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던 초등학생들이 그네 지지대와 구조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1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이 같은 사고는 부산 전역의 어린이놀이터 대부분이 놀이기구가 훼손된 채 위험하게 방치되거나 쓰레기장 등으로 전락한 현실에서 충분히 예견됐던 것으로 어린이 안전을 위한 전반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일 오후 4시30분께 부산 남구 우암동 I아파트 103동 뒤편 놀이터에서 각각 높이 4m,두께 20㎝의 나무로 만들어진 그네 지지대 2개와 구조물이 갑자기 무너져 내려 그네를 타고 놀던 부산 모 초등학교 4학년 김모(10)양이 깔려 숨지고 이모(10)양이 다리 등을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경찰조사 결과 그네 지지대 밑둥치는 완전히 썩은 상태로 페인트칠만 새로 돼 있었으며 각 지지대에 연결돼 있던 그네 구조물도 연결 부위가 제대로 고정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놀이터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두 달 전 관리업무를 인수받은 뒤 아파트 내 펌프시설만 교체했을 뿐 놀이터 안전점검은 실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밝혀졌다.
7년 전 준공된 이 아파트 놀이터는 아파트 내부규약상 관리사무소가 입주자들과 논의 후에 전반적인 시설교체나 안전관리를 하도록 돼 있기는 하나 지금까지 파손된 놀이기구만 점검 및 교체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인수인계 당시 놀이터 안전문제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입주자 동대표회의를 조만간 실시해 안전점검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해당 관리사무소 관계자 등 아파트 안전관리 및 관련 책임자 전체를 불러 조사해 과실 여부가 드러나면 사법처리키로 했다.
한편 이번 사고를 계기로 본보 취재팀이 부산지역 어린이놀이터를 긴급 점검한 결과 많은 놀이터의 놀이기구가 파손돼 어린이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쓰레기장이나 주차장으로 전락한 곳도 많았다.
부산 영도구 동삼동 H아파트 단지 뒤 어린이놀이터에는 풀들이 어른 무릎 높이까지 자라 흉측한 모습이었다. 모랫바닥 곳곳에는 웅덩이가 깊게 패 물이 고였다 말라붙은 흔적이 남아있었다. 또 놀이터 가장자리 3곳에 설치된 벤치는 모두 부서져 쇠못과 철사가 튀어나와 있었으며 철 구조물로 만들어진 그네의 삼각 지지대는 바닥과 닿은 아랫부분이 심하게 부식돼 당장 무너질 것 같이 위태로웠다.
부산 사상구 괘법동 괘법치안센터 뒤편 C어린이놀이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놀이터 입구는 리어카 행상들의 임시 물품 및 쓰레기 보관장소로 변질돼 있었다. 또 놀이터 화단에는 노숙자들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담배꽁초 더미에다 심지어 깨진 술병 조각까지 나뒹굴고 있어 어린이들이 다칠 위험이 높았다.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A맨션 오른쪽 동네 놀이터는 어린이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다. 미끄럼틀을 중심으로 50여평에 달하는 놀이터의 절반은 부상방지용 모래가 완전 유실돼 맨땅이 드러나 있었다.
또 놀이터 바로 옆에는 음식물쓰레기 분리함과 재활용품 수집 마대 20여개나 쌓여 있어 악취와 함께 쓰레기통에서 새어나온 침출수가 놀이터까지 흘러들어 모래를 거무스름하게 물들였다. A맨션 주민 김모(63)씨는 "이 놀이터는 일부 주민들이 주차공간으로 사용,교통사고 위험이 높은데다 놀이기구도 거의 없어 아이들이 놀지 않는다"고 말했다.
A맨션 놀이터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부산 사상구 주례2동 주택가 놀이터는 아예 쓰레기장으로 전락해 있었다. 인근 주민들이 내다버린 폐가구와 연탄재가 놀이터 바닥에 뒹굴고 있었고 심지어 미니소각로까지 설치돼 쓰레기를 태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