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8일 중국의 박해를 피해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다람살라로 탈출을 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가뀨파의 17대 지도자인 카르마파(15, 본명 우기엔 트린리 도르제). 달라이라마와 함께 티베트 불교의 또 다른 정신적 지도자 추앙 받고 있는 그가 최근 중국의 극심한 암살위험에 시달리고 있었다.
기자가 카르마파를 친견한 것은 6월 14일, 달라이라마궁이 있는 남걀 사원에서 20km의 산길을 달려서야 그가 살고 있는 규또 사원에 이를 수 있었다. 규또사원은 1400km의 눈 덮힌 히말라야를 넘어온 그에게 달라이라마가 제공한 것으로 티베트 사원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간직된 사원이다. 그러나 규또 사원에 들어선 순간 눈에 띈 것은 곳곳에 총을 메고 경비를 서고 있는 인도경찰들의 삼엄함이었다. 2명씩 조를 이뤄 건물 곳곳에 배치돼 있는데 전시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카르마파의 측근에 따르면 인도정부가 카르마파의 망명을 허용하면서 중국에서 끊임없이 납치나 암살 목적으로 사람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카르마파는 중국의 암살 위험 때문에 건물 밖으로 전혀 나오지 않고 있으며 저격을 피하기 위해 유리창이나 건물 외벽에도 가까이 가지 않으며 ‘심심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측근은 전했다. 따라서 그는 티베트인 외에 동양인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으며 자신의 존재가 세계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 언론과의 접촉을 일체 피하고 있다.
카르마파는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을 위해 매일 2시, 법당에서 30분 가량 친견 시간을 갖는데 법당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삼엄한 검문을 받아야 한다. 개인의 인적사항은 물론이고 외국인은 여권 번호와 여행 목적 등을 확인한 다음 온몸 수색과 함께 소지품은 모두 두고서야 법당 안에 들어갈 수 있다. 법당 안에서도 물론 10여 명 이상의 스님과 측근들이 삼엄한 경비를 펴고 있다. 기자가 카르마파를 친견한 그날도 200여 명의 사람들이 카르마파를 친견하기 위해 법당 안에 몰려들었다. 300여 평의 법당 안에는 거대한 부처상과 그보다 작은 보살상이 일렬로 배열돼 있었으며 그 앞에 카르마파가 앉아 있었다. 15살 소년의 앳된 표정의 카르마파는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듯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는 법문을 시작하기 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빨간색의 천을 목에 걸어주며 축원을 해 주었고 이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부처님의 팔정도를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문을 했다. 그러나 법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4명의 스님과 함께 황급히 방으로 사라졌으며 그 이후로는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기자의 경우 동양인이라는 점 때문에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 기자 신분이 드러나는 바람에 삼엄한 감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