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선생은 조선 후기 영·정조 시대의 대표적인 학자이자, 조선 실학(實學) 사상을 집대성한 사상가이다. 그는 정치, 경제, 법률, 과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18년 유배라는 모진 풍파를 겪기도 했다.
정약용은 계절과 관련해 더위를 지혜롭게 이겨내는 방법을 시로 남기기도 했다. 그의 문집인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에 수록된 8수의 시 《소서팔사(消暑八事)》는 마음(정신)을 다스려 지혜롭게 더위를 극복하는 피서(避暑)법을 제시했다.
이 시는 단순히 시원한 곳을 찾아 더위를 피하는 것이 아닌, 정신적 안정과 집중,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더위의 고통을 지혜롭고 멋지게 다스리는 8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먼저, ▲송단호시(松壇弧矢). ▲괴음추천(槐陰鞦韆), ▲허각투호(虛閣投壺), ▲청점혁기(淸簟奕棋)가 있다.
▲시원한 솔밭에서 몸의 자세와 정신을 하나로 모아 활을 쏘거나, ▲느티나무 그늘에서 그네를 타며 바람을 즐기거나 ▲항아리에 화살을 던져 넣는 투호(投壺)로 사념(邪念)을 제거하거나 ▲대자리 위에서 바둑을 두며 더위를 잊어 본다는 것이다.
다른 네 가지는 ▲서지상하(西池賞荷), ▲동림청선(東林聽蟬), ▲우일사운(雨日射韻), ▲월야탁족(月夜濯足)이다.
▲해 지는 연못가에서 연꽃을 감상하거나, ▲아침 해가 떠오르는 푸르른 동쪽 숲에서 생명력과 청량함이 가득한 생명(매미)의 소리를 듣거나, ▲비 내리는 날, 벗들과 시를 짓고, ▲달 밝은 밤 개울가에 앉아 발을 담그기 등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더위를 극복하는 낭만과 풍취(風趣) 가득한 방법이다.
정약용의 소서팔사는 마음을 다스려 신체적 더위를 극복하는 '심신합일(心身合一·마음과 몸은 하나다)'을 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적인 환경(날씨)에 지배당하지 않고, 내면의 평정심과 주체성을 유지하는 선조들의 방법은 오늘날의 피서와는 사뭇 다른 격조 높은 품격과 지성을 담고 있다.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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