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미국]
지난달 50대 가장인 Y(54)씨는 11살 난 딸,10살짜리 아들과 자신을 스포츠 유틸리티차량(SUV)에 묶어 놓고 불을 질렀다. 두 아이는 숨졌으나 Y씨는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 Y씨는 의류 사업이 실패하고,부인마저 이혼 소송을 걸어오자 괴로움을 견디다 못해 이같은 비극을 저질렀다고 경찰은 밝혔다.
지난달 일주일새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는 처지를 비관한 한인 가장들이 가족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건이 세 가정에서 일어나 모두 7명이 숨졌다. 불미스런 사건이 잇따르자 한국계 미국인 가정 서비스 센터는 재발방지를 위해 응급 신고 및 상담전화를 개설했다. LA카운티는 기자회견까지 열어 211 번호에 외국인 상담 서비스 개시 방안도 발표했다.
USA투데이는 18일 한인 가정의 비극적인 결말은 아시아계 이민사회의 미국 생활 부적응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 기사를 게재했다.
신문에 따르면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가부장제 문화,인내를 미덕으로 여기는 아시아 지역의 가치관을 이런 일련의 사건의 배경으로 지적한다.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이민간 아버지들은 “내가 실패하면 내 가족 전체가 불행해진다. 좋든 나쁘든 우리는 한몸이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난관에 부닥쳤을 때 다른 이민 사회에 비해 살인이나 자살 등 극단적인 가정폭력에 쉽게 노출된다는 분석이다.
데이비드 차 목사는 “한국에서 자라 이민 온 아버지들은 열심히 일해 부자가 되고 아이들도 성공해야 한다는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묵묵히 분투하고 있다”며 “만일 일이 그렇게 되지 않으면 수치와 죄책감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차 목사는 “아시아 문화에선 부모가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는데,자살하는 부모들은 ‘나는 좋은 부모가 못되고,다른 사람에게 아이들을 맡길 수 없으니 내가 데려간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USA투데이는 최근 발생한 한인 가정 폭력 사건이 미국에 살고있는 라오스 산악부족인 몽(Hmong)족,중국과 필리핀계 이민사회 등에서 근년들어 빈발하는 가족내 살인·자살 사건과 같은 성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베트남전때 미군을 도와준 데 대한 대가로 난민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몽족의 가정폭력에 관해 포드재단이 2002년 내놓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부인들의 경제적 지위 변화와 그에 따른 남성들의 가족 지배권 상실감이 가정의 비극을 부르고 있는 원인으로 분석됐다. 미국 사회에 발을 들여놓은 아시아계 아버지들은 부인들이 영어를 빨리 배워 가정을 책임지게 되면서 경제적 역할이 바뀌게 되면 큰 상처를 받는게 돼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워싱턴=이동훈 특파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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