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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코드와 386극단주의
이름 : 386
2006-03-29
노무현 코드와 386극단주의 노무현 정권, 80년대 레토릭의 부활 80년대 극복만이 한국정치의 살 길   [ 송재윤 / 2006-03-29 00:21 ]  조회 : 234   2002년 선거에서 노무현 캠프의 구호는 “민주 對 반민주”, “전쟁이냐 평화냐”였다. 정권을 잡은 후엔 민족/반민족, 진보/수구의 양분법을 들고 나왔다. 최근에 와선 양극화를 아젠다로 설정했다. 중장기적 국가혁신의 플랜이기 보다는 선거전략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방법을 잘 들여다 보면 진부하다. 사고유형, 행위방식 모두 80년대를 답습하기 때문이다.?? 한국정치가 다시 80년대식 레토릭에 휘둘리는 이유는 뭘까? 80년대 386 운동권 세력이 권력의 핵심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과 더불어 80년대가 부활한 것이다. 비전 없는 정치가는 과거의 위업을 자랑한다. 386 운동권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3년, 방송, 신문 할 것 없이 이른바 386세대를 민주화를 위대한 "혁명세대"처럼 미화해 왔다. 김일성을 “형제들의 수령”이라 찬양하는 성공회대 한홍구는 70년대 학번들과 386세대를 구분하면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이른바 386세대들은 세미나 커리큘럼부터 달랐다. 철저한 과학적 세계관의 확립을 목표로 잘 짜인 커리큘럼을 따라 일로매진할 수 있었다." 한홍구가 말하는 잘 짜인 커리큘럼은 무엇이었나? 맑스-엥겔스 저작, 레닌 전집, 19세기 말엽 서구에서 유행하던 혁명 팜플렛이나 구소련의 볼세비키 당사 같은 것이었다. 그것도 60년대 일본 좌익 문건들의 조악한 번역서들이었다. 80년대 중반쯤 가면 동녘, 새길, 사계절 같은 출판사에서 자체적으로 짜집기한 입문서를 만들어 내곤 했다. 대부분 구소련의 혁명 팜플렛을 번역한 것이었다. 한홍구가 말하는 "과학적 세계관"이란 마르크스-레닌주의 교조철학을 가리키는 80년대 숙어이다. 즉 유물변증법, 사적유물론, 정치경제학 등의 도그마틱한 저서들로 80년대 세계사의 흐름과는 역으로 치닫던 수구적이고 반동적인 저작들이었다. 그들은 그런 조악한 팜플렛을 읽으면서 양질변화, 의식에 대한 존재의 우선성, 역사발전 5단계 법칙과 같은 단순무식한 19세기 편견을 "과학적 세계관"이라고 신봉했던 것이다. 레닌의 소독서회를 본떠 점조직처럼 세미나팀을 만들고, 짜르 정권에 저항했던 볼세비키 당원처럼 의식무장을 했다. 그들은 늘 과학적 세계관을 부르짖었다. 즉 맑스-레닌이 세계사의 흐름을 가장 정확하게 꿰뚫어 본 혁명적 선조들로서 그들의 저작에 입각한 투쟁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들은 70년대 민주화 운동은 낭만적 투쟁이라 했으며, 서구식 사민주의도 부르조와 계량주의라 경멸했었다. 하이에크가 <자유헌장론>에서 사회주의의 몰락을 예언한 것은 1960년대 초반이었다. 히틀러와 스탈린을 동시에 경험한 석학 칼 포퍼가 헤겔과 마르크스의 전체주의적 경향을 비판한 명저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쓴 것 역시 그 당시였다. 솔제니친의 수용소군도가 한글로 번역된 것 역시 1980년대였다. 그러나 386 운동권들은 이런 저작을 읽어낼 훈련도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지독히 편협하고 폐쇄적이었다.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가 한참 지면을 장식할 때도 그들은 "사회주의 재건"이라 칭송했다. 이어서 구소련이 붕괴하고 동구가 무너지고 나서야 그들은 절망했다. 인민들이 레닌의 동상을 무너뜨리고 동강난 두상을 흙발로 짓이길 때 메시아를 잃은 광신도들처럼 어쩔줄 몰라했다. 게다가 그들 사이엔 병적인 군사문화가 만연해 있었다. 고작 20세 초반의 젊은이들이 군대식 위계질서처럼 경직된 선후배 관계를 만들고선, 4학년이 3학년을 가르치고 3학년이 2학년을 가르치고 2학년이 1학년을 가르치는 불합리한 이념교육을 진행시켰던 것이다. 한홍구가 말하는 잘 짜여진 커리큘럼이란 이렇게 낡은 혁명이론을 훈습하는 유치한 관념유희였다. 그들의 지적 경쟁은 유별났다. 레닌을 꿈꾸며 혁명이론가가 되려고 발버둥쳤고, 논리싸움은 쉽게 이념적 선명성 경쟁으로 변질되었다. 386 운동권의 극단주의가 태어난 배경이다. 이들은 이론적으로 무지했고, 터무니 없이 오만했고, 무비판적이었다. 무엇보다 낡은 이념에 매몰되면서 정신적으로 부패했다. 80년대 말 90년대 초반까지 이른바 사구체 논쟁이란 것을 벌이면서 "식민지반봉건이냐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냐" 박터지게 싸우던 낡아빠진 맑시스트들이었다. 오늘에 와서 그 당시의 책자들을 보면 그 조악한 언어와 섣부른 관념의 장난질이 얼마나 유치하게 보이는가? 80년대 대학가는 좌파의 천국이었다. 386 운동권은 그들 또래의 다수였다. 맑스를 숭배하고 레닌을 섬기는 것은 하나도 무섭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개나 소나 빨갱이었던 시절이었다. 대학가 술집을 가면 군가처럼 투박한 혁명가가 넘쳐 났다. 당장 혁명이 일어날 것처럼 온갖 풍문이 휩쓸고 다녔다. 군사정권에서 충실하게 입시에 몰두하다 대학에 들어가면 불과 2개월만에 맑시스트가 되곤 했다. 19세기 혁명이론을 공부하며 20대를 보냈고, 김일성의 교조적 민족주의에 감동받았던 불합리한 세대였던 것이다. 한국정치의 불행은 바로 이런 세대가 별다른 자기반성도 없이, 지적인 세련의 과정도 없이 권력을 잡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유일한 권력기반은 반전두환 투쟁을 했다는 것 뿐이다. 그 점에서 그들은 아이러티칼하게도 전두환정권의 최대수혜자가 된 셈이다. 혁신은 뼈아픈 성찰을 요구한다. 쉽게 얻은 권력에 취해 타락해 가는 386의 추한 나신을 직시하라. 한국정치가 80년대식 논리와 어법, 투쟁방식에 매몰되어 있는 것은 커다란 불행이다. 386 운동권의 미망을 직시하지 않고선 노무현 정권의 거듭되는 실정과 포플리즘의 뿌리를 직시할 수 없다. 박정희, 전두환 독재에는 엄청난 적의를 드러내면서 그보다 몇 배나 가혹한 김정일의 폭압전제정에 대해선 침묵하는 아이러니를 설명할 길이 없다. “우리민족끼리”란 불합리한 구호 아래 김정일 정권을 포용하는 몽매함도, 북한인권법에 반대하여 유럽에 달려가 세계인의 조롱거리가 되는 아둔함도 이해할 수 없다. 80년대를 되돌아 보지 않고선, 노무현 정권에서 틈만 나면 말하는 “코드”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알 길이 없다. 한국정치에서 80년대는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이다. 정치권력을 잡은 80년대 아해들이 87년 이후로 한 살도 더 먹지 못했기 때문이다. 송재윤 (하버드대 유학생, 정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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