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간첩법이 73년 만에 개정됐지만 외국 정부의 침투 공작 등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 2월 26일 형법 98조(간첩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간첩법은 1953년 일본의 전시형법을 모방해 제정된 이후 단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아 논란이 많았다.
개정안은 간첩죄 적용 대상을 기존 ‘적국(북한)’에서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했다. 간첩 행위도 기존 조항에서 ‘적국을 위하여 간첩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였던 내용을 ‘적국 또는 외국을 위해 지령, 사주, 그 밖의 의사 연락하에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하거나 이를 방조한 행위’로 구체화했다.
일각에서는 안보 공백을 메울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개정만으로 외국 정부 및 기관의 교묘한 ‘영향력 공작’과 ‘경제 안보 침해’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에포크타임스’는 간첩법이 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외국 정부의 지령을 받은 대리인이 국내 정·관계에 침투해 합법을 가장한 활동을 벌일 경우 이를 규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짚었다. 현행 간첩법은 ‘국가 기밀 유출’이라는 명백한 결과값이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
예를 들어 어떤 나라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단체가 국내 유력 정치인에게 접근해 특정 외교 정책이나 에너지 사업에 유리한 법안을 발의하도록 로비하거나, 포털 사이트에서 여론 조작을 벌이는 시나리오는 현재 ‘안보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을 통해 외국 정부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가 활동 내역과 자금 출처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 기밀 유출 여부와 상관없이 즉각 처벌한다.
하지만 한국엔 외국으로부터의 영향력 공작을 모니터링할 법규범이 부재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서울에만 수백 명의 사실상 외국 로비스트가 활동하고 있지만 입법 미비로 통제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국내 언론과 산업계에서는 이번 간첩법 개정이 국가 핵심 기술 유출 등 ‘기업 스파이’를 막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최근 상시화된 기술 유출 사건은 단순한 ‘도둑질’을 넘어 외국 정부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인력 흡수’나 ‘합법적 지분 인수’ 형태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외국 정부가 배후에서 조종하는 페이퍼 컴퍼니가 국내 첨단 기술 기업을 인수하거나 핵심 연구원을 매수해 기술을 빼돌릴 경우, 행위자가 ‘간첩 행위’임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에 관해 전문가들은 “간첩법은 사후 처벌에 치중되어 있어, 기술 유출의 전 단계인 ‘자금 유입’과 ‘대리인 활동’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투명성 강화 법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미국 등 선진국처럼 국내 수사기관과 정보기관이 실제 간첩과 산업스파이를 색출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번 개정안은 해체 수순에 들어간 방첩사를 비롯한 군 조직의 와해, 국가정보원 등 정보기관의 국내 정보 파트 축소 등이 진행된 상황에서 나와 자칫 유명무실한 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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