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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에서 한국 TV방송의 영향(펌글)
이름 : 스켈레톤
2005-12-21
비교적 솔직한 글이라서 퍼왔습니다. 작성자 : 도재영 등록일 : 2002년 08월 19일 제가 일전에 재중동포사회에는 한족문화로의 동화 경향도 있지만, 그 반대 경향도 관찰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 글은 그 한 가지 실례입니다. 문화현상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글은 아니고, 일차적인 관찰보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번 더 밝히지만, 아래 이야기는 결코 연변 조선족사회의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며, 부분적인 경향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경향의 변화추세가 어떠한지를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야기가 너무 복잡해지고 또 길어져서 지루한 느낌을 주는 것을 피하고자, 앞으로 가급적 글 한 꼭지에 하나의 주제만 담아 쓰도록 하겠습니다. 연변에서 한국 TV 방송의 영향 중국에서는 내국인이 외국방송을 직접 시청하는 것을 금하고 있습니다. 아마 서방세계의 '중국흔들기'로부터 내국인을 보호하려는 의도이겠지요. 연변에서도 한국 TV 방송을 시청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가령 연변대학 교수사택에서와 같이 정식으로 허용한 곳도 있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허용이 안 됩니다. 그러나 약간의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어지간한 가정에서는 한국 TV 방송을 다 봅니다. 위성방송 수신안테나를 설치하면 됩니다. 물론 비법이죠. 하지만 막는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중국에서 정치의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는 '정책'적으로 위성안테나를 대대적으로 단속하지만, 가정에서는 미리 상황을 파악하여 안테나를 거두어 두었다가 단속이 잠잠해지면 다시 설치하는 '대책'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연변의 조선족들은 이제 무슨 수를 쓰든 한국 TV방송을 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도록 맛이 단단히 들어버렸습니다. (연변을 제외한 동북 3성의 조선족 산재지구에서도 한국 방송을 많이 시청합니다. 이런 지역은 연변에 비해 위성안테나에 대한 단속이 상대적으로 느슨합니다.) 주로 KBS1 위성방송을 많이 보지만, 안테나 성능에 따라서는 MBC, SBS까지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중국의 중앙방송과 수많은 지역 유선방송에서도 한국드라마를 방영하지만, 연변에서는 한국방송을 한국어로, 실시간에 프로그램 전부를 시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방송에 '직접 노출'되어 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TV를 시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국의 문화는 다양한 세대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한국의 대중문화는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에게 큰 영향을 끼칩니다. 예전에는 한국에 다녀온 사람의 입을 통해 조금씩 전달되던 한국사회의 모습이 TV를 통해 그대로 연변의 조선족 가정에 전달됨으로써, 동포사회의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이 훨씬 넓어졌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드라마, 쇼프로여서, 이런 프로를 통한 한국사회의 정보전달 효과가 크지는 않지만, 뉴스, 다양한 교양, 시사 프로그램의 시청도 늘어나면서 사정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한국 뉴스에서 거의 매일 터져 나오는 정치인의 비리, 사건사고 소식이 동포사회에서는 처음엔 기이하게 받아들여졌던 모양입니다. 중국의 통제된 뉴스에 길들여진 사람들이다 보니, 한국의 그런 뉴스를 보고 한국이 금방이라도 큰일 날 것 같은 아주 불안한 사회인 것처럼 여겨졌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건사고, 정치인의 비리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가 건재한 것을 보고, 소위 '민주 사회', '개방 사회'의 의미가 어떤 것이고, 한국이 바로 그런 사회라는 것을 차츰 배워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TV 드라마는 중국 한족에게도 그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만, 동포사회에도 인간사의 애증과 갈등, 화해, 가정과 행복의 의미 등과 같은 것에 대해 자잘하지만 흡인력이 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한족문화에 많이 동화된 동포사회는 여기에다 더해서 우리 민족의 정서와 사고방식, 문화에 대한 재발견이라고 하는 소리없는 큰 변화를 겪고 있는 듯합니다. 물론 사회주의 혁명을 경험했고, 북한이라고 하는 또 다른 모국을 두고 있는 동포사회로서는 한국 드라마의 그런 개인과 가족 중심주의, 세속적인 행복을 중시하는 인간형에 대해 무조건 수용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중국 역시 시장경제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부분적으로 동화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은 당연한 일 같습니다. 한국의 방송은 특히 외래 문화에 대해 개방적인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원래 조선족학교를 다녀서 조선어사용에 불편이 없는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한족학교에 다니는 조선족 아이들도 한국 TV 시청을 통해 한국어를 학습할 기회를 자연히 갖게 됩니다. 한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대개는 집에서 부모와 간단한 대화 정도는 조선말로 할 수 있는 바탕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한국 방송을 시청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한국어를 학습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한국의 대중문화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 때 부르는 노래와 추는 춤은 모두 한국 가수의 노래와 춤이라고 보면 됩니다. 중국 대도시의 한족 청소년도 한류 모방에 열중이라고 하지만, 연변의 아이들은 언어장벽이 거의 없어서 한국 대중문화에 쉽사리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한국축구에 대한 선호가 큰 연변이었는데, 이번에 월드컵 대회가 연변의 조선족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짐작이 가는 일입니다. 월드컵 대회기간에 중국의 중앙TV5에서 한국축구 깍아내리기가 한창 열을 올릴 때도 연변에서는 그게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한국팀을 열렬히 응원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선입견과 편견이 상대적으로 적은, 한창 자라나는 나이의 청소년이 자기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스포츠와 대중문화의 스타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여러분도 잘 알 것입니다.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의 스포츠, 대중문화에 끌린다면, 그 다음에 한국이라고 하는 사회에 강하게 끌리게 되는 것은 자연스런 일입니다. 지금처럼 한국과 동포사회의 기성세대 사이에 존재하는 불신과 반목이 사라지고, 한국에 실력으로 당당히 합법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대폭 확대된다면, 지금 청소년 세대가 성장했을 때 아주 긍정적인 의미에서 '한국열'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의 TV위성방송(KBS1)은 중국뿐만 아니라 몽고, 연해주의 동포사회에서도 즐겨 시청한다고 합니다. 문화는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는 물과 같아서, 인위적으로는 안 되는 일도 문화를 통해서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방송이 동포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여 프로그램 제작에 세심한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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