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지난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장기이식’과 ‘수명연장’에 대해 나눈 대화가 ‘핫 마이크’(hot mic)로 포착돼 파문이 일고 있다.
핫 마이크는 유명인들이 마이크가 켜져 있는 줄 모르고 은밀한 대화를 나눴다가 의도치 않게 공개돼 곤욕을 치르는 일을 말한다.
‘조선일보’와 ‘애포크타임스’, 외신 등에 따르면, 시 총서기와 푸틴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열병식에 참석한 주요 외빈과 열병식을 지켜보기 위해 톈안먼 망루(성루)로 이동했고, 이 모습은 중국 관영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이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의 통역사가 중국어로 “생명공학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고 시 총서기에게 말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어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가 이어진 뒤 푸틴 대통령의 통역사는 “인간의 장기는 계속해서 이식될 수 있다. 당신은 오래 살수록 젊어지고 심지어 불멸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은 “과거에는 인생 70까지 살기가 어렵다고 했지만, 지금은 70도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이에 푸틴은 “생명공학이 발전하면서 인체 장기를 끊임없이 이식할 수 있다. 오래 살수록 오히려 더 젊어지고, 심지어 불멸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화의 현장에서는 웃음소리도 터져 나왔다. 시진핑은 이어 “어떤 이는 이번 세기 안에 인류가 150세까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김정은이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들의 대화 내용이 김정은에게도 통역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두 독재국가의 수장 간 충격적인 대화가 켜져 있는 마이크를 통해 전 세계에 중계되자 여론은 순식간에 들끓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관영 CCTV는 해당 영상을 삭제했지만, 이미 BBC·프랑스국제방송(RFI)·블룸버그 등 해외 언론이 보도했고, SNS 플랫폼 X(옛 트위터)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로이터는 러시아 정부와 중국 외교부에 해당 대화와 관련한 입장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 習 발언... 중공의 파룬궁 강제장기적출 탄압 재주목
시진핑의 발언은 중국공산당의 파룬궁(法輪功) 탄압의 일환인 ‘강제 장기적출’ 범죄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파룬궁은 진·선·인(眞·善·忍) 사상을 기초로 하는 심신수련법이지만, 개인의 영적 자유를 용납하지 않는 중공은 1999년부터 파룬궁 수련자들에 대한 반인륜적인 탄압을 시작했다.
중국의 ‘수뇌부 건강공정(工程) 데이타’에 따르면, 2000년 당시 중공 지도자들의 평균 수명은 미국 지도자들과 비교해 2~3년 더 길 뿐이었다. 그러나 이후 중공 지도자들의 평균 수명은 비약적으로 상승했고, 2010년에는 이미 미국 지도자 평균 수명을 10년 이상 초과했다.
지금은 그 격차가 더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 2021년 9월 15일, 중국의 SNS 웨이신(위챗)에서는 중공 고위 간부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301병원(인민해방군 종합병원)의 광고가 퍼져 나갔다. 광고에는 “2005년 이미 중공 수뇌부를 대상으로 한 ‘건강공정’을 시작했으며, 목표는 수명을 150세까지 연장하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해당 광고는 즉시 중국 일반 국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는데, “병원 진료조차 어렵고 비용도 과중한 상황에서 고위층만 특별 대우를 받는다”는 불만이었다. 결국 이 광고는 하루 만에 삭제됐다.
그렇다면 왜 중공 지도자들의 수명이 이렇게 늘어났을까?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고품질 장기 이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2022년 12월 9일, 전 문화부 부부장 가오잔샹(高占祥)이 사망했다. 불과 사흘 뒤 전국정협 부비서장 주융신(朱永新)은 회고 글에서 “가오잔샹은 수년간 병마와 싸우며 몸의 장기를 여러 차례 교체했다. 본인도 ‘내 몸의 많은 부품은 내 것이 아니다’라며 농담을 했다”고 전했다.
가오잔샹은 단지 부부장급 관리로, 중국 공산당이 규정하는 ‘당과 국가 지도자’의 반열에도 들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생전에 이미 몸속의 여러 장기를 교체했다.
■ 그 많은 장기는 어디서 나올까?
‘에포크타임스’에 따르면 2006년 2월 22일, 중국 매체 ‘봉황망(鳳凰網)’은 “수만 명의 외국인이 중국에서 장기 이식을 받았으며, 중국은 세계 최대의 장기이식 허브가 되었다”는 내용을 담은 특집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을 시작으로 일본, 인도,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파키스탄, 오만, 미국, 캐나다, 이스라엘, 홍콩, 마카오, 대만 등 세계 각국의 환자들이 중국으로 몰려들었다.
특히 톈진시 제1중심병원 산하 동방장기이식센터의 사례는 충격적이다. 2005년 한 해 동안 이 병원에서만 650건의 간이식 수술이 진행됐고, 같은 해 12월 16일부터 30일 사이 불과 14일 동안 무려 53건의 간이식이 이루어졌다.
2017년 11월 15일, 한국 최대 일간지 조선일보 계열 TV조선은 다큐멘터리 ‘죽여야 산다’를 방영했다. 제작진은 중국에서 장기이식을 받은 한국인 2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고, 이를 토대로 충격적인 실태를 공개했다.
한국 내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약 3만2천 명에 달하지만, 이들 상당수가 2000년 이후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 병원은 당시 간 이식에 약 3억 원(한화), 신장 이식에 약 2억 원을 요구했다.
중국 내에서 장기 이식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은 공식적으로 169곳. 그중 한국 환자들이 주로 찾는 곳은 8개 병원으로, 한 병원은 3년 동안 무려 3천 명의 한국인에게 이식수술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국의 ‘국제이식 네트워크 지원센터’ 웹사이트에는 외국인 환자를 위한 가격표까지 공개돼 있었다. △신장 이식 6만2000달러, △간 이식 9만8000~13만 달러, △신장·췌장 동시 이식 15만 달러 △폐 이식 15만~17만 달러 △각막 이식 3만 달러 등이었다.
전문가들은 장기이식이 중국 공산당 고위층의 장수 비결일 뿐 아니라,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는 황금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이 엄청난 수량의 장기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인권 단체들은 그 해답을 1999년 7월 20일 이후 중국 당국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파룬궁 수련자 탄압에서 찾고 있다.
중국 장기이식 분야의 권위자인 허샤오순(何曉順) 중산대학 제1부속병원 부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2000년이 중국 장기 기증이 부족 상태에서 폭발적 증가로 전환한 분수령이었다”며 “2000년 전국 간이식 수술 건수는 1999년보다 10배 늘었고, 2005년에는 다시 3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 내 장기이식 수술 건수가 2000년 이후 급증한 시기는 중국 공산당이 본격적으로 파룬궁 탄압을 시작한 시기와 정확히 맞물린다.
2006년, 중공의 강제 장기적출 의혹이 국제 사회에 처음 폭로된 이후, 국제 인권단체와 전문가들의 독립 조사들이 이어졌다. △‘국제 추적조사 기구’, △‘강제 장기적출 반대 의사회’, △‘중공 강제 장기적출 연구센터’, △‘중국 내 장기 남용 중단을 위한 국제연합’, △‘공산주의 피해자 재단’, △‘런던 중국재판소’ 등 다수 단체와 학자, 변호사, 언론인들은 방대한 조사를 통해 중국공산당이 파룬궁 수련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장기적출을 실제로 자행해 왔음을 확인했다.
특히 ‘국제 추적조사 기구’는 19년에 걸친 조사 끝에 “이것은 파룬궁 박해를 지시한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명령 아래, 공안·사법부·교도소·지방병원·무장경찰·군병원 등이 집단적으로 가담한 대규모 학살”이라고 결론지었다.
중국 장기이식 전문가로 꼽히는 황제푸(黃潔夫)는 2001~2013년 사이 대규모 병원 장기이식센터 설립을 주도했고, 2001~2006년 공개된 신장이식 건수만 최소 3만 건 이상으로, 1999년 이전 40년간의 총합을 뛰어넘었다.
2013년 3월, 황제푸는 중국 매체 ‘광저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2년 한 해 동안 본인이 집도한 간이식이 500건 이상인데, 그중 ‘자발적 기증 간’은 단 한 건에 불과했다”고 시인했다. 그는 또 호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환자에게 어떻게 장기를 이식하느냐에만 관심이 있을 뿐, 그 장기가 어디서 왔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황제푸가 집도한 이식 장기의 대다수는 자발적 기증이 아닌 출처 불명의 장기였다. 인권 단체들은 그 출처가 구금된 파룬궁 수련자들의 장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6년부터 중국공산당의 파룬궁 수련자 강제 장기적출 문제를 독립적으로 조사해 온 캐나다 인권변호사 데이비드 킬고어(David Kilgour)와 데이비드 메이터스는 수년간 방대한 증거를 수집하고 권위 있는 조사보고서를 발표해 국제사회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아왔다. 두 사람은 여러 차례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지명됐다.
킬고어는 “내가 알기로 중국은 정부 주도로 자국민을 학살하고, 산업 규모로 그들의 장기를 판매하는 세계 유일한 국가”라고 지적했다. 메이터스 역시 “나는 오래도록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을 연구해 왔는데,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은 다른 형태의 집단학살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인간성의 완전한 타락이자 극도의 사악함”이라고 말했다.
미국 탐사저널리스트 에단 구트만(Ethan Gutmann)도 같은 문제를 연구해 온 전문가다. 그는 “처음 ‘대학살(The Slaughter)’을 집필할 때는 과거의 역사를 기록한다고 생각했지만, 책을 마무리할 즈음 깨달았다. 이것은 과거사가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었다. 이는 집단학살의 새로운 형태이며, 우리 시대가 직면한 중요한 시험이다. 우리는 이를 회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국제 인권 규범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의 파룬궁 박해와 대규모 장기적출은 △세계인권선언,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집단학살방지협약, △고문방지협약, △인권과 생물의학 협약 등 다수의 국제법을 중대하게 위반한 행위로 규정된다. 이는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집단학살죄·고문죄·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한다.
메이터스는 “중국공산당의 파룬궁 박해는 21세기에 발생한 사건으로, 나치의 유대인 집단학살보다 성격상 더 심각할 수 있다”며 “이러한 집단학살에 대한 심판이 내려질 때, 그 과정에 가담한 모든 사람들—의사들까지 포함해—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역사상 이미 그러한 선례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