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2005-11-02 15:24:54]
중국 당국이 31일 사실상 김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중국의 현지 분위기는 아직 외면적으로는 평온하다. 김치 전쟁 운운이 한국 언론의 과도한 앞서가기 아니냐는 강한 비난이 일고 있을 정도이다.
사 실 깊이 들어가보지 않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우선 중국 당국의 태도가 그렇다. 31일 국가질량감독검사검역총국을 통해 10개 김치, 고추장 제품에서 기생출 알이 검출됐다는 보도를 한 이후 별다른 후속 조치가 없다. 마치 아무 생각 없이 폭로성 발표를 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언론 보도 역시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중국인들이 김치 전쟁 발발의 분위기를 알고 있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작게 취급하고 있다. 일반인들의 인식은 더하다. 한중 식품 검사 당국 및 무역 당국의 신경전을 알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그러나 오피니언 리더들이나 당정 지도층의 이에 대한 인식에 조금만 더 접근해들어가면 얘기는 확 틀려진다. 한국에 대한 불만이 그야말로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는 최근 중국의 스승을 찾은 한국의 모 대학 교수의 불평이 잘 말해준다. 그는 "최근 베이징의 모교를 찾아 은사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런데 태도가 이상했다. 과거 그렇게 친절하고 자상하던 은사들의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
왜 그런가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나중 중국 친구가 한국이 최근 중국에 섭섭하게 한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감을 잡았다"면서 한국이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측면이 없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당정 지도부의 대한 인식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대부분은 그동안 한국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번 기생충 알 검출 공방으로 많이 나빠졌다는 것이 베이징(北京)내 친한파 중국인들의 전언이다.
심지어 후진타오(胡錦濤)국가주석겸 총서기는 베트남 방문중에 이 소식을 접하고 반드시 한국의 사과를 받아내라고 지시를 한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중국내에서 활동하는 한국 식품업자들이나 기업인들의 불안감 역시 상황이 정중동임을 잘 말해주고 있다. 지금 이들 대부분은 한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다는 중국 당국의 검사를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보복을 위해 자의적으로 중국내에 떠도는 정체 불명의 김치나 고추장등을 수거, 내용을 적당히 발표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 검역 당국이나 무역 당국의 입장이 상당히 완고하다는 사실이다. 보복을 하려고 나서면 결국 한국이 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자연적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중국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는 이같은 보복이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양국의 틈바구니에 끼어 노심초사하고 있다.
일 반 기업인들도 가슴을 조리기는 마찬가지다. 불똥이 다른 공산품이나 제품등에 튀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중국 무역 당국이 이번 사건이 잘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덤핑에 나서는 기업들의 명단을 조사하고 세무 조사를 본격적으로 실시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번 김치 전쟁의 승패는 점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칼자루는 누가 봐도 중국이 쥐고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 듯 하다. 협상과 타협으로 이번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해야 하는 이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베이징=전순기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