지 못하셨으며 진경도 손에 넣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무슨 경문을 읽으시겠다는 겁니까?”
삼장 :“난 장안을 떠난 이래로 고된 여행을 계속하다 보니 어릴 적 외웠던 경문을 잊어버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오늘밤 여가가 생긴 터라 한 번 더 익혀보고 싶구나.”
제자들 :“그럼 저희들은 먼저 들어가 잘 텝니다.”



세 제자는 안으로 들어가 등나무 침대에 누워 잠이 들고 삼장은 선당문을 닫아걸고 등잔 심지를 돋워 올린 다음 경서를 펼쳐놓고 조용히 읽기 시작했습니다.
 달이 밝은 오늘밤, 시상이 떠올라 서로의 마음과 생각을 나누고 모처럼 다들 평화롭게 지내는 그들입니다. 그들의 앞길도 오늘처럼 고요하게 지낼 수 있을까요?




다음시간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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