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 국내 초등학교에서 ‘종교적 중립’을 이유로 성경을 읽던 학생이 교사에게 제지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국민문화신문 등에 따르면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4학년 학생이 쉬는 시간에 성경을 읽다가 담임교사에게 제지 당하고, 친구들과 함께 읽는 것까지 제한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학부모(학생의 아버지) 측은 학교의 종교적 중립 원칙이 학생 개인의 종교적 표현과 자발적인 공동 독서까지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대전시교육청에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대전 S초등학교 4학년 학생은 쉬는 시간에 성경을 읽던 중 주변 친구들이 관심을 보이며 함께 보자고 하자 담임교사로부터 제지를 당했다. 당시 교사는 다른 친구들이 불편해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부모 측은 담임교사에게 기본권 침해 문제를 제기하고 학교 운영위원회에서도 관련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학생은 지난 10월 29일에도 성경을 읽은 뒤 담임교사로부터 "혼자 읽는 것은 괜찮지만 친구와 함께 보지는 말라"는 말을 들었으며, 교사가 학교의 종교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도 덧붙였다고 전했다.
학부모 측은 이번 성경 읽기 제지뿐 아니라 학생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쉬는 시간에 혼자 찬송을 부르다가 담임교사에게 제지당한 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에도 소음이나 수업 방해가 아닌 종교적 내용 자체가 제지의 이유였다는 설명이다.
학부모는 앞서 교장·교감·담임교사와 면담하면서 쉬는 시간에 친구에게 종교 이야기를 하거나 전도하는 것이 가능한지 물었다. 학부모 측에 따르면 학교 관계자들은 종교적 중립 원칙을 이유로 허용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다. 교장은 관련 판례를 언급했지만, 학부모 측이 제공한 자료에는 구체적인 사건번호나 판결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학부모 측은 지난 10월 28일 대전시교육청 신문고에 공식 질의했다. 질의에는 수업 방해나 타인에 대한 강요·괴롭힘, 학습권 침해 등이 없는 상황에서 전도 목적의 대화라는 이유만으로 학생의 종교적 표현을 사전에 금지하거나 제지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질문이 담겼다.
■ “종교적 중립을 신앙 표현 금지로 해석해선 안 돼”
대한민국교원조합도 1일 성명을 내고 대전시교육청에 해당 사안의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학생의 종교의 자유가 부당하게 제한된 사실이 확인되면 즉각 시정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교조는 성명에서 “학교가 지켜야 할 종교적 중립과 학생이 보장 받아야 할 종교의 자유를 혼동한 것”이라며, 학생 개인의 자발적인 종교 표현까지 일괄적으로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경 읽기와 공동 독서 제지 경위 및 학생 간 강요·방해 여부 조사 △학생의 종교적 표현을 제한한 규정과 구체적인 이유 설명 △제한이 부당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해당 지도 철회와 사과 및 재발 방지 △학교의 종교적 중립 의무와 학생 개인의 종교 자유를 구분하는 생활지도 기준 마련 △조사 과정에서 학생의 신원과 사생활 보호 등을 대전시교육청에 요구했다.
조합은 학교가 근거로 판례를 제시했다면 사건번호와 판결 내용, 이번 사안에 적용된다고 판단한 이유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 학교의 중립과 학생 개인의 종교 자유는 구분해야
이번 논란의 핵심은 학교의 종교적 중립 의무와 학생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다.
헌법 제20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제21조 제1항은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다. 교육기본법 제6조 제2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학교에서 특정 종교를 위한 종교교육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가 특정 종교를 교육하거나 전파하는 행위와 학생 개인이 쉬는 시간에 종교서적을 읽고 친구와 자발적으로 종교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는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부모 측은 대전시교육청의 공식 조사와 함께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통한 판단도 요구하고 있다.
현재까지 제공된 자료에는 학교와 해당 교사의 공식 입장이나 교육청의 답변은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 제지 경위와 적용 규정, 학교 측의 설명을 확인해 학생의 종교적 자유와 다른 학생의 권리를 함께 보장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교조는 성명에서 “학생은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내려놓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라며 교육당국의 책임 있는 조사와 구체적인 시정을 촉구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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