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은 악이라고 불러야 한다
부시대통령이 북핵포기만 하여준다면 종전선언이라도 해주겠다고 하였다는 보도를 접하고는 올 것이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전선언이란 한국전쟁이 끝났다는 선언인 것인데, 하기사, 그리 본다면 미국으로선 공산주의와 싸우던 시절은 지나갔으니 종전일 수 있겠으나,
한국땅은 그런 일에는 유행을 늦게 타는지 아직도 공산당과 싸우느라 허덕대는 상황이니 미국의 종전선언이란 한 마디로 한반도에서 발을 빼겠다는 철군선언이나 다름 없으니 그 점 안타깝습니다.
전쟁을 하기 위해서는 적을 적이라 부르는 것이 가장 기초 상식에 속합니다. 영국이 히틀러와 싸우면서 히틀러를 적이라 부르지 못하고 대화가 통하고 약속을 지키고 식견이 있으시다 라고 말하여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전쟁에 이기기 힘들었을 것이고 전쟁터에 임전의 각오를 갖고 나갈 군인조차 모아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전에 부시가 북한 김정일에게 악의 축이라고 불렀더니 한국의 많은 지식인들이 악이라 불렀다고 분개해 하였습니다. 강원용 목사 경우는 그 해인 2002년3월호 신동아 인터뷰에서 '부시는 오만하지 말라.' 라고 일갈하여 놓고 있습니다.
그 꼴을 보고 필자는 2002년4월호 월간조선에서 악을 악이라고 부르는 것이 정상이고 선이다 라고 말하였습니다. 자기네들이 악을 악이라 부르지 못하는 것을 대신 악이라 불러주었는데 고마워해야 할 일 아니냐 라고 말하였습니다.
악한 일을 보고 저것 악하다 라든지 악당을 보고 악당이라 부르지 못하면 속에 속병이 돋습니다. 이 나라는 지금 그런 속병이 속으로 곪을 대로 곪아 터질 지경이 되었습니다.
북에 다녀온 정치가, 종교인, 경제인, 연예인 할 것없이 북한의 악마에게 대고 악이라 부르지 못하는 신종 벙어리병에 단단히 걸려 있습니다. 원수임에도 원수라 부르지 못하고 악인데도 악이라 부르지 못하며 주적인데도 주적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단호하게 주적이라 부르면 되는 것 조차, 군사적 주적입네 뭐네 하며 갖은 토씨를 달아 기어코 북한을 적이 아닌 동지나 친구 상태로 바꾸어 국민들에게 세뇌와 호도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중병에서 벗어나겠습니까.
악한 일을 악한 일이라 비판하였더니 이번에는 오히려 간첩이니 세작이니 하며 기어코 본인의 입에 자물쇠를 채워놓으려는 수법들이 만연하고 있습니다. 김정일을 선하게 표현하는 일 자체가 악입니다. 본인은 그 악을 악이라 악하다 말하고픈 욕망에 사로잡힙니다.
헌데 이 나라 이 백성들은 얼마나 악에 물들었는지 악을 악하다 라고 불렀더니 거꾸로 저에게 간첩과 꽃뱀과 세작의 누명을 씌워놓아야 직성이 풀려 합니다. 악을 악이라 부르면 명예훼손에 단단히 걸려 듭니다. 이래저래 망하려고 단단히 작심한 백성들 같습니다.
악을 악이라고 부를 수 있어야 악마의 사술을 피할 수 있습니다. 이 나라를 살리기 위해서는 그것이 아마도 가장 선 순위의 일 같습니다.
2006.11.30. 파아란 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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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결코 우익의 말이라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