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회] 붉게 물든 가을 산을 거닐다
<山行 산행>
어느덧 가을도 저물어 가는 晩秋만추다. 산마다 단풍이 불붙듯 타오른다. 말 그대로 千紫萬紅천자만홍이다. 가을 산 단풍을 즐기기 위해 단풍놀이 행렬이 이름난 산의 등산로를 가득 메운다. 한껏 아름다움을 뽐내는 저 단풍잎도 가을바람 앞에서는 곧 스러져갈 운명이다. 그러나 歸根귀근이라 하여 떨어진 단풍잎이 뿌리로 가서 다시 새 생명으로 태어나는 순환의 연속이 계속된다. 이 가을에는 단풍이 진다고 아쉬워하지 말고, 눈앞에서 전개되는 자연의 향연을 마음껏 즐겨보지 않겠는가?
山行 杜牧
산행 두목
遠上寒山石徑斜 멀리 차가운 산의 비탈진 돌길을 오르는데
원상한산석경사
白雲生處有人家 흰 구름 일어나는 곳에 인가가 있더라.
백운생처유인가
停車坐愛楓林晩 수레 멈추고 앉아 해질 무렵의 단풍 숲을 즐기는데
정거좌애풍림만
霜葉紅於二月花 서리 맞은 나뭇잎(단풍)이 봄꽃보다 붉다.
상엽홍어이월화
[주석]寒山 한산(조용하고 쓸쓸한 산/가을 산), 石徑 석경(돌길), 斜 사(기울다/비스듬하다), 停 정(멈추다/정지하다), 楓林 풍림(단풍나무숲), 晩 만(저물다/늦다), 霜 상(서리), 霜葉 상엽(서리 맞은 나뭇잎 즉 단풍), 於 어(어조사/…보다도 더욱 …하다), 二月花 이월화(음력 2월의 꽃 즉 봄꽃)
[해설] 가을 풍경을 마치 아름답게 채색한 그림처럼 선명하게 묘사했는데, 시를 조용히 읽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한 폭의 ‘만추단풍유람도(晩秋丹楓遊覽圖)’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시속에는 돌길(石徑), 인가(人家), 흰 구름(白雲), 서리 맞은 나뭇잎(霜葉) 등이 순서에 따라 전개되는데, 한 폭의 조화롭고 통일된 화면을 구성하였다.
이러한 景物경물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주와 종을 이루어 정연하게 배치했다. 돌길, 인가, 흰 구름 등은 나그네로서 전체 화면을 이루는데 일조를 하는 배경이며 ‘서리 맞은 붉은 단풍잎’이야말로 주인공이라 하겠다.
전체 화면의 색조는 ‘흰 구름’(白雲)과 ‘서리 맞은 붉은 나뭇잎’(霜葉)이 선명하게 대응되어 紅白홍백이 중심을 이루었다.
기구起句의 늦가을을 암시하는 ‘차가운 산’(寒山)을 통해서 전구의 ‘늦다’는 만(晩)과 연계되는데, 해질 무렵의 을씨년스러움이 느껴지는가 하면 단풍이 저녁 해를 받아 더욱 빨갛게 비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의 ‘서리 맞은 나뭇잎’(霜葉)에서 가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아 은연중에 곧 겨울이 다가온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가던 길을 멈추고 수레를 세워 이 아름다운 정경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작자 두목은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 자연과 합일이 된 것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가는 가을을 哀傷애상하고 탄식하기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대자연의 가을 경치를 찬송할 수밖에 없어 ‘서리 맞은 단풍잎이 봄꽃(이월화)보다 붉다’(霜葉紅於二月花)라고 찬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