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와 중국동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탈북자 모임이 있거나 중국동포들이 모이게 되면 서로에 대한 불만들이 터져 나오고 관련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는 서로를 향한 감성 섞인 막말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양측간 감정싸움과 불신이 커지면서 자칫 한국사회의 또다른 갈등 양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26일 탈북자동지회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양측을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지면서 ‘조선족 관련 싸움을 유도하는 글을 올리지 말라’는 공고가 게재돼 있었다.
‘시큼’이란 탈북자는 탈북자동지회 홈페이지에 “죽을 수가 없어서 그래도 옆에 있는 동족에게 도움을 청하러 죽을 각오로 넘어갔지만 의지할 데 없는 탈북자들을 실컷 일을 시키고는 월급도 안주고 때리고 납치까지 하는 게 조선족”이라는 격한 글을 남겼다.
또 ‘연변낭자’는 “우리 탈북자들의 가슴을 헤쳐봐야 김일성 부자한테 당한 독재의 멍에와 중국교포들한테 당한 한이 피고름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상시기’란 중국동포는 “탈북자들이 쓰는 수기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다른 네티즌은 “중국동포 사이트에는 탈북자를 욕하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며 맞대응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고,일부 탈북자들은 “불법 체류중인 조선족들을 신고해서 중국으로 보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중국동포들도 “어려울 때 살려준 게 누군데 이제 와서 딴소리한다”며 맞대응하고 있다. ‘연변조선족’이란 네티즌은 “조선족의 안전을 위해 탈북자를 잡자. 탈북자에 대해 도움만 주려던 조선족들도 탈북자들에 대해 경각심을 높일 때가 왔다”고 말했다.
다른 탈북자 관련 사이트나 중국동포들이 주로 이용하는 ‘연변통신’ 게시판도 탈북자들을 비난하는 중국동포와 또 이를 공격하는 탈북자들의 말싸움과 싸움 자제를 호소하는 글들로 도배할 정도다.
이에 대해 탈북자동지회 관계자는 “탈북자들이 모이면 중국동포에 대해 원망을 토로하는 일이 많다”며 “중국동포들이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동시에 인간적 모멸감을 느끼게 하거나 같은 민족을 팔아 넘기는 등의 일부 중국동포들의 행위가 많은 탈북자들의 가슴에 응어리로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탈북자동지회는 중국에서는 중국동포들이 안정된 위치에 있지만 남한에서는 처지가 바뀌어 탈북자들이 비교적 신분보장이 되는 반면,중국동포들은 불법 체류자 신세인 경우가 많다보니 그 과정에서 감정들이 상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남한 사람들이 악의적인 글을 올려 양측의 싸움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서울 가리봉동 중국동포의 집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중국동포 전도사는 “한국내 중국동포 사이에 탈북자들의 이미지가 안좋다”며 “탈북자들이 어렵게 한국에 와서 그런지 자기들만 챙긴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다른 중국동포 최모(38·여)씨는 “탈북자들을 보면 ‘저럴 수도 있구나’하면서 될 수 있으면 상대를 안하려 한다”며 “식당 같은 곳에서 함께 일하게 되더라도 서로 쌓인 감정들이 많다보니 말 한마디 안 나누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