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미국 농무부(USDA)는 최신 보고서에서 중국 기업이 수 년 간 해외의 농업, 임업, 어업 분야에 투자 폭을 넓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 정권은 그동안 차이나 머니 유출을 억제해왔지만 해외 농업 투자는 권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세계 식량 시장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2016년 해외 농지 매수액 규모는 2010년의 5배에 달하는 260억 달러에 달했고, 1300개 중국 기업을 통해 100개국에 대한 관련 투자가 이뤄졌다.
2004-2012년 초까지 중국 정부의 농림 부문 대외 투자는 동남아시아, 러시아 동부를 중심으로 중국 내 주요 수요 품목인 곡류 등 원재료 조달에 집중됐다.
당시 ASEAN(동남아시아 국가연합)에서는 지역 자유무역협정(FTA)에 의해 팜유, 쌀, 설탕, 과일, 목재 등을 중심으로 수입이 이뤄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 기업들은 북미, 유럽, 호주의 농업기업에 대한 인수에 전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 식육가공 회사 쐉후이(雙匯)는 2013년 미국 식품업체 스미스 필드 푸즈를 430억 달러에 매수했다.
2016년 중국 국유 화학제조업체 중국화공집단(Chem China)은 세계 최대기업인 스위스 농약 및 종자업체 신젠타(AG)를 430억달러에 매수했다.
중국 국유 식품업체 중양집단(中糧集團·COFCO)은 2014년 싱가포르 노블 농산을 2016년에는 네덜란드의 곡물기업 니데라(Nidera)를 각각 인수했다. 뉴질랜드와 호주에서는 유제품, 쇠고기, 양고기 등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인수와 합작회사 설립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중국 당국은 차이나 머니 유출을 막기 위해 해외투자를 규제해 왔지만 해외 식량 시장에 대한 투자는 권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중국 기업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해 ‘금지’, ‘억제’, ‘추천’이라는 세 가지 카테고리를 새로운 규칙으로 도입했다. ‘금지’ 항목에는 카지노와 군사 관련이 포함되며, ‘억제’는 호텔과 주택 개발, ‘추천’에는 농업과 인프라 정비가 각각 포함된다.
중국 당국은 또한 국가 식량 자급자족비율 기준을 완화해, 자국 기업이 중국 내 수입 농산물 공급망 확대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중국 농업부에 따르면 2017년 농산물 수입 규모는 10년 전의 3배인 1250억 달러에 달한다.
이러한 농업계획은 이미 10년 전인 지난 2007년에 발표된 중국의 농업 정책 ‘제일 문서’에 언급돼 있다. 당시 문서에는 구체적인 외국 투자전략 방법까지 포함되어 있다.
문서 발표 직후에는 해외 농업 투자 벤처기업이 탄생했다. 중국 당국은 2010년 해외투자 촉진을 위한 지원 정책을 마련했다.
2014년, 당국은 농업과 관련한 거대 기업을 만든다는 지침을 내놓았다. 이는 중양집단(COFCO)이 니데라와 노블을 매수한 시기이다. 중양집단은 수천억 위안의 매수를 통해 세계 최대급 무역 상사가 되었다.
2015년, 중국은 해외에서 농업 생산을 시작한 기업에 대해 설비 도입 지원을 결정했고, 2017년에는 모든 농림 수산 기업들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올해에는 해외 농업 투자를 다시 권장하며 곡물 거래 등 다국적 농업기업 설립에 관한 지침을 내놓았다.
중국은 대규모 개발 구상 ‘일대일로(一帯一路)’에서도 아시아, 아프리카, 동유럽을 대상으로 한 농업 투자, 기술원조, 농림 수산물 무역을 언급하고 있다.
중국 농업부에 따르면 2016년, 1300개 이상의 중국 기업이 100개국 이상의 국가와 지역의 농림 수산 분야에 총 33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 액수는 2010년의 약 5배에 달한다.
하지만 이 규모는 ‘제조, 서비스업’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농수산물 가공과 무역회사 매수를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은 당국은 이번 USDA 보고서의 총 260억 달러와는 최소 10배 정도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농무부(USDA)는 보고서에서 중국은 농림 및 수산 분야 투자를 늘려 무역 전략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고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고 경고했다.
하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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