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까지 중국에 뒤졌다
[헤럴드경제 2005.08.11 11:52:57]
[사설]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로 본 세계 속의 한국` 자료를 보면 정신이 번쩍 든다.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6801억달러로 인도에 추월당했다는 사실보다 지난해 우리의 전자제품 생산이 903억달러로 1771억달러어치를 생산한 중국에 까마득히 밀려 세계 4위로 추락한 게 더 충격적이다. 중국은 해마다 20% 이상씩 전자제품을 증산, 미국 일본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엊그제 한국무역협회는 작년 우리와 중국의 100대 수출품목 가운데 30개가 경합되고, 10대 품목에선 5개가 겹쳐 세계시장에서 국산품이 잠식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컴퓨터 부품 등 일부 제품은 이미 국산을 압도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중국에 밀린다는 것은 중국이란 거대시장을 잃는 것에 나아가 세계시장도 상실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국 첨단상품의 위협은 이미 국내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싼 값`을 무기로 세탁기와 에어컨 등 가전품은 물론 LCD TV와 인터넷 장비 등까지 무서운 기세로 몰려오고 있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은 백화점에서 `특별초대전`을 열고 마케팅 활동에 가속도를 내는 등 시장공략이 만만치 않다. 이제 중국 농산물로 밥상을 차릴 뿐 아니라 중국산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조리하고 중국 TV로 뉴스를 시청하게 될 판이다.
중국의 약진은 오래 전부터 예고돼 있었다. 거대 내수시장 기반을 갖고 있는 데다 저렴한 인건비에 세계 자본의 집중 등 여건이 조성돼 왔기 때문이다. 다국적기업들의 경쟁적인 투자로 중국 기술력의 한국 추월은 시간문제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이대로 가다간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여 이들에 시달리는 후진국이 될 우려가 없지 않다.
결국 끊임없는 품질경쟁력 제고와 다양한 신기술 상품으로 중국 상품과의 차별화를 꾀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첨단 고부가산업 육성 이외에 달리 길이 없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연구개발투자를 늘려 새로운 성장엔진을 창출, 기술격차로 중국 추격을 따돌려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R&D투자가 늘지 않는 것은 유감이다. 투자분위기 조성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강성노조의 자제와 규제완화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X파일`과 연정론 등에 파묻힌 정치판과 형제 싸움에 혈안인 재벌 등에 대한 시선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