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성장이 아시아를 분열시키고 있다”
중국의 성장이 아시아를 통합이 아닌 분열로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공화당 존 멕케인 상원의원의 전 고문이자 현 독일마셜펀드 고문인 다니엘 트위닝은 중국의 급부상이 주변국을 위협해 국가 간 대립과 민족주의 감정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22일자 파이낸셜타임즈(FT) 기고문에서 밝혔다. 다음은 기고문 요약이다.
◆아세안, 국제기구를 중국 파워 억지 수단으로 삼아 = 경제적 급성장과 이에 걸맞은 외교파워를 자랑하고 있는 중국은 이제 일본 이후 세계 구도를 뒤바꿔 놓을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최초의 비서구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급부상함으로써 지역 통합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간 대립을 야기하고 있다.
중국의 군비 강화 및 군 현대화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등 주변 아세안(ASEAN)국가들에게는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결과 이들은 중국과의 경제적 외교적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동시에 미국과의 동맹을 돈독히 해 중국 군사위협의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
사실 아세안은 지역 기구에 중국을 포함시켜 중국의 파워를 억지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도 지역 기구를 자신들의 지역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을 소외시키는 수단으로 봤다는 데 있다.
◆중국 영향력에 위협느껴 미국과 동맹 강화 = 중국의 지역적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대부분의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의 힘을 억제하거나 균형을 맞추는데 주력하고 있다. 태국과 필리핀과 같은 미국 동맹국과 경제적 부를 갖고 있는 싱가포르, 그리고 새로이 부상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등 많은 아태지역 국가들은 중국과 무역·외교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안보부문에서는 미국과의 유대 강화에 나서고 있다.
전통적 우방인 일본은 물론 관계가 소원했던 호주와 뉴질랜드, 심지어 인도조차도 미국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유럽도 중국을 위협대상으로 보기 시작 = 미국은 이제 중국을 그들과 동등한 군비 경쟁 국가로 보고 있으며 미 의회는 중국이 미국 기업들을 인수하는 것을 국가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미 의회는 중국 해양석유공사가 미국 2류 석유업체 유노칼을 인수하는 것을 결국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이 일로 미국이 중국이 경제적 강자가 되는 것을 막으려고 안달하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 졌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이제까지 중국의 성장을 새로 개척할 시장의 확대로 인식하고 환영해 오던 유럽도 중국 경제가 점점 유럽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마리오 몬티 전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유럽이 어느 날 중국의 근교로 전락할 수 있다”고 통탄하기도 했다.
◆”중국은 아시아 핵심 지도국 될 수 없다” = 중국의 부상은 아시아 지역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족주의적 감정을 고조시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 봄 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와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비롯된 국민들의 대규모 반일시위를 용인했다. 이는 민족주의를 이용해 인민을 하나로 묶고 일본을 견제하겠다는 의도에서였다.
대만은 중국 최대 단일 투자국이지만 중국으로부터 항상 공격 위협에 노출되면서 양국 국민들 사이에 감정적 대립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권위주의 정치시스템도 중국이 아시아 지도국이 되는 것을 막고 있다. 중국이 국제적 질서와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국가가 아니다.
따라서 주변국들은 중국이 원칙에 입각해 지역 질서를 마련하고 타국의 주권과 그 국민들의 인권을 존중하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
예일대학 세계화연구센터가 발행하는 예일 글로벌은 “중국이 주변국들로 존경받는 아시아 리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현재 중국이 아태지역에 야기하고 있는 위협과 대립을 어떻게 잘 해결하느냐에 달려있다”면서 “현 상황대로라면 중국이 아시아의 중심국으로의 역할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