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이 해외 프로파간다 확장을 위해 대규모의 ‘치밀하고 장기적인’ 미디어 침투 공작을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브뤼셀에 본부를 둔 국제 저널리스트 연맹(IFJ)는 지난 23일 58개 국가와 지역에 있는 IFJ 등록 매체들을 대상으로 ‘중국의 해외 영향력’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2/3는 중국이 자국 매체를 통해 ‘명확한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공의 프로파간다는 자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帯一路·육상·해상 경제권 구상) )’에 대해 해외 언론이 호의적으로 보도하도록 조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공은 해외 매체의 특파원과 기자들에게 △자국 내 명문대학에서의 10개월간 ‘저널리즘 연수’ △베이징의 고급 주택 제공 △취재비 등을 지원하지만 취재 지역은 당국이 정하고 당국자의 동행도 필요하다.
IFJ는 해외 매체를 이용한 중공의 프로파간다 전략을 ‘배를 빌려 넓은 바다로’라고 부르고 있다. 즉, 해외 매체 플랫폼 속에서 ‘위장’을 통해 자신들이 주장하고자 하는 이데올로기를 내부적으로 은밀히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IFJ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절반은 중국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쓰도록 기획된 중공 당국이 추진한 여행에 참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응답자의 36%는 중국 사업체와 협력 협정에 서명할 것을 요구받기도 했다.
한편, 중국은 프로파간다 인프라 장악을 위해 해외 통신업체를 매수하거나 해외에서 대규모 공동 미디어 벤처 설립을 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 태평양과 아프리카, 유럽 지역에서 적어도 8개국 기자협회가 중국의 국영사업과 모종의 협력 각서에 서명했다.
이러한 각서는 대부분 서명자에게 관련 사항에 대한 비밀유지, 중공 당국이 주최하는 이벤트 참가 등을 의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필리핀 국영 매체를 감독하는 대통령 통신 사무국 직원이 ‘연수’를 위해 수개월간 중국을 방문했다. 또한 통신 사무국은 2019년 중국 정부기관인 국영 라디오 TV 관리국과 MOU(기본 합의서) 계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파트너십 계약은 기자들의 보도 방법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번 조사에 참가한 한 필리핀 기자는 “대통령 통신 사무국 직원이 현재 기사를 작성하는 방법은 신화사와 중국 관영매체를 모델로 하고 있다”며, “이는 프로파간다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IFJ에 따르면, 중공은 매체를 사들이거나 설립하는 방식으로 국가가 승인한 콘텐츠를 해외 매체에 확산시키고 있다. 중국의 국영기업은 최근 적어도 9개국에서 매체를 매수하거나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예를 들면, 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인도네시아어 등 15개 지역 언어로 뉴스를 전송하는 ‘UC 뉴스’라는 앱을 소유하고 있다.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은 홍콩에 본사를 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인수하면서, “독자들에게 중국을 이해시키기 위한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도 중공의 프로파간다 확장을 위한 주요 대상이다. 중공은 관영매체 채널이 포함된 위성 TV 패키지를 아프리카 전 지역에 설치 및 판매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공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최근 중국 관영매체를 외국 대리인 등록법(FARA)에 기초해 외국 정부의 대리인으로 간주해 활동 폭을 억제하고 있다.
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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