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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친형 비극적 죽음` 한국통 된 제임스 릴리
[파이미디어 2005.09.02 09:46:07]
최 근 발간된 제임스 R. 릴리의 회고록 `아시아 비망록`(2005. 월간조선사)은 흥미로운 책이다. 전두환-노태우 정권 당시(1986~89)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제임스 릴리는 미 행정부 내에서도 독보적인 아시아통으로 꼽히며 공직생활을 했다. (이 책의 원제인 `China Hands`의 의미는 `대(代)를 이은 중국통`쯤 될 것이다).
그는 30년 가까이 CIA 요원을 지냈다. 중국과 일본을 비롯 타이완 홍콩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등 아시아 지역을 누볐다. 제임스 릴리는 1980년대 초 국무부로 직장을 옮겨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다. 외교관이 되었다고 해서 그의 활동범위가 바뀐 것은 아니다.
격동의 시기, 동북아시아의 한 가운데 섰던 제임스 릴리의 저서 `아시아 비망록`은 한국인에게 흥미롭게 다가온다. 국제사회에서 실질적인 패권을 쥔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과 현안에 대해 생생하게 묘사한 내용은 `팩트`와 `정보` 전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과 밀접한 국제정치사의 격변기에 대해 책이 유지하고 있는 `객관적` 서술을 보노라면, 독자는 마치 `제3자`의 시각에서 한국을 뒤흔든 사건들을 접하게 된다. `당사자`와 `관찰자` 사이의 간극은 한국현대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적잖이 당혹스럽다.
이 비망록에서 인상적인 대목은 저자의 개인사. 제임스 릴리는 중국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중국 칭다오에서 보냈다. 그가 평생을 아시아 전문가로 살았던 것은 이런 과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에게는 프랭크라는 형이 있었다. 프랭크는 동생 제임스와는 달리 `이상주의자`의 면모가 강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프랭크는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자신이 선교활동을 벌이던 중국을 바라보았다. 개화기 서양 열강에 시달리고 이어 일제 침략에 신음하던 중국의 상황에 대해 프랭크는 마치 자신이 중국인인 듯 아파하고 괴로워했다.
그는 1946년 2월 일본에 도착했다. 2차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의 모습은 말 그대로 만신창이였다. 중국에 자행한 일본의 만행을 목격했던 프랭크는, 이번엔 `피해자`가 된 일본의 비참한 상황에 혼란을 느꼈다.
결국 프랭크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1946년 5월 15일 아침, 프랭크는 숙소 앞마당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시신 옆에는 카빈총과 빈 탄창이 남아 있었다.
그가 남긴 유서는 동생 제임스 릴리의 가치관과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나 자신의 이기심이 당신들에게, 그리고 이 사회에서 나를 쓸모없는 인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잘 사세요. 그 동안 너무 고마웠습니다."
릴리는 `아시아 비망록`에서 "형은 짧은 생애를 통해 홀로 세상에 투쟁했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너무 한군데 몰입하거나 너무 감상적이고 너무 포부가 커도 안 좋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가 아시아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까지나 냉철한 `현실주의자`의 자세를 잃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가족의 비극에서 얻은 교훈 때문이었으리라.
현실주의자로서의 냉철한 자세로 아시아의 격동기를 통찰하는 제임스 R. 릴리의 시각은 21세기 동아시아가 직면한 현안을 풀어가기 위해 아직도 유용하다. [북데일리 오공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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