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친일 청산 첫발, 후손 반발 등 난제 적지 않아
[노컷뉴스 2005.08.30 08:23:30]
3000여명이 넘는 친일 명단이 발표되면서 해방 60년만에야 친일 청산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선정 기준에 대한 후손들의 반발 등 난제도 적지 않다.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사전 편찬을 앞두고 29일 1차 명단 3090명을 발표했다.
사전 편찬 앞두고 1차 명단 3090명 발표우선 친일 인사 명단에는 을사오적의 이완용이나 송병준과 같은 대표적 친일 인물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해방 이후 한국 사회를 이끌어 온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부 장관을 지낸 임문환씨는 조선총독부 광공국 서기관 등을 역임해 명단에 올랐고, 전 한국은행 총재 전예용씨도 총독부 사회과장을 역임한 전력으로 친일 인사 명단에 수록됐다.
또 백낙준 연세대 초대 총장, 김활란 전 이화여대 총장 등의 학계 인사와 김성수 전 동아일보 사장, 방응모 전 조선일보 사장, 내무장관을 지낸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 등도 포함됐다.
위원회는 1905년 ‘을사늑약’ 전후부터 1945년 8월 15일 해방까지 일본제국에 협력한 인물을 13개 분야별로 선정했다.
일제의 국권침탈에 적극 협력하거나 식민지 통치 기구에 참여한 자 등을 기준으로 분류했고, 특히 일정한 직위 이상을 가졌을 경우와 지식인과 문화 예술인들도 사회적 책임을 엄중히 묻는다는 취지에서 수록대상으로 포함했다.
그러나 친일 행위가 명백하지만 사전 수록 기준에 못 미친다거나 친일을 하다 항일로 돌아선 경우 등은 명단에서 제외했다.
일정한 직위 이상 가졌을 경우 사회적 책임 엄중히 묻는다는 취지에서 수록대상 포함교과서 등을 통해 친숙한 ''예상 밖의 인물''들도 다수 명단에 포함됐다.,국권침탈을 통곡한 ''시일야방성대곡''을 발표하면서 항일 인사로 알려진 장지연도 친일 명단에 포함됐다. 한 신문에 일본을 ''동양의 패자''라고 칭송하는 등 일부 행적이 문제가 됐다.
''불놀이''의 주요한, 작곡가 홍난파, 일제하 영화배우로 월북한 여배우 문예봉씨와 ''애수의 소야곡''을 부른 가수 남인수씨 등도 명단에 올랐다.
이 밖에도 태극기를 만든 박영효씨와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한 사람인 최린씨도 일제 작위와 변절을 이유로 친일파 명단에 포함됐다.
이번 명단 공개는 해방 60년만에야 친일청산이 본격화될 수 있는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해방 직후 반민특위가 구성됐지만 친일파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과거 청산 작업이 수포로 돌아간 이후 친일파 출신들이 다시 고위 관료로 득세하는 등 질곡의 역사가 반복돼 왔다.
편찬위원회 윤경로 위원장은 "해방 이후 바로 이루어져야 했던 과거 청산이 60년이 지나 뒤늦게 나마 이뤄진다는 점에 있다"고 말했다.
장지연, 주요한, 홍난파, 남인수 등 친숙한 인물도 다수그런데 명단을 둘러싸고 일부 후손들은 기준을 납득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위암 장지연의 유족들은 이미 지난 5월 민족문제연구소 김모 연구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유족들은 "신문에 일제를 미화하는 몇 편을 글을 실은 것 만으로 친일파로 매도당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또 상당수 네티즌들은 "같은 일본군 출신이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은 포함된 반면에 열린우리당 신기남, 김희선 의원의 부친은 계급이 낮다는 이유로 제외한 것은 편파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 총장들이 친일 인사로 포함된 대학들 역시 전반적인 공과를 따져 평가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백낙준 초대 총장이 친일 인사로 분류된 연세대 관계자는 "시대적인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누를 범할 수가 있지만 전체적인 공, 이런걸 놓고 봤을 때는 그것이 훨씬 더 크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반성과 참회하는 인물도 있다.일제 말기 3년여 동안 군수를 지낸 이항녕 전 홍익대 총장은 생존자로 친일 명단에 포함됐다.
드러난 친일 행적없이 공직을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명단에 이름이 올린 것이 억울할 법도 하지만 이씨는 자신이 친일을 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씨의 한 측근은 "''그 당시 어떤 사람은 몸을 던져가며 항일 운동을 했는데 그 당시에 공직에 몸 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신은 친일 했다'' 고 생각하신다는 것이다"고 전했다.
"어떤 사람은 항일운동하는데 공직에 몸 담은 것 만으로도 친일" 위원회는 명단에서 제외된 지방과 해외에서 활동한 친일파나 친일 혐의가 현저한 자들을 대상으로 2차 심의에 들어간다.
이들 대상자는 보다 정확한 조사를 거쳐 내년 8월에 다시 발표될 예정이며 사전 편찬은 1,2차 명단을 토대로 2007년에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선정 기준을 둘러싼 후손들의 반발과 정치적 논란 등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아 순탄치 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CBS사회부 조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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