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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 학살과 은폐의 역사
이름 : 건필
2006-02-15
[이 한권의 책] 제노사이드 - 학살과 은폐의 역사      제노사이드(Genocide)는 특정 집단을 멸절시킬 목적으로 그 집단의 구성원을 대량 학살하는 행위를 말한다. 유엔이 1948년에 체결한 제노사이드 협약에서는 제노사이드를 “국민· 인종· 민족· 종교 집단 전체 또는 부분을 파괴할 의도를 가지고 실행한 행위”로 정의하였다.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살육, 보스니아와 코소보의 인종 청소, 소련 공산당 치하에서 스탈린의 반대파 숙청, 캄보디아 크메르루주의 동족 학살 등이 제노사이드의 대표적인 사례다. 집단 학살 방지를 위해 1999년에 설립된 시민단체인 ‘제노사이드 감시Genocide Watch’는 지난 100년 동안의 제노사이드 희생자를 모두 1억 7,500만 명으로 추산하였다. 같은 시기에 전쟁에서 사망한 사람의 수가 4,000만 명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는 엄청난 숫자다. 하지만 이 역시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이 있는 특정 국가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특정집단이 현재에도 은밀하게 진행하고 있는 대량학살 행위는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언제나 그렇듯 역사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진실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기억해야할 야만의 역사, 제노사이드 ‘제노사이드’는 인종이나 종족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genos에 살인을 의미하는 라틴어 cide를 결합한 말로 폴란드 출신의 유대인 법학자 라파엘 렘킨(Raphael Lemkin 1900~ 1959)이 처음 사용했다. 나치 독일이 저지른 엄청난 규모의 인종 학살에 ‘제노사이드’라는 이름을 부여한 렘킨은 이와 같은 만행을 예방하기 위해 제노사이드를 국제법상의 범죄로 규정하고 제노사이드를 명령한 사람과 그 명령을 집행한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1948년 유엔 총회에서 제노사이드에 관한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제노사이드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와 처벌받아야 할 대상이 명확해졌다. 우리나라는 이미 1950년에 국제 제노사이드 협약에 가입했지만, 협약이 요구하는 이행 입법은 아직 제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제노사이드 협약의 정신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법안 입법이 시급하다. 그러나 이 책이 무엇보다도 강조하는 것은 제도나 장치가 아니라, 제노사이드를 막으려는 의지, 즉 시민적 양심이다. 전쟁에 대한 교육을 통해 역설적인 방식으로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듯, 저자는 제노사이드에 대한 교육을 통해 악몽 같은 집단 학살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잔혹한 과거사를 바로 알아야 이 책은 세계사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제노사이드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 13건을 선택해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각 사례의 발생 시기와 지역, 국내외 정치 상황과 조건, 희생자 집단의 특성을 설명한다.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저자의 명쾌한 기술, 풍부한 사진 자료들은 인간의 잔혹함과 추악함을 어떤 드라마보다 더 생생하게 전한다. 그리고 이런 비극에 눈감았던 우리를 부끄럽고 당혹스럽게 만든다. 이 중에서도 나치스의 유대인 학살과 소련 공산당 치하에서 일어난 스탈린의 동족학살, <킬링필드>로 알려진 인구의 3분의 1이 희생된 캄보디아 대학살은 인류가 왜 제노사이드라는 범죄에 공동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를 절실하게 보여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소련과 비슷한 시기에 일어나 ‘킬링필드’ 이후까지, 비슷한 방법으로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사라져 버린 중국에 대해서 이 책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마도 중국공산당이 저지른 대량학살은 문화대혁명에서 그치지 않고 아직도 진행 중이어서 저자가 그것에 대한 총체적인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티베트 소수민족 탄압과 개신교에 대한 탄압, 그리고 최근의 파룬궁 탄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노사이드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중국. 어쩌면 현재까지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을 거론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처럼 반인륜적인 범죄에 대해 구체적인 조명을 한 것만으로도 이 책은 그 가치를 인정받기에 충분하다. 우리 지식인들의 직무유기 한국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던 우리에게 제노사이드는 남의 일이 아니다. 보도연맹원 학살과 제주 4.3사건 등 우리가 겪은 집단 학살의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내전이나 국가 간의 전면전 중에 일어난 사건이 아니었음에도 이 사건으로 인한 희생자는 당시 제주도 전체 인구의 10분의 1 이상이라고 한다. 한국전쟁 전후에 학살된 보도연맹원의 수는 학자마다 다르기는 하나 10만 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보복 학살 같은 연쇄 살인까지 감안한다면 희생자는 더 클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그동안 우리가 제노사이드를 남의 일처럼 여겨왔다면, 그것은 우리의 비극과 불행이 작았기 때문이 아니라, 제도적인 억압과 지식인들의 직무 유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피해자들의 유가족과 일부 학자, 언론인들의 뒤늦은 노력으로 진상의 일부가 밝혀지긴 했지만 이 땅에서 불과 반세기 전에 일어났던 수많은 집단 학살 사건의 대다수는 아직도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 있다. 비극의 상흔을 치유하고 현존하는 사회적 균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런 비극들이 우리에게 일깨우는 교훈과 메시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역사에 대한 올바른 기억만이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다.” 이는 새삼스런 말이 아니지만 사람들은 항상 고통스런 기억에서 달아나려 하고 그것에 대해 잊기를 원한다. 하지만 우리가 외면한다고 해서 세상에 존재하는 추악함과 사악함이 사라져 주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출처-http://www.epochtimes.co.kr/news/read.php?idxno=2859&rsec=S1N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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