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로 2008년 가능할 듯… 소득 2만 달러 시대 조기 달성?
[이코노미스트 2004.12.25 00:20:24]
참여정부 출범 초기의 경제 화두는 국민소득 2만 달러였다. 1970년대 ‘산업화’, 80~90년대 ‘선진국 진입’이라는 경제 구호가 2000년대에는 ‘2만 달러’로 변신한 셈이다. 멀어만 보였던 2만 달러 시대는 그러나 예상 외로 빨리 올지도 모른다. 한국은행은 2004년 12월9일 “2004년 1인당 국민소득은 1만4,100달러”라고 발표했다. 이는 2003년 1만2,646달러보다 11.5% 늘어난 수치다.
또 올해는 2004년보다 2,960달러(21%) 증가한 1만7,1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성장의 궁극적인 목적이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는 점에서 1인당 국민소득의 증가는 긍정적인 신호다. 이는 국민 개개인의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2만 달러 시대’를 외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95년에 1만 달러를 돌파했지만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98년에는 7,355달러로 추락했다. 그뒤 8~9%대의 높은 성장률과 함께 환율이 빠르게 절상되면서 2년 만인 2000년에 1만달러 시대로 재진입했고, 외환위기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4년째 1만 달러 초반에서 맴돌고,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들이 나오면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는 다소 버거운 목표처럼 보였다.
2008년께 2만 달러 진입 예상
1인당 국민소득은 경제성장률·물가·환율·인구증가율 등에 따라 결정된다. 올해 우리 경제에 대한 전망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1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하는 데는 무엇보다 원화절상 효과가 가장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예상되는 1인당 국민소득 증가율 21% 중에는 경제성장률 3.8%, 물가상승률 2.1%(GDP디플레이터 기준), 인구증가율 0.54% 등을 제외하고 대략 14%포인트 정도가 원화가치의 상승(지난해 1,146원→2005년 1,000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에는 경제성장률의 기여도가 가장 높았지만, 올해는 환율 효과가 압도적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추세라면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는 이르면 2007년, 늦어도 2009년에는 도달할 전망이다. 2005~2009년 5년 간 평균 경제성장률 4.5%, 물가상승률 2.1%, 인구증가율 0.49%라고 가정하면 원달러 환율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2008년을 전후로 2만 달러 달성이 가능해 보인다. 만약 원달러 환율의 5년 간 평균치가 올해 전망치인 1,000원이라면 2만 달러 돌파는 2008년에 가능하다.
최근의 달러화 약세 추세가 지속돼 원달러 환율(평균)이 965원 정도까지 떨어지면 2007년에, 원달러 환율이 평균 1,050원 정도까지 올라가더라도 2009년에는 2만 달러 진입이 가능해진다.이처럼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3~4년 내에 2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해지고, 이에 따라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국민소득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최근의 원화 강세는 우리나라의 경제상황보다는 미국의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에게 혜택 별로 없어
이에 따라 국민들이 실제로 느끼는 삶의 질은 크게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 우리 국민들은 달러화로 표시된 1인당 국민소득보다는 원화 기준 국민소득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원화 기준 경제성장률이 높아져야 생활수준이 개선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경제성장률이 2004년보다 1%포인트 정도 떨어지고, 장기적으로도 잠재 성장률이 떨어지는 추세에 있어 달러화표시 1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하는 만큼 우리 국민의 생활수준이 개선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아울러 원화절상의 혜택은 저소득층보다는 고소득층에 더 크게 나타나 최근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을 오히려 가속화할 수도 있다.
원화절상은 수입소비재의 가격 하락으로 나타나 고가의 수입소비재의 많이 소비하는 고소득층이 가격 하락의 혜택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해외에 나가는 부유층들은 달러화 표시 국민소득 증가를 당장 체감할 수 있지만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혜택을 느낄 수 없어 체감경기의 양극화가 심화될 우려도 있다.
우리보다 앞서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한 나라는 모두 24개국이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국가들 중에는 미국·일본과 같은 강대국도 있고, 쿠웨이트·카타르 같은 자원부국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례는 주로 북유럽 국가들로 구성된 강소국들이다.
이들은 인구와 경제 규모는 작지만 국가경쟁력을 갖춘 부유한 나라들이다. 여기에는 룩셈부르크·노르웨이·스위스·덴마크·아일랜드·스웨덴·네덜란드·핀란드·오스트리아·벨기에 등과 아시아의 홍콩과 싱가포르 등이 포함된다.유럽 강소국들의 경쟁력의 원천은 개방과 경쟁을 우선시하는 자세,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산업특화, 강력한 금융경쟁력, 지식인프라, 유연한 노동시장과 효율적 복지시스템 등이라고 할 수 있다.
2만 달러 시대를 개척한 나라들은 국가별로 경제적 특징이 다르고 당시의 세계경제 여건이 지금과는 다르기 때문에 2만 달러에 이르는 경로는 모두 다르다. 다만 대부분의 국가들은 개방형 경제모델을 갖고 수출을 성장동력으로 삼았던 점에서 유사성을 갖는다.
또한 노사갈등, 복지수요 증가 등의 경제부담에 대해서는 과감한 구조개혁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면서 사회적 안정성 내지 성숙도를 높여갔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내실있는 2만 달러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선진국들의 경험을 배우고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 Economist 769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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