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한미동맹관계를 재정립하겠다는 선거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취임 첫 3년 동안 상충하는 국가우선순위 사이에서 노련하게 균형을 잡아왔다.”
미국 내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셀리그 해리슨(Selig Harrison)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은 2일 노무현 대통령이 한국의 대북포용정책과 미국의 대북강경책이 서로 충돌하는 상황 속에서 노련하게 중심을 잡아왔다고 높이 평가했다.
해리슨 연구원은 이날 국정홍보처 해외홍보원이 발간하는 ‘Korea Policy Review’ 2월호에 기고한 ‘국정우선과제와 한미동맹간 균형잡는 노 대통령’에서 이 같이 밝히고, 노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와해를 막음과 동시에, 여기서 파생되는 안보·경제적 효과를 지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대외무역과 투자, 그리고 미국의 통제 하에 있는 국제금융기관들의 대한(對韓) 특혜대우를 위해 유리한 안정적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며 “주한미군의 존재는 또 한국으로 하여금 자주국방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방위태세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리슨 연구원은 한국의 입장에서 한미동맹 유지가 쉽지만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이 ‘한국의 대북 식량 및 기타 경제지원이 북한 핵 프로그램을 종식시키려는 6자회담의 외교노력을 약화시킨다’며 한국의 대북 화해노력을 늦추려 하고 때로는 이를 저해하려 하기도 했다”고 설명한 것이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그의 대북정책을 차질없이 추구하면서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과 ‘중국을 건너다보는 평택에 미군기지 부지를 마련해달라’는 요구를 수용해 미국의 이익에 호응했다”는 평가의 말을 덧붙였다.
그는 노 대통령이 2004년 11월 12일 로스앤젤레스 연설에서 ‘무력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에 반대한다’고 했던 경우를 제외하고 미국의 정책에 반대의사를 밝힌 적이 드물다고 언급한 뒤, “노 대통령이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그가 한국을 위한 한미동맹의 경제적 가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해리슨 연구원은 이라크 파병 결정을 떠올리면서 “한미동맹 유지에 대한 노 대통령의 열망이 가장 잘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하면서 “이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평판에 높은 비용을 치르고 이루어진 결정이었다… 부시행정부가 전쟁으로 이어질 지도 모르는 대북 대결정책을 추진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힘을 실어준 소득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기고문에서 그는 “주한미군 덕분에 한국은 주한미군이 없었다면 필요했을 높은 수준의 국방비 지출이라는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자원이 군사비에서 사회복지 프로그램으로 전환되면 한국의 저소득층은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뒤이어 한국이 현재 미군의 재래식 군사력을 대체하려면 국방비를 2~3배 증액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다음, “한국이 최근 미군 감축과 재배치에 대응하는 길은 북한과 1992년 남북합의에 나타난 상호 군사력 감축 대화의 재개를 제의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해리슨 연구원은 노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한미동맹과 대북정책을 조화롭게 가져갈 방안으로 △회담을 통한 남북한 상호 군사력 감축 추진 △개방적이고 평등한 한미동맹을 위한 대미압박 △한국전쟁 종식을 위한 남북한과 미국 3자간 평화협정 추진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