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을 깔보는가? 그렇지 않다. 좋아한다. 장훙제(張宏杰)란 작가는 작년 10월 ‘중국인은 한국인에 비해 뭐가 모자란가(中國人比韓國人少什?)’란 책을 냈다. 중국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는, 한국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마음을 겨냥해서 낸 책이다. 거기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한강물은 맑다. 한국인들은 황허(黃河) 상류 물만 잘라서 한강에 흘리는 모양이다.… 한국인들을 만나보면 춘추(春秋)시대 중국 사람의 기질이 느껴진다. 한국인들은 단순하고, 솔직하고, 강인하며, 목숨보다 의(義)를 무겁게 여긴다. 오염되지 않은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런 한국인의 상징이 ‘한국 김치’였다. 중국 사람들은 김치를 ‘파오차이(泡菜)’라고 한다. 발효시킨 채소라는 뜻이다. ‘한궈(韓國)파오차이’는 2002년 겨울에 시작된 SARS(급성호흡기증후군) 파동 때 더욱 유명해졌다. 온 중국이 난리인데도 유독 중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사스에 걸리지 않는 걸 본 중국 사람들은 “한궈파오차이에 그 비밀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많은 외국 사람들이 사스가 겁나 중국을 황급히 떠나는데도, 한국 사람들은 사스를 조금도 무서워 않고 중국 땅에서 생업(生業)을 계속하는 걸 본 중국인들은 너도나도 한국 김치를 구해서 먹었다. 중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포장된 김치를 중국 친구들에게 선물로 돌려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사스에 이어 최근에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찾아왔다. 중국 사람들은 “친류간(禽流感·조류인플루엔자)에도 한국 김치가 좋다는데…”라는 말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사스건 친류간이건 한국 김치를 먹으면 면역이 강화돼 걸리지 않는다는 거다. 뿐만 아니다. 한국 김치는 비만과 고혈압 예방에도 좋고, 한류(韓流) 스타들이 예쁜 이유도 한국 김치 때문이라고 말하던 중이었다.
우리는 그런 맥락에서 중국 정부 당국이 “한국 김치에서 기생충알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사태의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 사스도, 조류인플루엔자도 물리쳐주는 약으로 알려진 ‘한궈파오차이’에서 기생충알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중국 정부의 분노를 알아야 한다. 지난 주 베이징(北京)에서 만난 한 중국 외교부 관리는 이런 말을 했다.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아요….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알이 나왔다고 한국 사회가 시끄럽다니… 중국땅이 더럽다는 뜻인가요?” 그러면서 이랬다. “우리 중국 사람들은 채소를 날로 먹는 법이 없다는 걸 한국 사람들은 모르시나요? 중국은 땅만 빌려준 건데…. 한국 사람들이 중국에서 생산해서 한국으로 수출한 김치가 어째서 중국 김치인가요, 한궈파오차이지….”
우리는 이웃 중국 사람들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지 되돌아보자. 못살고, 잘 씻지도 않고, 냄새나고, 그런 중국 사람들이 만든 김치가 오죽하겠느냐는 생각을 한 일은 없는지. 그러나 문제가 된 김치는 주로 한국 사람들과 우리 동포들이 중국 땅에서 만든 것이며, 우리가 우리 땅에서 만든 김치에서도 기생충알이 검출된 마당에 우리는 무슨 말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중국인들은 한국인을 포함한 조선인들을 비꼴 때 이런 말을 한다. “고기를 구울 때 보면… 조선인들은 앞사람이 뒤집어 놓은 고기를 맞은편 사람이 금방 또 뒤집는다….” 조금만 찬찬히 상대방을 살필 줄 알면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우리는 왜 우리를 좋아하는 이웃 중국인들을 뒤돌아서선 깔보는 걸까?
우리는 그들에게 비친 우리의 과거 모습을 싫어하는 건 혹시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