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범죄가 급증하고 있지만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 가운데 상당수가 불법체류자라 수사당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범죄 발생건수는 1만2821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3년 9338건보다 37.3% 증가한 수치다. 2000년 이후 외국인 범죄 발생건수는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 연평균 증가율이 24.7%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내국인 범죄 증가율(4.2%)의 6배에 가까운 수치다.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들의 국적 분포도 전과 달라졌다.
1980년대만 해도 전체 외국인 범죄의 74% 이상을 차지한 미국인 범죄는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지난해엔 11%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1993년 전체 외국인 범죄의 23%였던 중국인 범죄는 지난해 45%로 급증했다.검찰 관계자는 “최근 중국 국적의 조선족들이 많이 입국, 활동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며 “중국 이외에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러시아 등 국적을 지닌 외국인들의 범죄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국가 간 인적 교류가 갈수록 활발해지는 만큼 외국인 범죄 증가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 대부분이 불법체류자란 점에 검찰의 고민이 있다. 불법체류자는 소재지 파악이 곤란한 데다 범죄 직후 출국해 버려 검거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요주의 외국인의 이름을 컴퓨터에 입력, 범죄경력을 관리하려고 해도 이 사람이 이름의 철자 하나라도 다르게 고쳐 입국하면 조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무용지물이 된다”는 말로 외국인 수사의 고충을 토로했다.
외국인 범죄를 줄이기 위해선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 하지만 단속을 당한 외국인들이 ‘인권 침해를 당했다’며 호소하는 사례가 빈발, 당국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국 관계자는 “법을 어긴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정당한 단속마저 국민들에게 인권침해 활동으로 인식될까 봐 우려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단속 과정에서 불법체류 외국인에게 맞거나 흉기에 찔리는 등 부상을 입은 직원이 26명에 달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한 관심은 소홀하다는 것이다.
이민희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장은 “적법한 단속 활동을 방해하는 사람은 공무집행방해죄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불법체류자 단속에 엄정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