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패한 중국투자` 사업철수 는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지난해 중국에 투자한 액수보다 중국에서 사업을 그만두고 철수한 규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철저한 준비없이 중국시장에 성급하게 진출했다가 ‘쓴 맛’을 본 기업들이 속속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은 14일 ‘우리나라 대중국 투자기업의 철수 현황과 대응’이라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하다가 철수한 금액은 7억2천7백만달러(9천5백억원)로 같은 기간의 투자금액 4억6천6백만달러에 비해 56% 많았다고 밝혔다.
대중 순투자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1992년 수교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2000년 3억8백만달러, 99년 2억5천만달러 등 철수보다는 투자쪽이 훨씬 많았다. 이처럼 사업철수가 늘어나는 이유로 수출입은행은 ▲사업타당성 조사 미비로 인한 판촉부진 ▲중국측 합작선과의 불화 ▲한국 모기업의 경영난 ▲중국 지방정부 등의 텃세 등을 꼽았다.
일례로 94년 중국 산시(山西)성에 진출한 ㄷ통신은 사업 초창기 적자를 보일 때는 별 관심이 없던 지방정부가 사업이 흑자로 돌아서고 성장 전망이 밝아지자 갖가지 트집을 잡으며 사업을 방해, 결국 투자원금(1억2천6백만달러)을 받고 중국측에 사업을 넘겨준 뒤 지난해 철수했다. 국내 굴지의 무역회사인 ㄷ사도 중국측의 견제 등으로 인해 투자원금의 10%도 안되는 1천2백만달러만 겨우 건진 채 지난해 사업을 접기에 이르렀다.
특히 중국에는 파산법이 중국 국유기업에만 적용되고 외국인 투자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 등 파산관련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사업철수 때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많이 보고 있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전선준 차장은 “중국에서 활동중이라고 밝힌 기업 중 상당수가 실제 확인 결과 이미 사업을 정리하고도 대외 이미지 때문에 이런 사실의 공개를 꺼린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실패 기업이 많았다”며 “세밀한 사전준비 없이 중국에 진출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은 현재 전반적인 공급과잉 상태로 가격인하 추세가 진행되고, 중산층 이상은 소비성향이 고급화되는 점도 우리 기업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 파산법 적용안돼 더 큰피해 >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인들 중 적지않은 인사들이 뒤늦게 ‘君子報讐十年不晩’(군자보수십년불만, 군자가 복수하는 데는 10년이라는 세월도 늦지 않다)이라는 중국 속담을 뼈져리게 느낀다고 한다. 우리 기업과 마찰을 빚은 중국측 기업이나 해고된 노동자들이 잊을 만큼 긴 시간이 지난 후에도 과거의 갈등을 잊지 않고 ‘해코지’를 해온다는 것이다.
중국에 뿌리내리며 사업하기가 힘들다는 현지 기업인들의 애로대로 수교 10년만에 우리나라의 대중(對中)순투자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보였다. 중국에 투자된 돈(4억7천만달러)보다는 중국에서 철수한 돈(7억3천만달러)이 더 많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파산법이 편파적이다. 중국 국유기업에는 적용되지만 외국인 투자기업에는 적용되지 않아 우리 기업들이 사업 철수 과정에서 많은 손해를 보고 있다. 투자금액의 10%도 못 건지는 실정이다.
수출입은행은 이런 현상이 빚어진 원인으로 우리 기업들의 준비없는 무모한 도전을 지적한다. 이와 함께 합작파트너인 중국 혹은 다른 나라 기업과의 갈등, 중국 지방정부측의 텃세 등을 들고 있다. 수출입은행 김주영 부부장은 “미국의 월마트는 중국 진출 초기에 선전(深●) 등 외곽을 맴돌며 중국의 상관행 등을 면밀히 관찰한 후 중국 투자 7년째에 베이징(北京)에 매장을 열었으나 우리 기업들은 처음부터 베이징 등 중심부로 바로 뛰어들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 지방정부의 외형적 환대에 현혹돼 출장 2~3번만에 계약서에 서명을 할 정도로 성급한 의사결정이 잦다”고 말했다. 95년 ㄱ사는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에 화훼 농장을 세웠으나 땅을 주변 시세에 비해 5배 더 주고 임차하게 되어 경영압박을 겪기도 했다.
ㅅ사는 중국 및 미국 기업과 합작으로 94년 쓰촨(四川)성에 방직공장을 세우며 중국에 진출했다. 그러나 원료 구매 등을 맡은 중국측 파트너의 부패와 미국 기업과의 마찰, 불편한 교통으로 인한 물류비 부담때문에 결국 공장은 부도상태에 이르고 투자금의 극히 일부만을 회수할 수 있었다.
중국 지방정부의 횡포도 사업 철수를 부르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 투자했던 섬유 회사는 지방정부가 부가가치세 환급 잘못을 문제삼아 과도한 벌금을 부과하는 바람에 안정궤도에 접어들던 사업을 중국기업에 넘기고 지난해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는 적극 유치하지만 기업철수는 엄격하게 다루는 중국 정부의 자세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큰 곤란을 겪었다. ㄷ사 관계자는 “투자비용을 좀 더 많이 회수할 수 있는 청산 방식을 택하려고 했으나 노동계약 해지 등과 관련해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어 중국 기업에 헐값에 넘기고 나왔다”고 말했다.
코트라 해외조사팀 민경선 팀장은 “우리 기업들에는 철저한 사전준비와 함께 현지화하는 전략이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투자전에는 판매 시장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투자 후에는 현지의 노동 관습 등을 존중해 원만한 노사관리를 하는 등 현지기업화하려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중국 진출기업 5가지 유의사항 >
1)‘13억 소비자’라는 말에 현혹되지 마라
-중국 전체를 단일 상권으로 묶기는 불가능하다. 일부 지방만을 집중 공략하라
2)인건비가 결코 저렴하지 않다
-중국 노동자의 임금상승률은 연 평균 10%에 이른다. 저임금을 기대하다가는 낭패보기 십상
3)중국은 사회주의적 요소가 강하다
-무엇보다 부동산 소유가 불가능하다. 토지사용권을 사야 하는 등 부동산 거래시스템이 복잡해 경영에 부담을 준다
4)한국적 사고방식을 버려라
-중국인들은 직장내 처벌에 대해 한국인보다 훨씬 강하게 반발한다
5)입지 선정이 중요하다
-아직 전력, 용수 공급 등이 불안정하다. 물류쪽도 그렇다. 주변 여건을 잘 살펴서 투자지역을 골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