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오늘날 ‘선생’은 직업이고 ‘학생’은 소비자다. 학원 강사의 명강의에 결제를 하고, 대학 교수의 수업을 들으며 학점을 쇼핑한다. 교육이 서비스가 된 시대에, 고대의 ‘사부(師父)’라는 단어를 꺼내어 드는 것은 어딘가 아득하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스승 사(師)에 아버지 부(父)를 쓰던 그 시절의 사제 관계를 들여다보면, 그 단어가 품은 내포에서 뭉클한 감동이 밀려온다.
고대 사회에서 사부는 단순한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또 다른 의미의 ‘부모’였다. 그 시절 사람들은 부모의 태중에서 육신을 가지고 태어나는 생물학적 탄생과, 사부의 문하에서 지식과 지혜를 배우며 사상적으로 승화하는 정신적 탄생을 모두 경험했다. 부모로부터는 피와 살을 물려받고 사부로부터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사상, 도리 등의 정신적 양식을 얻었다.
그렇기에 고대 사부의 책임은 매우 무거웠다. 그들은 제자를 제 집 방 한 칸에 들이고, 먹이고, 재웠다. 걸음걸이 하나, 말씨 하나, 숟가락을 드는 예법까지 모든 면을 살뜰히 살피고 바로 잡았다. 기술이나 비기(秘技)를 전수하는 것은 물론, 제자가 성인이 되면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 앞길도 열어주었다
만약 제자가 사회로 나가 도덕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죄를 지으면, 그의 사부도 고스란히 세상의 비난을 받으며 제자와 함께 죄인이 되었다. “스승이 엄하게 가르치지 않은 탓(교불엄 사지태(敎不嚴 師之惰): 스승이 엄하게 가르치지 않는 것은 스승이 게으른 탓이다)이라는 연좌제의 서슬 퍼런 칼날을 당시의 사부들은 기꺼이 받아들였다.
이러한 절대적인 책임이 있었기에, 제자들 역시 사부를 향해 목숨을 바친 영원한 충성을 서약했다. 스승이 세상을 떠나면 부모의 상을 치르듯 삼 년 동안 마음으로 상복을 입는 ‘심상(心喪) 3년’의 전통은, 강요된 제도가 아니라 영혼을 길러준 정신적 어버이에 대한 당연한 예우였다.
부모보다 위대해 보이기까지 하는 사제 관계의 본질은 ‘철저한 헌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은 어떠한가? 현재의 교육 환경에서 이런 조건 없는 사랑과 책임을 가지고 제자를 대하는 스승은 몇이나 될까? 진심 어린 공경과 신뢰로 스승을 대하는 학생은 과연 얼마나 될지..
인생의 길을 잃었을 때, 어두운 시간을 지날 때조차도 손을 놓지 않고 한결같은 보살핌으로 책임을 다한 그 시대 사부의 모습은 각자도생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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