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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조선족, 그리고 우리의 정책《 최우길(선문대학교 교수) 》
이름 : 忍
2005-08-29
중국의 조선족, 그들은 누구인가 ‘재중동포’ ‘재중교포’ 또는 ‘중국의 조선족’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들을 부르는 용어만큼이나 다양하다. 대한민국의 정책당국은 그들을 기본적으로 ‘중국 국적을 가진 외국인’으로 간주하는 반면, 시민단체나 많은 국민들은 ‘동포’임을 강조한다. 학자들은 ‘이중 정체성’ 또는 ‘이중적 존재’라는 말로 그들의 입장을 설명한다. 조선족은 중국 국적이니 정치적 또는 법적으로는 중국인이지만, 혈통적으로는 우리와 같은 한민족(韓民族)이라는 것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중국과 우리의 입장이 겹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조선족은 ‘다민족 통일국가’ 중화인민공화국을 구성하는 56개 민족 중의 하나이며, 이제 형성되고 있는 또는 이미 완성된 ‘중화(中華)민족’의 일원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어려운 시절 조국을 떠났지만 역시 ‘지구촌 한민족’의 일원으로 ‘같은 핏줄(동포)’임을 강조하게 된다. 이와같이 ‘현실과 이상의 중간에 서 있는’ 조선족들은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중국 조선족이 만주의 근대와 현대 중국이라는 외래적 환경에서 ‘주변인’으로 살아오면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던 때가 언제 있었을까마는, 그들이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심각하게 제기하고 그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한 것은(특히 한국과의 관계에서) 중국의 살림 개혁·개방으로 급격한 사회적 변화를 겪고 한국과 직접 관계를 맺은 후, 즉 수년 내의 일인 것으로 관찰된다. 조선족은 스스로를 ‘어느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바람꽃’에 비유하면서,“언제나 두 세계에서 함께 공존했고 두 세계에서 함께 탈출하기도 했던 나는 누구일까”라고 묻는다(허련순, 『바람꽃』). “두 세계 사이에서의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점이 세기말 조선족에게는 가장 큰 문제였던 듯 싶다. 한 조선족 3세 작가는 ‘키워준 정이 낳아준 정보다 더 크다’는 말로 중국을 택해야 하는 조선족의 현실을 인정한다(김재국, 『한국은 없다』). 옌벤대학의 대표적인 교수는 조선족을 ‘중국에 시집온 며느리’로 비유한다. 조선족은 “중국에 시집온 이상 우선 중국 남편과 시부모를 잘 모셔야 하고 친정집과는 좀 거리를 두어야 하며 우선 시집의 가법을 잘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학자는 조선족이 “이중문화와 이중심리를 가진 중국의 소수민족의 하나, 즉 중국의 조선족이 되었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정판룡, 『세계 속의 우리 민족』). 이 책들은 모두 1996년 말에 발간된 것으로 그해 8월에는 한국과 조선족 관계의 상징적 사건으로 페스카마호(號) 사건이 발생하였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나는 이 사건을 한국·조선족관계의 성수교 붕괴사건 또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이라 칭한다). 이보다 일 년 앞서 조선족의 대표적 언론 『흑룡강신문』은 1995년 4월부터 반년을 넘게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여 벌인 현상문화토론 ‘우리 마음의 귀숙(歸宿)은 어디에’를 통해 조선족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조선족은 중국사람이다. 우리는 중국의 조선족이다. 우리는 중국사람이라는 운명을 선택하였다. … 중국만이 우리를 품어줄 수 있다. 우리의 미래와 희망은 중국에 의지함으로써만 가능하다. … 현명한 소수민족으로서 조선족은 이 땅의 주인으로 이 나라의 발전을 위해 전심전력해야 할 것이다”(『흑룡강신문』, 1995. 4. 1; 1995. 10. 10). 이제 조선족에게 “중국은 조국(祖國), 조선은 모국(母國) 또는 고국(故國)”이 된다. 한국을 방문한 조선족들은 직접 경험을 통해 그들이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차별을 받아 한국사회에 쉽게 적응할 수 없음을 깨닫고 자신들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자집단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확인’을 하게 된다. 조선족이 한국과의 관계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앞으로 한반도나 중국대륙의 정치적 상황이 변화함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조선족은 한국과 직접 관계를 맺은 지 십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과의 관계를 위와 같이 정리했으며 앞으로도 이런 인식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대륙에 급격한 정치변화가 없는 한,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이 이루어지는 경우라도 조선족의 반한(反韓) 감정 또는 한국에 대한 실망감을 염두에 두면, 그들의 대(對) 한국관계 설정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미 조선족 1세대는 극소수가 되었고, 반도에서 태어나 부모에 대한 기억이 있는 중간 세대는 점차 줄어들고, ‘국가민족주의’에 의해 교육받아 중국인으로 성장하는 조선족 젊은이들은 스스로 ‘중국인임’을 더욱 강조하게 될 것이다. 이같은 조선족의 자기인식 또는 한국에 대한 태도를 기초로 우리 정부의 재중동포정책의 변화와 문제점, 그리고 바람직한 방향에 관해 논의해 보자. 동포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최근까지 우리 정부에게 일관된 해외동포정책이 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우리 정부가 해외동포에 대하여 ‘무관심·몰이해·무대책’의 3무(無)정책으로 일관해 왔다고 평하는가 하면, 다른 학자는 우리 정부의 해외동포정책은 기민(棄民)정책이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우리가 ‘잊고 지내던’ 재중동포와 직접 관계를 맺은 것은 80년대 후반부터인데, 그에 대한 정책도 깊은 고려 없이 그때그때 사정에 따라 ‘열탕과 냉탕을 왔다갔다 한 형국’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재중동포에 대하여, 1992년 한중수교 이전 우리 정부는 ’86년 아시안게임과 ’88 올림픽 이후 북방정책의 기치 아래 중국에 우호적인 신호를 보내면서 여행증명서 발급만으로 한국 방문을 가능하게 했다. 초기 재중동포의 한국방문은 제한된 범위의 친척 방문이었으나 한약판매라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였고, 이어서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조선족 대량 유입과 불법체류를 양산하게 된다. 이에 따라 재중동포는 1990년부터 중국 국적으로 사증을 받아 입국해야 했으며, 1992년부터는 중국국민에 대한 사증발급업무가 외무부에서 법무부로 바뀌고 친지방문도 55세 이상인 사람으로 제한된다. 이는 우리 정부가 재중동포를 더이상 ‘동포’로 보지 않고 ‘불법체류 가능성이 높은 외국인 노동자’로 보기 시작함을 의미하였다. 한국 입국이 어려워지면서 중국 조선족사회에는 한국 여권 밀매 현상, 불법적인 비자발급 중개인 및 밀항 증가, 이와 관련된 사기사건의 증가 등 많은 사회문제가 나타났다. ‘한국바람’은 중국의 조선족공동체를 ‘붕괴위기’ 또는 ‘벼랑 끝에 서게 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우리 정부의 정책도 조선족사회의 위기를 해소시키는 쪽으로 작용했다기보다 위기를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한국 체류 조선족들에게 적용되는 외국인노동자정책이 불법체류자를 양산해내고 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 정부가 ‘신교포정책’이라는 모습으로 해외동포정책의 원칙을 세운 것은 1995년 김영삼 정부 때의 일이다. 그 기본원칙은 교포들이 거주국 사회의 모범적인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한다는 ‘교포의 세계시민화’ 정책이었다. 당시 세계화추진위원회는 ‘대(對) 중국 조선족 교류 세부시행지침’을 마련하였고, 후에 외교부는 “조선족 동포가 중국국민이라는 인식의 바탕 위에서 중국 내에서 조선족사회를 유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을 재중동포정책의 기본으로 삼게 된다. 이는 재중동포를 기본적으로 ‘중국국민’ 즉 ‘외국인’으로 보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며, 이런 인식은 이후 현재까지 재중동포정책의 기조를 이루고 있다. 1996년 재중동포의 출입국과 관련해 사기사건 등 각종 문제가 발생, 여론의 압력이 커지자, 정부는 재중동포의 취업기회를 확대하고 국내 체류기간을 90일에서 1-2년으로 늘리고 대상연령도 만 40세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의 ‘사증발급지침’ 개정작업을 법무부 주도로 추진하였으나, 다른 관련 부처의 반발로 없었던 일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재외동포 기본법안’과 ‘재외동포 특례법안’ 등의 제정이 법무부와 새정치국민회의 등에 의해 추진된 후, 우여곡절의 과정을 거쳐 지난해 12월부터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으로 약칭)’이 시행되었다. ‘재외동포법’은 재외동포들에게 출입국과 체류 상의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동포에 대한 이제까지의 어떤 조치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재외동포를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로 정의함으로써 재중동포 재러동포 그리고 기타 지역 동포들 가운데 1948년 정부수립 이전에 해외로 이주한 동포를 적용대상에서 제외시킴으로써 근본적인 결함을 지니고 있다. 이는 과반수가 넘는 동포를 재외동포법 밖에 방치한 것으로, 형평성을 잃은 조치라고 비판받고 있다. 재외동포법의 정의는 ‘혈통주의’에 반대하는 외교부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는데, 외교부에 따르면, 혈통주의는 국제관례에 어긋날 뿐 아니라 외교분쟁의 소지가 있으며, ‘과거 국적주의’가 국제관례라고 한다. 그러나 국적법 전문가들은 오히려 혈통주의가 국제관례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며, 과거 국적주의를 국제관례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한다(인천대 노영돈 교수). 시민단체와 학계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한 법무부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10월 ‘재외동포법 보완대책’을 마련하여, 재외동포법에서 제외된 재중동포에 대한 후속조치를 취하였다. 그러나 이 조치는 재중동포의 출입국이 다소 용이해지는 효과가 있을 뿐, 재외동포법의 적용을 받는 동포들과 비교하면 그 혜택이 크게 부족한 수준이며,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조항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또한 이 조치는 지난 96년 재중동포에 대한 사기사건이 문제가 되었을 때 정부가 추진하기로 했으나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는 조치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국회 입법조사분석실 이종훈 박사). 무엇을 할 것인가 첫째, 재중동포정책과 관련, 법적 논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우리 헌법 2조 2항은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중동포를 이 규정에 포함시킬 수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 유엔은 ‘소수 민족·종족·종교·언어 집단에 속한 사람의 권리에 관한 선언’ 제2조에서 “이들은 어떠한 방해나 차별 없이 개인적으로나 공적으로 고유한 문화를 향유하고 고유한 종교를 고백하고 수행하며 고유한 언어를 사용할 권리를 가진다. 또한 모임을 결성하고 유지할 권리가 있으며, 다른 국가의 국민인 사람을 포함한 같은 집단에 속한 여타 구성원과 자유롭고 평화적인 관계를 수립하고 유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재외동포법의 제정행위는, 또한 재중동포를 법적용 대상에 넣느냐 마느냐는 국내법적 조치이다. 또한 재외동포법은 국제법적 측면에서 유엔의 규정에 따라 중국의 조선족이 ‘자유롭고 평화적인 관계를 수립하고 유지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일본·러시아 등 다른 국가들은 재외동포법과 관련,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데, 중국정부만 우려의 수준을 넘어서는 의사를 우리 정부에게 전달했다면, 그것은 국제관례를 넘어선 내정간섭으로 외교마찰의 대상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둘째, 외교적인 측면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조선족 문제는 중국 정부에게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다. 이 점에서 중국정부를 자극하지 않고 되도록 ‘조용한 외교’를 펼치려는 외교부의 노력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올바른 외교는 자국의 입장과 이익을 명확히 하고 상대국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타협을 위해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조선족이 ‘중국공민’임을 분명히 인정하고, 중국정부에게 우리 정책의 의도와 한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오해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우리의 정책 목표는 “조선족이 중국사회에서 모범적인 구성원으로 성장하여 중국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조선족을 도와주려는 것”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중국정부가 화교(華僑)나 화인(華人)을 대하는 정책 또는 그들에게 베푸는 혜택의 범위에서, 우리 정부도 對조선족정책을 수립·시행하겠다고 한다면 중국정부가 재중동포를 포함한 재외동포법의 적용에 반대할 근거는 줄어들 것이다. 셋째, 외국인노동자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고 또는 개혁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한국 체류 조선족들은 재외동포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므로 외국인노동자정책의 대상범주에 속한다. 시민단체나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산업연수생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외국인노동자정책이 송출과정의 불투명성, 불법체류시장의 확산 등 많은 문제의 원인을 제공해 왔다고 지적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송출비리를 없애고 불법체류의 소지를 줄일 수 있도록, 고용허가제 또는 노동허가제의 방향으로 제도를 개정 또는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선발하는 데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제도를 시행, 비리를 근절하는 한편, ‘한국어능력시험’을 도입하는 등 조선족 우대정책을 쓸 필요가 있다. 외국인 노동자 충원과정이 공정한 원칙과 투명한 절차에 따른다면, 다른 나라의 정부나 노동자들도 차별대우를 항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조선족교회, 서경석 목사). 넷째, 이 기회에 재외동포에 관한 정책 전반을 재고해 보아야 한다. 재외동포법규와 관련, 재외동포정책의 대강과 원칙을 내외에 천명할 ‘재외동포기본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재외동포정책의 효율화 및 조직화를 위하여 김대중 정부가 약속했던 교민청 설치의 문제 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재외동포에 관한 정책은 지나치게 여러 부서에 분산되어 있으며, 이를 총괄 조정할 목적으로 설치된 ‘재외동포정책위원회’나 외교부 산하의 ‘재외동포재단’은 예산이나 조직 면에서 그 한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외교부의 영사업무도 서비스 기능을 강화해 재편해야 한다. 다섯째, 무엇보다도 한국과 중국 조선족 사이에 발생하는 많은 문제의 근원은 그 뿌리가 우리 사회에 있음을 널리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반성하고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잘못된 또는 불합리한 제도를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 재중동포나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불법체류를 양산하는 법을 고치고, 유예기간을 두고 계도한 뒤, 법은 반드시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 사기사건·임금체불·산업재해 등과 관련된 경우에는, 불법체류라도 현안이 완전히 해결된 후 출국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정부는 물론 국민들이 우리 사회를 ‘야만의 사회’가 아닌 보다 건전한 사회로 만들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부끄러운 우리의 모습―천민자본주의 의식, 인권의식의 부족, 준법정신의 결여, 제도화의 부족 등―을 후발사회인 조선족공동체에 그대로 물려준다면 그것은 더욱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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