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되찾은 지 60년째를 맞는다. 짧지 않은 세월이지만 한반도에는 걱정거리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나라가 반 토막이 난지라 가난에 한숨짓고 이념 갈등과 전쟁 위험에 늘 긴장해야 했다. 그러나 한반도는 아직도 외줄 타듯 위태롭게만 느껴진다.
산둥반도와 서해상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사상 첫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에 들어갔다. 양국의 주장처럼 테러와 분열에 대비한 훈련이기만 한다면 무엇이 걱정이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따져 봐도 도무지 그런 것 같지가 않다. 양국이 동원한 병력만도 1만명에 달한다. 전략폭격기와 잠수함 구축함 탄도미사일까지 동원됐다. 전쟁이라도 하는 듯하다. 전략폭격기와 잠수함으로 테러에 대처하겠다니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훈련이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번 훈련은 한반도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단순히 미국에 뭉친 힘을 보여주고자 했다면 굳이 훈련장소를 산둥성과 서해를 택할 이유가 없다. 분열과 테러에 대비했다면 중앙아시아나 대만과 가까운 곳에서 훈련을 가지는 편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이 때문에 이번 훈련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북·미관계 악화, 이에 따른 미국의 북한 공격을 염두에 둔 훈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조선 말엽 한반도에서는 세력 확장에 나선 열강의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졌다. 청나라와 일본 러시아가 서로 치고받더니 한반도 주변에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 벌어졌다. 최후의 승자였던 일본은 조선을 합병하고 한반도의 백성들은 나라 잃은 설움을 겪어야 했다. 100여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중·러 합동군사훈련에 담긴 숨은 뜻을 풀어보자. 북한이 심한 정치적 혼란에 빠졌다고 가정하자. 통일을 원하는 한국과 주변 열강의 생각은 다르다. 미국은 한국을 앞세워 북한을 미국 영향권 아래 두고자 하겠지만 중·러는 이런 상황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
북한에 심한 정치혼란 상황이 빚어졌다고 해서 한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휴전선에는 100만명에 달하는 국군과 인민군이 대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군이 휴전선을 넘기 힘들다. 남북한 사이에 대타협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국군의 출동은 무력충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 러시아 미국은 북한을 한국과는 별개의 국가로 생각한다. 특히 200만명의 조선족에 대해서도 중국은 ‘중화민족’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북한에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우방’을 자처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먼저 군대를 진주시키려고 할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북한에 군대를 보낸 이들이 남북 통일에 동의할지도 의문스럽다. 한국이 주도하는 통일은 미국 영향력의 확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러시아 고위관료는 시베리아 천연가스를 한국으로 가져가기 위해 가스관을 북한에 설치하는 것에 대해 “가스관을 보호하려면 러시아 군대를 북한에 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러시아는 북한에 군대를 파견할 수 있는 길을 터놓게 된다. 중·러 합동군사훈련이 걱정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 같은 정황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