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거주 한국인 '불안한 나날'
[한국경제 2000-02-29 17:34]
광고
중국 베이징에 사는 한국인들 사이에 요즘 "파샤"라는 말이 유행이다.
"엎드려"라는 뜻이다.
최근 한국인이 경영하는 상점에 침입한 강도가 외친 말이다.
소총을 든 강도는 들어서자마자 "파샤"라고 외쳤다.
조선족 직원들은 모두 엎드렸다.
말뜻을 알지 못한 한국인 주인은 멍하니 있다가 총 개머리판에 얻어맞아 중상을 입었다.
돈도 빼앗겼다.
동료 한국인들은 당시 조선족 직원들이 전혀 저항하지 않은 점을 들어 "모두 한통속"이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유행어가 된 "파샤"라는 말은 요즘 조선족 범죄에 대한 중국거주 한국인들의 불안감을 단적으로 표현해 준다.
실제로 최근 10여일사이에 귀순자 조명철(41.전 김일성대학 교수)씨, 회사원 서모(30)씨,유학생 송모(31)씨 등의 납치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베이징 뿐이 아니다.
상하이와 항조우 등에서도 납치와 살인사건이 잇달아 터졌다.
사건의 대부분이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조선족에 의해 빚어진 것이어서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공개된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베이징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김모(49)씨는 작년 말 은행에서 돈을 찾아오다 날치기를 당했다.
돌아와보니 조선족 직원 한 명이 사라졌다.
사업자금을 싸들고 베이징에 온 한 부부는 조선족 거주지역에서 머물다 돈을 몽땅 털리기도 했다.
작년 한햇동안 베이징 한국대사관에 보고된 범죄관련 사고는 약 2백여건.
상하이와 선양 칭다오 등의 총영사 관할지역에서 발생한 사고와 아예 보고되지 않은 사건까지 합치면 5백건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역에서 하루에 한 두 건씩 한국인을 대상으로한 범죄사고가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대부분이 조선족이 한국인을 상대로 한 것이다.
조선족의 한국인 대상 범죄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사기"가 대부분이었다.
사업권을 따 준다거나 공장을 짓자며 돈을 타낸 뒤 사업자금을 빼돌리는 사건들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발생하는 범죄는 조직화.흉폭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옌지파" "헤이룽장파" 등 7~8개의 조선족 "흑사회(폭력조직)"가 한국인의 밤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다.
이들은 한국인이 드나드는 가라오케(노래방)에서 일하는 조선족 종업원들과 연계,취객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조씨와 서모씨 납치사건에 연루된 김선옥(29.수배중)씨도 한국인을 상대로 하는 가라오케의 "마담"이었다.
이들의 범죄는 한국내 조직과도 연계돼 있다.
중국에서 한국인을 납치하고 몸값은 국내은행에 예치하라는 식이다.
최근 발생한 납치사건이 모두 그랬다.
한국내에 중국 조선족과 연계된 범죄조직 2~3개가 활동하고 있다는 공안당국의 분석이다.
이같이 사고가 빈발하자 베이징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삼성 현대 대우 SK 등 대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심야에 가라오케 출입을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또 거래상담을 위해 조선족을 만날 경우 반드시 사전에 보고토록 했다.
이미 관계하고 있는 조선족들에게는 범죄조직과 관계하지 말라고 요청해 놓고 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업체나 음식점 등 서비스업체 역시 피해방지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야간외출을 삼가고 처신을 조심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돈을 함부로 쓰거나 조선족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행위를 피하도록 하는 등 "행동지침"을 일러주고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ked.co.kr
Copyright(c) The Korea Economic Daily All Rights ReservedContact Webmaster for more Information
한국경제 기사목록 | 기사제공 :
인쇄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