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역사' 는 한국 아닌 중국
[조선일보 2005-09-09 21:00]
중국역사의 어두운 그림자
김택민 지음 | 신서원 | 474쪽 | 1만5000원
[조선일보 유석재 기자]
“중국은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를 수백 번 침략했다.” 한미정상회담 때 대통령의 이 발언에서 혹시 뭔가 이상한 점을 느끼지 않았는가? 그럼 이 책은 꼭 읽어봐야 한다. 당나라 이후 우리와 싸운 나라들은 ‘중국’이 아니라 북방의 ‘유목 정권’이기 때문이다. 고려대 교수로 중국중세사를 전공한 정통 강단 학자인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찬란한 문명의 역사’로 생각하던 중국 역사의 어두운 이면(裏面)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댄다.
이 책은 “역사 내내 중국은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은 이민족의 침략에 시달려 왔다”고 말한다. 여진족 100년, 몽고족 70년… 이 침략전쟁은 한 번 시작되면 장기간 계속되는 대전란을 일으켰다. 그뿐인가. 남한 면적의 4배인 중원 전체를 잿빛으로 만드는 가뭄, 황하 범람과 메뚜기떼 같은 자연재해 또한 엄청났고, 이로 인해 생긴 유랑민은 도적이 돼 크고 작은 반란이 늘 역사를 물들였다. 식인(食人) 사건 역시 빈번히 일어났다. 한마디로 “난세(亂世)는 늘 길고 치세(治世)는 늘 짧았다.” 그렇다면 이제 막 번영을 구가하려 하는 이 나라는 과연 그 어두운 그림자를 벗었을까? 바로 그것에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