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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 강자아2-곧은 낚시로 천하를 낚는다.
2008-06-07 08:08:34 | 조회 10603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전통문화- ‘옛 사람에게 배운다’ 박정임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곧은 낚시로 천하를 낚은 주인공 강자아에 대한 첫 번째 시간을 가졌습니다. 풍류인물 강태공이 곤륜산에서 선술을 익힌 뒤, 속세에 내려와 결혼을 하고, 하는 일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그래서 결국은 갖은 고생과 만고풍상을 겪고 죽음을 피해 도망 다니게 되는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마침내 위수에 은거하고 곧은 낚시를 드리우는 강태공을 만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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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공 위수에서 세월을 낚다-문왕과의 신비한 만남
조가를 떠난 강자아는 매일 위수(渭水)에 나가 낚시를 하였습니다.
사실 그는 곧은 낚시로 세월을 낚기 위해 낚시질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한편, 억울하게 유리옥에 감금되었다 풀려난 서백 희창은
포악무도한 주왕을 토벌하고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원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에게는 훌륭한 인재들의 도움이 절실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에 선친이 나타났습니다.
“창(昌)아, 네게 훌륭한 스승이자 너를 보좌할 지혜로운 인물을 보내주겠다. 그의 이름은 망(望)이라고 한다.”
꿈속에서 그가 본 인물은 수염과 눈썹이 하얀 노인이었습니다. 서백은 얼른 허리를 굽혀 예의를 갖췄고 그러자 그 노인도 답례를 했습니다. 꿈에서 깬 후 서백은 하늘이 내려주신 이 위대한 현인이 반드시 나라 어디엔가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도처로 사냥을 다니며 사람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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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위수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던 강자아는
나무 짐을 지고 가는 한 젊은이를 불렀습니다.
“이보게, 젊은이. 이리 잠깐 와 보게.”
“무슨 일입니까? 아니 영감님. 고기를 낚을 생각이 있는 겁니까?”
“당연히 있지. 다만, 고기가 아닌 천하의 주인을 낚을 생각이야.”
“그런 낚싯바늘로는 도저히 낚을 수 없다니까요.”
“아니, 반드시 낚을 수 있네.”
“무리라니까 그러시네요. 그보다 영감님, 만약 지루하시다면 제가 재미있는 일을 한 가지 가르쳐 드릴까요?”
“호오, 그거 고마운 말이군. 하지만 나는 지루하지는 않네. 자네 같은 돌 머리들이나 지루함을 느끼는 거야.”
“그렇게 한가하시면 낚시도 좋지만 곤륜산으로 들어가서 선술이라고 배우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런, 재미있는 일이 그거였나? 곤륜산에는 이미 오래 전에 다녀왔네.”
“허풍 떨지 마십시오. 영감님. 그런데 어디서 오셨습니까?”
“동해 허주 사람일세.”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데요?”
“성은 강이고 이름은 상, 자는 자아, 호는 비웅일세.”
강자아가 자기소개를 하니, 젊은이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뭐가 우스운가?”
“짐짓 근엄한 표정으로 호가 어떻다, 자가 어떻다 하시니까 우습지 않습니까?”
“호가 있으면 안 되나?”
“호는 위대한 인물들이나 사용하는 것입니다.”
“나는 위대한 인물이야.”
“위대하다는 의미나 아십니까?”
“당연하지. 이제 곧 위대해 질 테니까 그 전에도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어.”
“영감님, 정말 허풍이 심하시군요.”
젊은이가 자리를 뜨려하자
“무길아! 잠깐만.”
강자아가 젊은이를 불러 세웠습니다.
“네~?, 제 이름을 어떻게 아시지요?”
“아는 수가 있네. 그보다 무길이, 자네는 오늘 서기성에서 살인죄를 저지를 거야.”
“뭐라고요? 이 영감님이 정말. 저는 영감님과 농담을 했을 뿐인데 어떻게 그런 악담을 할 수 있습니까?”
“악담이 아냐. 그것이 바로 자네의 운명이야.”
“흥, 앞으로는 영감님은 상대도 하지 않겠습니다.”
화가 난 무길은 장작을 지고 서기성 남문으로 갔습니다. 그 때, 마침 서백의 일행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당황하여 뒷걸음을 치다가 발에 무엇인가가 걸려 휘청하는 사이에 장작개비 하나가 허공으로 튀어 올라 떨어지면서 성문 문지기의 머리를 때려 그만 문지기가 죽어버렸습니다. 실수였지만 분명한 살인이었고, 무길은 그 자리에서 체포 감금되었습니다.
그런데 서기성에는 감옥이 없고 그 대신 획지위뢰(劃地爲牢)라는 특이한 감옥이 있었습니다. 땅에 동그랗게 선을 그려놓고 그 안에 범인을 세워두는 감옥으로, 당시 성안의 주민들이 죄를 짓지 않기 때문에 그런 감옥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범인은 마음대로 감옥을 나갈 수는 있지만 결코 도망갈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서백이 점을 치면 어디로 도망갔는지 다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시 잡히면 형량을 두 배로 늘리는 규정이 있기에 감금당한 죄인이 도망가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획지위뢰 안에 들어간 무길은 큰소리로 울었습니다. 그러자 대부 산의생이 다가와 물었습니다.
“왜 우는 것이냐.”
“대인, 제게 노모가 계신데 형제가 없어 돌봐드릴 사람이 없습니다. 내가 감옥에 갇혀 있으면 굶어 돌아가실 것이고 장사지낼 사람도 없습니다. 노모에게 당분간 드실 음식과 관을 준비하여 어머니께서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불효라는 또 하나의 죄를 짓게 됩니다. 준비를 마치면 곧 돌아오겠습니다.” 무길이 애원했습니다.
“알았다. 한 달간의 유예 기간을 주겠다.”
무길은 집에 돌아와 어머니에게 사정이야기를 하고 강자아를 원망하였습니다.
“아니다. 그 노인이 너의 운명을 알았다면 구할 방법도 알 것이다. 빨리 가서 노인과 상의해 보아라.”
무길은 강자아를 찾아가 사정 이야기를 하고 구해줄 것을 간청하였습니다.
강자아는 압성술(壓星術)이라는 방법을 알려 주었습니다.
“오늘 밤 너는 침대 앞에 도랑을 파고 그 도랑에서 자라. 도랑에 누우면 쌀을 뿌리고 머리와 발쪽에 등불을 하나씩 켜 두어라. 그러면 액운이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짚으로 인형을 만들어서 밤낮으로 안고 자거라. 한 달이 되면 성의 수로에 던져라. 그러면 성의 관리가 네가 투신자살했다고 보고할 것이다.”
한 달 후 수로에 무길의 시체가 떠내려갔고 관리는 그가 자살했다고 보고하였습니다. 서백의 점괘에도 무길이 죽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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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백은 현인을 만날 것이라는 현몽을 받은 지 1년이 지나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냥을 나가기 전에 태사(太史)에게 점을 치게 하자 다음과 같은 점괘가 나왔습니다.
‘위수(渭水)가에 사냥을 나가면 풍성한 수확이 있으리라. 용도 아니고 이무기도 아니며 호랑이나 곰도 아니며, 어진 현인(賢人)을 만날 조짐이니 이는 하늘이 주신 훌륭한 스승이다.’
서백은 이 말을 듣고 몹시 기뻐하며 태사가 알려준 대로 많은 인마(人馬)를 거느리고 위수가로 사냥을 나갔습니다. 때마침 나무꾼이 노래를 부르면서 장작을 지고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봄날의 강물은 유유히 흐르고 초목은 기이한데 번계에 숨어 지금까지 대어를 낚지 못하고 있구나. 그 누가 알리요. 이 고귀한 뜻을. 그저 낚싯대나 드리우고 있을 뿐이니 답답하도다.” 나무꾼은 밝은 목소리로 묘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희한한 노래야. 이 마을에 현인이 숨어 있는 것이 틀림없다.’ 서백은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사람들이 길을 가로막고 있자 나무꾼이 지고 있던 장작을 내려놓았습니다.
“아니 이런 무길이 아닌가? 너는 죽지 않았느냐?” 산의생이 놀란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습니다.
“수상하다. 당장 체포하라!” 서백이 명령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다. 점괘로는 분명히 죽었는데.’ 서백이 중얼거리자 무길이 대답했습니다.
“전하의 점괘가 잘못된 것이 아니오라 실은 어느 위대한 분이 저를 위하여 압성술을 베풀어주셨기 때문입니다.”
“무어라, 압성술이라니? 여봐라. 그 위대한 분이 누구냐?”
“네, 곤륜산에서 수행을 하신 분으로 동해 허주 태생이고 성은 강, 이름은 상, 자는 자아이며, 호는 비웅(飛熊)이라고......”
“잠깐. 그 호를 천천히 말해 보아라.”
“네 비-웅이라고 합니다.”
순간 서백은 현인을 드디어 만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흘 뒤 서백은 현인을 태우기 위해 수레를 준비했습니다.
초목이 울창한 위수 가에 수염이 하얀 노인이 대나무 낚시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현인을 놀래어서는 안 되니 말에서 내려 소리 내지 말고 걸어가도록 하자.” 서백이 말했습니다.
“낚시를 즐기시는 것 같은데 그렇게 해도 물고기가 낚이는지요?”
“군자는 그 뜻을 얻기를 즐기며 소인은 그 일을 얻기를 즐긴다고 하오. 지금 나의 낚시는 그와 비슷하오.”
“비슷하다는 말씀의 뜻을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송사리는 빈약한 먹이에도 모여 들지만 대어는 풍요롭고 향기로운 먹이가 아니면 절대로 물지 않소. 천하는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것이오. 권력이나 이익을 균형 있게 나누어주지 않거나 잘못 나누어 준다면 당연히 천하를 얻을 수 없고 또한 천하를 운영하는 것도 불가능하오.”
“제대로 다스린다는 말씀을 자세히 설명해주십시오.”
“집을 미끼삼아 나라를 차지했으면 그 나라를 융성하게 만들어야 하고, 나라를 미끼삼아 천하를 얻었으면 천하를 태평하게 만들어야 하는 법. 천하를 얻기는 쉽지만 천하에 군림하기는 어렵소. 천하는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만인의 천하가 되어야 하는 법이요.”
“그렇다면 천하에 군림하는 길은 무엇입니까?”
“천하의 이익을 함께 나누는 자는 천하를 유지할 수 있지만, 천하의 이익을 혼자 마음대로 주무르는 자는 천하를 잃는 법이요. 그런 까닭에 천자가 사해의 부를 소유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오.”
“어떻게 해야 천하의 이익을 함께 나눌 수 있습니까?”
“인(仁), 의(義), 덕(德), 도(道)를 옳게 유지해야 하오.”
“인은 마음속의 인정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천하의 재물을 백성들과 공유하는 것이요. 의는 단순한 명분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백성들과 희로애락을 공유하는 것이요. 덕은 그 몸을 장식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의 죽음을 면해주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풀어주며 근심이 있으면 구해주는데 있소.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여 삶을 즐기며 덕을 사랑하오. 그런 까닭에 삶을 소중히 여기고 백성들을 이롭게 만드는 것이 도요.”
대화를 나눈 후 서백은 강자아의 탁월한 식견과 깊은 학문에 감탄하며 이 노인이야말로 자신이 꿈에도 그리던 바로 그 사람임을 확신하고는 예를 갖추며 말했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고견에 감명하며 그 도를 따라 함께 펼치고 싶습니다. 사부님으로 맞이하여 아침저녁으로 지도편달을 받을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세상을 떠나신 저희 태공(太公 고공단보)께서는 늘 ‘머지않아 반드시 성인이 나타나실 것이며 그 성인 덕에 우리 주나라가 흥성하게 될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어르신이 바로 태공께서 바라시던 그분이 아니신지요? 수레를 준비하였으니 저와 동승하여 서기성으로 가시지요.”
“함께 뜻을 펼치자는 말에는 이의가 없소. 하지만 동승이라니 그건 안 될 말. 나 혼자 타겠으니 당신은 수레를 끄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저의 사부님이 되어 주신다는 증거로 이 주필(朱筆)을 받아주십시오.” 강자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을 받았습니다.
“이제 됐다고 할 때 까지 절대로 걸음을 멈추어서는 안 되며 손잡이를 내려놓아서도 아니 되오.” 서백은 고개를 끄덕이고 수레를 끌었습니다. 열심히 끌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호흡이 거칠어지고 다리가 휘청거렸습니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끌었지만 결국 손잡이를 떨어뜨렸습니다.
“어서 손잡이를 잡고 끌지 못하겠소.” 강자아가 수레 위에서 고함을 질렀습니다. 서백은 땀에 흠뻑 젖은 채 숨을 몰아쉬며 수레를 끌었습니다. “더 열심히 더 열심히 끄시오.” 강자아의 호통에도 불구하고 수레를 계속 끌던 서백은 현기증이 일어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강자아가 얼른 수레에서 내려와 서백을 일으켜 세워 수레에 오르게 한 다음,
“무례를 용서해 주시오. 제가 장난삼아 전하께 수레를 끌게 한 것이 아닙니다. 곧 주왕조가 등장할 텐데 그 새로운 왕조를 점쳐본 것입니다. 전하께서 수레를 끌고 280걸음 만에 손잡이를 떨어뜨렸습니다. 즉 주(周) 왕조는 건설된 지 280년 만에 일단 좌절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전하는 다시 손잡이를 잡고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것은 일단 좌절한 왕조가 부흥하게 된다는 뜻이고, 449걸음 만에 엉덩방아를 찧으셨으니 후기 왕조는 449년이 되어 앞의 280을 더해 729년이 주왕조의 명수가 됩니다. 단, 두 번째 끌었을 때 뒤에서 수레를 밀어준 자가 있었기 때문에 후기왕조는 패왕의 힘을 빌리게 되어 왕조자체는 존속되더라도 유명무실할 것입니다.” 강자아의 설명을 들은 서백은 수레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더 끌 수 있습니다. 더 끌겠습니다.”
“아닙니다. 이미 끝난 일입니다.”
이렇게 서백은 강자아와 함께 도성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온 직후 강자아를 국사(國師)로 모시고 호를 태공망(太公望 태공께서 바라시던 사람이란 의미)이라고 불렀습니다. 드디어 강자아는 주나라의 승상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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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는 군주 한사람의 천하가 아니요 천하 만민의 천하이니
천하의 이득을 함께하는 자는 천하를 얻고
천하의 이익을 독차지 하려고 하는 자는 천하를 잃나니
인, 의, 덕, 도가 있는 곳에 천하는 돌아가게 됩니다.”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인, 의, 덕, 도를 지켜야한다는 강자아의 그 말이 오늘날 자기만 위하는 우리들에게 큰 가르침을 줍니다. 곧은 낚시로 천하를 낚았던 강태공의 말을 전하며 전통문화, 오늘 여기에서 마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對중국 한국어 단파방송 - SOH 희망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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