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유럽사법재판소(ECJ)의 최근
판결을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의 법적 책임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재판은 지난 2024년 3월,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인 국무원(Conseil d'État)이 “아동 보호를 위한 성인물 사이트의 ‘성인 인증 의무화’와 도로 안전을 위한 교통 앱의 ‘단속 정보 공유 차단’ 등 프랑스 정부의 국내 규제 조치들이 유럽연합(EU) 법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대해 유럽 사법 기관의 공식 유권해석(선결 심리)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따라 룩셈부르크에 위치한 유럽사법재판소 대재판정(Grand Chamber)은 지난 6월 16일, 병합 사건인 '웹그룹 체코 공화국 및 NKL 어소시에이츠(Case C-188/24)' 사건과 '코요테 시스템(Case C-190/24)' 사건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고 전격적인 규제 정당성을 승인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그동안 유럽연합(EU) 법체계는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플랫폼, 온라인 서비스 제공업체가 이용자가 게시한 콘텐츠에 대해 원칙적으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보호해 왔다. 게시물의 책임은 일반적으로 콘텐츠를 작성한 이용자에게 있었으며, 플랫폼은 이를 단순히 호스팅하는 중개자로 간주됐다.
이 같은 원칙은 온라인상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플랫폼이 법적 분쟁을 우려해 합법적인 게시물까지 과도하게 삭제하는 이른바 ‘위축 효과’를 막기 위한 취지였다.
그러나 최근 유럽사법재판소는 운전자들이 과속 단속 카메라 위치 등 교통정보를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인 ‘코요테 시스템(Coyote System)’ 사건 판결에서 이 같은 면책 특권에 제동을 걸었다.
재판소는 플랫폼이 단순히 이용자 콘텐츠를 저장하는 수준을 넘어, 이를 알고리즘 등으로 적극적으로 추천하거나 홍보하는 역할을 수행할 경우 기존의 법적 면책을 적용받지 못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놓았다.
사실상 그동안 '표현의 자유 보호'라는 명분 뒤에 숨어 유해 콘텐츠 확산을 방치해 온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에게 당국이 본격적인 법적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번 '코요테 시스템' 판결의 법리가 소셜미디어와 검색엔진 등으로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결국 플랫폼 기업들이 사법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콘텐츠 관리 정책을 한층 보수적으로 변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디지털 권리 옹호 단체인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의 분석에 따르면, 플랫폼이 콘텐츠를 추천하고 분류하는 일반적인 알고리즘 기능까지 규제 대상인 ‘적극적 역할’로 해석될 경우, 기업들은 법적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게시물들을 선제적으로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플랫폼이 유해 콘텐츠를 정교하게 선별하는 기술적 책무를 다하기보다, 사법적 위험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합법적인 표현물까지 포괄적으로 차단해 온라인 공론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형 플랫폼에 비해 법률적 대응 역량이 부족한 중소 규모의 온라인 서비스 업체들이 제도 변화에 따른 규제 부담을 더 크게 떠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FF는 “‘적극적인 역할’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방어적인 콘텐츠 운영 정책을 채택할 경우,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의 전반적인 표현의 자유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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