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7월의 대지는 본격적인 여름의 문턱을 넘는다. 그 첫 자락에 놓인 절기는 ‘작은 더위’라 불리는 소서(小暑)다. 이 무렵의 자연은 장마의 습한 기운과 눅눅한 바람 속에서도 들녘의 벼들은 밤새 키를 키우고, 논둑의 풀들은 푸르른 생명력을 뿜어낸다.
선조들은 소서가 되면 비로소 더위가 제 집을 찾아 들었다고 여겼다. 땀방울이 이마에 맺히기 시작하는 이 시기는, 단순히 무더위의 시작이 아니라 만물이 온전한 결실을 향해 초록의 밀도를 가장 짙게 높여가는 경이로운 성장의 시간이다.
소서의 절기를 지나 7월의 한복판에 들어서면 한 해 중 가장 뜨거운 기운이 대지를 지배하는 삼복(三伏)이 시작된다. 양력 7월에 차례로 찾아오는 초복(初伏)과 중복(中伏)은 자연의 맹렬한 양기를 극복하는 선조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엎드릴 복(伏)' 자를 쓰는 복날의 이름처럼, 선조들은 솟구치는 불의 기운 앞에 기어이 맞서 싸우기보다 잠시 몸을 낮추고 흐르는 땀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을 하고, 뜨거운 성질의 음식으로 몸 안의 기운을 다스리던 이열치열(以熱治熱)의 방법은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동화하는 삶의 지혜다.
초복과 중복 사이, 양력 7월의 하순에 이르면 마침내 여름의 정점인 대서(大暑)와 마주한다. '큰 더위'라는 이름에 걸맞게 강력한 무더위가 온 대지를 지배하고 다양한 농작물과 열매에 결실의 에너지를 아낌없이 선사한다.
뙤약볕을 온몸으로 받아낸 참외와 수박이 비로소 단맛을 채우고, 벼 이삭이 속을 채우는 시기도 바로 이 무렵이다. 가장 뜨거운 고통의 시간을 통과해야만 가장 풍요로운 가을을 맞이할 수 있다는 자연의 섭리는 견딤(忍)의 미학을 아는 이들에게 고요하고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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