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25일 (일) 13:46 아시아경제
최악의 크리스마스 맞는 서울대학교
"황 교수 사건으로 서울대의 권위와 위상이 땅바닥에 추락해 버렸습니다. 개교 59년 역사에서 최악의 크리스마스를 맞게 됐습니다." (서울의대 김 모 교수)
"21세기 한국의 생명공학을 이끄는 대학에 다닌다는 자긍심으로 밤샘 연구에 몰두해 왔지만, 모든게 허물어진 느낌입니다. 너무나 침통한 심정입니다." (서울대 수의대 3학년 학생)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23일 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줄기세포 연구 결과가 '조작된 것'이라고 발표한 이후 서울대에는 차가운 겨울 칼바람만큼 썰렁한 분위기만 감돌고 있다.
서울대 수의대 1층 현관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 불도 켜지지 않은채 삭막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우울한 얼굴로 다니는 교수와 학생들의 표정에서 '개교 이래 최악의 위기'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은 것임을 읽을 수 있다.
수의대 1층 현관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는 불도 켜지지 않은채 삭막한 서울대의 분위기를 그대로 연출했다.
주말에도 황 교수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서울대 수의대는 모든 출입구가 경비원들로부터 봉쇄된 채 연구원과 학생 등 학교 관계자들만이 허가를 받아 겨우 출입이 가능한 상황이다.
수의대는 IC카드나 지문인식기를 통해 신분이 확인돼야만 출입이 허용된다.
경비원들과 경호원으로 보이는 건장한 청년들은 지하주차장 입구와 정문, 후문 등 3곳의 입구를 철저히 통제하면서 취재진들의 접근을 허락치 않고 있다.
학교 관계자들도 IC카드와 지문인식기를 통해 자신의 신분이 확인돼야만 출입이 허용되고 있다.
23일 오후 수의대에서 나오는 한 남학생에게 분위기를 묻자 그는 "잘 모르겠다. 나에겐 묻지말라. 할말이 없다"고 답했다.
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줄기세포 관련 조사위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수의대 앞.
서울대 다른 캠퍼스도 황교수 파문으로 침울한 분위기가 팽배하다.
서울대 어학연수관 1층에 위치한 한 카페에는 서울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 가운데 과 선후배로 보이는 5명의 학생들은 황 교수의 문제에 대해 대화하면서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한 여학생은 "이번 사건으로 서울대의 위상이 완전히 바닥"이라며 "어디가서 서울대학생이라고 말하기가 창피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선배인듯한 한 남학생은 "이미 논문이 조작인 것으로 드러난 마당에 줄기세포 기술이라도 존재했으면 좋겠다"며 "언론보도를 보면 줄기세포도 없는 것 같고, 도대체 어떤게 진실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소망한다.
하루빨리 '논문조작 파문'의 악몽을 딛고 '관악산의 봄'이 오기를, 이번 사건이 새로운 탄생의 밑거름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