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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섭혼탈체(攝魂奪體)... 넋을 홀려 몸을 빼앗다

문화부  |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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原著: 육서성 
演記: 한치선(타타오)    

[SOH] 천년여우는 순식간에 접근하여 달기의 목부위 천돌혈(天突穴) 자리를 자기 중지 끝으로 지그시 누르며 마시를 향해 음산하게 말했다.

“이 어른, 하늘이 주신 큰 일하시는데 어린 요정 따위가 감히 와 있는가?”

“달기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마시가 달려들어 여우의 손가락을 잡아 떼려하다가 입으로 물어뜯자 천년여우가 몸을 부르르 떨었고 그때야 달기가 기척을 느꼈는지 눈을 떴다. 그리고는 여우를 보고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아버지!”

천년여우는 마시의 방해에 이를 갈며 그르릉거렸다.

“기다려! 넌 다음 끼니에 먹어줄 테니! 오늘은 이 아가씨란 말이다!”

그녀가 풍성한 은빛 꼬리를 한번 휘젓자 격렬한 바람이 방출되었고 마시는 대여섯장이나 밀려 마른 나뭇잎처럼 구르고 말았다. 천년여우는 다시 달기의 목을 쥐었으며 달기는 아무 말도 못하고 허공에 손을 휘저었고 두 발로는 장롱을 걷어찼다. 

하지만 그 몸짓은 금방 힘을 잃어갔는데 마침 기척을 듣고 달려온 시녀가 창을 통해 쓰러져 막 일어서려는 마시를 얼핏 보고는 비명을 질렀다.

"요, 요정(妖精)이 나타났다!"

시녀들은 미리 준비해뒀던 닭피를 마시에게 뿌려대며 호들갑을 떨었다.

마시는 닭피를 피하려 몇차례 몸을 굴렸으나 결국 한바가지 핏물을 뒤집어 쓰게 되었고 그 바람에 모든 시녀들 눈에 띄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보는 천년여우는 킬킬거리는데 그 몸은 점점 잿빛 연기로 화하면서 달기의 목을 통해 스며들어가고 있었다. 

‘저건 섭혼술(攝魂術) 아닌가? 저러면 달기는 죽고 저 여우가 달기의 몸을 차지하게 되는데! 아,안돼!!!’

시녀들의 비명을 듣고 병사들이 달려왔으며 소호도 놀란 눈을 하고 허겁지겁 이르렀다.

마시가 여우의 허리를 붙들고 잡아당겨보았으나 여우는 허리가 술술 늘어날 뿐 섭혼술을 늦추지 않았다. 병사들이 닭피를 뒤집어 쓴 마시를 발견하고 화살을 겨누었으나 소호가 얼른 그걸 제지했다.

“멈춰라! 귀인(貴人)이 다칠지 몰라!”

병사들이 꼼짝 못하고 서있는데 소호가 칼을 들고 혼자 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사,사인검(四寅劍)! 귀신도 속절없이 벤다는 그…’

마시는 소호가 자신을 보기 전에 급히 서까레 쪽으로 튀어 올라 피신한 후 거기 메달린 채 추이를 지켜보았다. 소호는 달기에게 다가갔으나 여전히 그녀는 새근새근 잠이 든 것처럼만 보였다. 그는 주렴을 살며시 걷고 불렀다. 

“얘야! 무슨 일 없느냐?”

달기는 슬며시 눈을 뜨더니 졸음이 덜 걷힌 목소리로 답했다.

“꿈에 시녀들이 뭐라고 떠드는 소릴 들은 것 같긴 한데…아무 일 없었어요….아버지!”

소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딸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래, 우리가 너무 민감했던 모양이다. 아무 일 없다니 다행이다. 더 자두거라.”

소호가 자기 침소로 돌아가며 병사들도 제 위치로 돌아가게 하였고 시녀들에게는 시끄럽게 굴어 달기가 깨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주었을 뿐이다. 마시는 서까레에 매달려 달기의 두 눈썹 사이를 뚫어지게 쳐다보는데 갑자기 달기가 쿨럭거리듯이 웃었다. 

그리고는 요염한 실눈을 하고는 마시쪽을 바라보았다. 마시는 불길한 느낌에 두 눈을 감고 천안을 열어 달기의 미심을 통해 들어가보려 했다. 그녀의 두 눈썹 사이 천목의 통로로 들어서자 창공 드높은 곳에 거대한 솔방울 모양의 궁이 보이고 거기에는 니환궁(泥丸宮)이라는 고대 문자가 보였다. 그 안에는 몸의 주인인 달기의 주원신(主原神)이 자리하고 있을 터이기에 마시는 몸을 솟구쳐 그곳으로 가까이 갔다. 

‘어딜 감히 니까짓게 성소를 더럽히려 하느냐!’

갑자기 들려온 그 입체적인 소리는 이미 천년여우의 것이었으며 그 목소리는 니환궁에서 울려퍼지고 있었다.

“정녕 네가 달기를 죽인 것이냐?”

“본래 이름이 무상한 것이려니! 달기라 불리던 한 소녀는 이제 떠나가고 내가 이제 주인이 
되었으니 이제부터 내가 달기다!”

마시는 복받치는 슬픔과 분노를 어찌할 줄 몰라 제 자리에서 몇바퀴를 돈 후 이글거리는 눈을 하고 말했다.

“동물 주제에 술법 좀 배웠다고 사람을 죽이고 그 몸을 차지해? 넌 조만간 천벌을 면치 못
할 거다!”

여우달기는 칵칵 소릴 내며 웃었다.

“천벌이라고? 이 천한 요정아! 난 여와낭랑님의 명으로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걸 모르느냐? 
난 이제 이 길로 상나라 천자 주왕을 찾아가 그를 천길 낭떠러지로 끌고 갈 것이다. 600년 
상나라의 왕조를 짊어지고 주왕은 추락하게 될 것이니 그게 내가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사명이란 말이지! 그걸 방해하려는 너야말로 천벌을 받지 않으려거든 썩 물럿거라!”

여우달기의 입에서는 한 단어마다 날선 칼이 튀어나왔고 마시는 몇군데나 그 칼에 상처를 
입은 채 다시 서둘러 그 장소를 빠져나왔다. 나와서 보니 이미 몸을 떠난 진짜 달기의 원신이 푸른 실뱀같은 형상으로 머얼리 떠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 애처로운 몸짓을 보며 마시가 
목놓아 불렀지만 그녀는 듣지 못했고 돌아보지도 않았다.

마시는 먼동이 터오는 동녁하늘을 바라보며 탄식을 했다.

‘저 착한 달기가 무슨 죄업이 있길래 천년여우에게 몸을 빼앗기는 난을 당한단 말인가?’

그때 마시의 전두엽에는 한 사내가 떠올랐으니 그는 달기의 오빠 소전충이었다!

달기와 전충은 미묘한 눈빛을 주고 받았으며 어느 순간 그들의 입술이 겹치는 장면이 보였고 마시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말았다.

‘불쌍한 달기여! 남매간의 음행이라니...하늘이 혐오하고 신들이 매우 더럽다고 여기는 짓을 저질렀었구나! 몸을 함부로 굴리면 그 몸을 빼앗기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 저 노회한 여우가 아리따운 소녀의 인두겁을 썼으니 어떤 상상 못할 일이 벌어질 것인가?’ 

행렬이 수도 조가의 인근에 이르자 소호는 먼저 사신을 보내 서찰을 무성왕 황비호께 전하도록 했다. 황비호는 말하자면 수도경비를 맡은 명장이었으며 안팎으로 대단한 신망을 얻고 있는 터였다. 그 역시 이 봉신연의의 대단한 주인공 중 하나이며 엄청난 역사의 파고 속으로 휘말려 들어갈 영웅이었다. 그는 바르고 충직한 사람인지라 소호와 그의 딸을 바로 궁으로 들어와 금정관에서 여장을 풀게 하고 삼천 군사는 성밖에 머물게 하였다.

당시 권력을 부리던 두 간신 염중과 우혼은 소호가 와서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천자보다 먼저 접했다. 그리고 딸을 데리고 고개 숙여 들어온 이번에도 자기들에게 뇌물을 갖다 바치지 않는 소호가 못마땅하여 콧김을 푹푹 뿜어내고들 있었다. 

“소호, 이 역적놈! 지가 비록 딸을 바쳐 속죄를 요청해도 만사는 우리 두 사람 손에 있다는 걸 모르는가? 우릴 무시하기를 완전히 속 빈 수수깡으로 여기는 모양인데 괘씸하기 그지없구나!”

“소호가 와서 죄를 청한다고?”

주왕이 염중과 우혼의 보고를 듣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짐은 용서할 마음이 없노라! 경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염중이 아룄다.

“반역한 신하는 마땅히 국법의 엄정함을 보이셔야 하옵니다. 그래야 세상이 천자의 근엄함
을 두렵게 여길 것입니다.”

“알겠소! 내일 아침 조회에 그의 죄를 묻기로 하겠소! 내일 그 고집쟁이 소호의 표정이 보고 싶구먼!”

염중과 우혼은 간악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 숙인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다음날 아침 조회-문무백관이 도열한 가운데 소호는 관을 벗고 머리는 풀어헤치고는 죄복을 스스로 입은 채 붉은 섬돌 아래 무릎을 꿇고 엎드려 아뢰었다.

“법을 범한 저 소호, 처벌하여 주시옵소서!”

주왕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언성을 높였다.

“오냐! 처벌해주마! 기주후 소호! 전번에는 반역시를 보란듯이 성문 위에 붙이고 가더니 그
후로는 천자의 군대에 대항하여 장수를 죽이고 병사들을 손상시키고 이제 와서 짐에게 사
죄하겠다고?”

주왕은 시위관을 불러 명하였다.

“이봐라! 이 무례한 자를 오문에 끌어내어 참수(斬首)하고 거리에 그 목을 효수(梟首)하렷
다!”

재상 상용이 황급히 나서서 간하였다.

“소호가 반역한 일은 죽어 마땅하옵니다. 다만 전일 서백후 희창이 중개하여 소호가 이제 
딸을 바치고 속죄하려 하니 이는 군신의 의를 어느 정도 회복한 것입니다. 정상을 참작하소서!”

주왕이 그의 말에 망설이고 있을 때 기회주의자 염중이 또 가까이 와서 귀엣말로 끼어들었다.
“먼저 소호의 여식을 한번 보심이 어떠하온지요? 가히 옆에 두실만 하면 그 애비의 죄를 용서해주시고 혹여 기대 이하라면 부녀를 함께 저자거리에서 베어버리셔도 무방하지 않겠습니까?”
주왕의 입꼬리 한쪽이 슬며시 올라갔다.

■ 요매입궁(妖魅入宮)... 요사한 매력이 궁궐에 들다

 시위관이 달기를 입조케 하니 달기는 오문을 지나 구룡교를 건너 구간전(九間殿) 처마 아래 도착하여 엎드려 있는 아버지 소호 곁에 섰다. 

소호가 입을 뻥긋 하자 달기는 알아듣고 만세를 외치고는 약간 숙인 상태로 천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주왕이 찬찬히 그녀를 살피더니 마침내 앉아있지 못하고 일어서더니 약간 무릎을 굽힌 상태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검은 구름이 피어나는듯한 틀어올린 머리채, 살구꽃 같은 얼굴에 발그레한 뺨을 한 채 달기는 감연히 주왕의 시선에 자신의 눈길을 맞추고 있었다.

주왕은 자기도 모르게 눈에 힘이 풀리며 입을 열어 찬탄했다.

“풋풋함은 초봄에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동산 같고
휘어질 듯 부드러운 허리는 버들가지 같은데
진정 해당화가 햇살에 취해 흔들리는가
배꽃이 봄비에 소르르 젖은 것만 같아라!”

달기가 다시 붉은 입술을 열어 말했다.

“죄를 범한 신하의 딸 달기가 폐하의 영세무궁 건안하심을 기원하옵니다.”

주왕은 이미 술에라도 취한듯 입을 열어 화답을 하고 있었다.

“벌어진 붉은 입술 한 점 앵도와 같고
혀끝에서 토해진 언어 한 무더기 구슬이로다!”

주왕의 기색에서 자신감을 얻은 달기는 눈으로 가을물결 일으키듯 추파(秋波)를 넌지시 보
내는데 주왕의 뜨거운 시선과 얽히니 한쌍의 난새 봉새가 허공에서 만나 서로 휘감은 듯했다.

“오! 그대가 달기라 하였는가? 그 눈에서 뿜어지느니 만가지 바람 같은 정이로구나!”

달기는 이미 주왕의 넋이 온전히 자기 온몸을 감싸옴을 확연히 알고는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그날 시위관에게 파격적인 어지(御旨)가 전달되었다.

“소호를 용서하여 죄가 없도록 하고 짐이 추가로 벼슬을 내리노라. 옛 관직을 돌려주고 새
로 국척(國戚)의 벼슬을 더하며 매월 이천석의 녹봉을 추가하며 현경전에 3일간 축하연회를 베풀어 수상과 백관이 경하하도록 하며 황족의 친척으로 명예를 드높이게 하라. 그리고 그 후 문관 2명, 무관 3명을 딸려 소호가 고향으로 영광스럽게 돌아가도록 하라.”

소호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지만 문무백관들은 여색에 이토록 치중하는 천자의 태도에 모두 낯빛이 변했다. 그들이 간할 틈도 주지 않고 주왕은 빠르게 자신의 궁으로 돌아갔다.

며칠 후 소호는 고향 기주로 돌아갔고 천자는 달기와 함께 수선궁에서 호사스런 연회를 열었다. 연회의 모든 순서와 방식은 천자와 달기의 감각을 달아오르게 하는데 초점이 맞춰졌으며 그들의 사랑은 아교와 옻처럼 끈적하게 이어졌다. 낯이면 연회를 열고 밤이면 운우지정(雲雨之情) 속에 비인지 구름인지 또는 안개인지 모를 것들이 흐르고 치솟다가 엉키고 흘러넘치니 나중에는 주야를 분간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세월은 질탕하게 흘러 그들의 곁을 지나갔으나 정작 본인들은 아무런 시간의 경과도 느낄 수 없었으며 그저 이대로 영원하기를 꿈꾸어 보는 철없는 생명들이었다. 조정의 정사는 무너졌으며 오직 두 남녀간의 놀이와 정사만이 이어지고 또 이어졌을 뿐.

많은 신하들이 상소를 올렸으나 주왕은 이미 그것이 다 부질없는 어린애 장난으로 여겨지기만 했는지 도외시했고 두 달 동안 조회마저도 불참하기에 이르렀다. 천하 팔백진의 제후들이 수많은 문건을 올렸으니 문서방에는 그런 문서와 상소문이 산처럼 쌓였으나 펼쳐질 기약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꼴을 보다 못한 마시가 그들 앞으로 척척 나아갔지만 다른 시녀들은 그들을 보지 못했고 오로지 주왕은 그녀를 알아보았다.

“이게 누구냐? 지난 날 보았던 요정이로구나? 이리 오너라! 너도 춤 한번 추어보련?”

“전하! 지금 나랏일을 팽개치고 이게 뭘 하는 짓입니까?”

주왕은 게슴츠레 한 눈을 하고는 풍류를 읊듯 말했다.

“나라의 일은 나라가 알아서 할 것이고 문무백관이 있으며 또 하늘이 있고 땅이 있어 중생을 기르나니라. 나 이제 잠시 내 삶을 즐기려 하는데 무얼 그리 종알대느냐?”

마시는 여우가 깃든 달기를 곁눈질로 흘긋 보고는 말을 이었다.

“나라가 망하고 왕조가 뒤집어질 때 지더라도 백성을 힘들게 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니겠소! 
왕(王)이 왜 왕인 줄 잊으셨소?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이 있어 천지인을 하나로 이어준다 
하여 그 형상이 왕(王)이로소이다. 그런데 왕이 왕의 일을 놓아버리면 하늘도 땅도 사람을 
거두어 기르지 못하게 되니 그 천벌이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달기가 갑자기 눈을 번쩍 뜨더니 놀란 소녀처럼 쿨럭거리자 주왕은 그녀를 보듬어 안았다.

“전하! 소첩이 기주에서 여기 궁으로 오는 도중 은주라는 역사에 묵은 적이 있사온데…그 때 밤에 저를 해치러 나타났던 요괴의 냄새가 느껴지옵니다! 혹시 누가 왔는지요?”

주왕은 놀라 소리쳤다.

“이것이 요정이 아니라 요괴란 말인가? 썩 물럿거라! 여기가 어디라고! 여봐라! 게 누구 없
느냐?”

마시는 어이가 없어 입을 찡그리며 말했다.

“이 여우! 아주 요기가 충천하여 궁궐 서까레를 휘감는구나? 내 지금은 간다만 더 이상 이 
왕을 방탕의 늪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을 용납하진 않을 것이다!”

주왕은 마시가 누구에게 뇌까리는지 몰라 어안이 벙벙해했고 달기는 몸을 부르르 떨어가며 그의 품 속에 연약한 새처럼 파고 들어왔다.

이제 달기의 창궐을 막아줄 귀인은 과연 누구인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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